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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우리병원에 돈없어 쫓겨나는 환자는 없다”

북부병원 획기적 실험, 1년간 취약계층 204명 살려


위 사례들은 서울시 북부병원(원장 권용진)이 의료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년간 진행한 ‘301 네트워크’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

북부병원의 ‘301 네트워크(3가지 영역을 하나로=301)’는 지역사회 내 보건·의료·사회복지와 관련된 기관 간 연계체계를 구축해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주민에게 통합적 보건의료복지 지원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만든 연결센터이다.

서울시 북부병원은 ‘301 네트워크’ 시행 1주년을 기념해 17일 오후 1시 30분 본원 지하 강당에서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돈 없다고 환자 쫓겨나지 않는 병원 만드는 꿈 이뤘다”
권용진 북부병원장(사진)은 “지금 대한민국 의료현실에서 돈 없는 사람은 아파서 병원을 가도 쫓겨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병원에서 지난 1년간 돈이 없어 병원에서 쫓겨난 사람은 없다”고 그동안의 성과를 설명했다.

이어 권 원장은 “돈이 없어 쫓겨나는 사람이 없는 병원을 만든 것이다. 의사로서 오랫동안 소망했던 꿈을 이뤘다”고 말하면서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시울을 붉히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동안 침묵이 흐른 후 그는 “한국사회 제도가 아직 많이 발전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제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1부와 2부로 나눠져 진행됐는데 1부에서는 ▲공공병원과 지역사회 자원간의 네트워크 분석 및 시사점(중앙대 간호대 교수 장숙랑) ▲공공병원 연계사업현황 및 의료사회복지사의 역할(용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임정기) ▲301네트워크 사회복지 실무자로서의 경험과 노하우(서울시북부병원 사회복지사 김준희) ▲301네트워크 지역사회(구청)의뢰경험중랑구청 주민생활지원과 이영민) 등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301네트워크 1주년 결과보고’와 함께 북부병원, 중랑구청, 중랑구보건소, 사회복지관 등 협력기관에서 근무하는 각 직종의 실무자들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북부병원, 지금까지 204명 의료취약계층 구했다
지난해 ‘301 네트워크’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다녀간 사람은 204명에 이른다. 이들은 주로 보건소 48명(23.5%), 구청 47명(23.1%), 복지관 38명(18.6%), 기타 38명(18.6%), 주민센터 33명(16.2%) 등에서 의뢰됐다.

주요 이용자들이 의료 취약계층임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대상자가 96명(47.1%)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이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 83명(40.7%), 차상위계층 15명(7.4%), 외국인 및 일반환자 7명(3.4%), 의료급여 2종 수급권자 3명(1.4%) 등 순이었다.

이는 결국 의료사각지대의 틈이 현실에서는 매우 크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으로 지난 3월 발생했던 ‘세모녀 사건’처럼 의료 사각지대에 놓였지만 필요한 때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매우 많다는 점을 나타낸다.

취약계층이 의료적 문제가 발생해도 병원의 문턱이 높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반드시 진료비 부담 때문만은 아니다. 간병비, 고용상실 등 여러 가지 사회 경제적 부담 때문에 제 때 병원을 찾지 못하고 이유도 매우 크다.

사람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질환이 계속 악화되면 결국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런 악순환의 반복은 취약계층의 삶의 의지를 꺾어 버리는 도화선이 되버리고 만다.

이러한 점에서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다 일가족이 자살해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렸던 ‘세모녀 사건’은 ‘가난->질병->병원비 걱정->방치/악화->고용상실’이라는 악순환 때문에 질병이 더욱 악화되어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취약계층 지원제도 160가지 넘어…“어떻게 지원받을 수 있는지 몰라요”
북부병원의 사례만 봐도 지역사회와 함께 의료취약계층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의 포괄적 연계 제공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제도가 160가지도 넘지만, 언제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는 복지담당자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취약계층이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복지 서비스는 조정자인 사회복지사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병원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의 인력기준을 의료법에서 정하고 있지만,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1명 이상으로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사회복지사의 업무는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병원현장에 있는 이들은 지금보다 사회복지사의 인력기준이 완화 되고, 업무 범위도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병원의 사회복지사가 취약계층의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산재해 있는 다양한 복지 서비스 (도시락배달 서비스 지원, 주거이주 지원, 사회보장제도 연결(급종전환 등)를 맞춤형으로 제공해 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정기 용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301 네트워크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행정업무를 간소화하고 사회복지사 등 행정직의 충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공자 중심 벗어나 수혜자 중심 연계시스템 구축해야
301 네트워크의 성공에는 지금까지의 의료복지제공자 중심 연계 시스템에서 벗어나 수혜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연계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큰 힘이 됐다.

301 네트워크는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 의료서비스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복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해 주는 조정자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 북부병원 권용진 원장은 “의료취약계층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적극적인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은 본래 가난하고 아픈 사람을 먹이고 재워가며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라며 “이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 취약계층을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용진 원장은 “병원이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곳이라는 개념을 넘어 삶을 치유하는 본래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 결국 병원이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북부병원과 서울의료원, 중랑구청이 손잡고 진행한 이번 실험은 현재 노원구까지 운영범위가 확대된 상태이며 여러 지자체 및 기관들이 이번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