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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강원도에서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

노조, “측근 위주 인사(人事), 박승우 병원장(長) 자격 없어”

강원도 속초의료원 박승우원장과 노조 측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강원도 5개 지부가 속초의료원 직원들의 임금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인력 충원 등을 요구했지만 속초의료원은 경영적자를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사 간 갈등은 지난 7월 말부터 깊어졌다. 노조가 7월 22일~30일 9일간의 파업을 끝으로 직장에 복귀하는 시점에, 속초의료원은 3개 병동 중 2개 병동과 물리치료실을 폐쇄했다. 노조원들에 병원 출입을 막은 것이다.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에게 괘씸죄를 적용했다는 게 노조원들의 설명이다. 지난 4일 강원도청 앞에서 노조는 공공병원 정상화와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릴레이 단식 농성을 돌입했다.



노조 측은 “박승우 원장이 공공병원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국비와 도비 등 혈세를 투입한 현대화 사업을 완성해가고 있는 속초의료원은 박승우 의료원장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속초, 양양, 인제, 고성 도민들에게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거점 공공병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화 사업으로 발전의 계기가 마련된 속초의료원이 위기를 맞고 있다. 노사 간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막대한 혈세를 투입한 현대화 사업이 물거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속초의료원 현대화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지방의료원 지원 사업의 일환이다. 속초의료원은 국비와 도비 202억원을 지원 받아, 2010년 4월부터 2012년 4월까지 2년간 건물을 증·개축하고 최신 장비를 사들였다.

또한 국비와 도비 7억 1500만원을 포함 총 사업비 12억 900만원을 투입한 응급의료센터도 완공을 앞두고 있다. 32억원을 지원받아 신축하고 있는 장례식장도 올해 말 완공 예정이다.

노조 측에 따르면 2012년 4월 속초의료원 현대화 사업 이후 경영 상황은 좋아졌다.

현대화 사업 전후를 비교한 조사에 따르면 2012년과 2011년 같은 기간 동안 환자는 1만2859명(24.5%)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수입도 신축 이전인 2011년 같은 기간에 비해 7억 3700만원(21.6%)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병원 증/개축을 통한 성과는 2013년에도 나타났다.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속초의료원은 환자수 증가와 수입 등 경영이 호전됐다.

2013년 속초의료원의 연간 총 진료인원은 16만4000명으로 2012년 10만9000명보다 5만 5000명(50.45%)이 늘어났다. 수입도 2013년 123억 5400만원을 기록했다. 2012년 95억 6700만원에 비해 27억 8600만원(29.12%)이 늘어난 수치다.

노조 측은 “이처럼 속초의료원은 현대화 사업을 통해 새로운 발전과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박승우 원장은 성과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내몰고있다. 직장 폐쇄를 장기화시키면서 속초의료원의 발전을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 12차례 교섭에서는 박승우 원장 대신 노무사 등이 출석해 교섭이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는 11일 13차 교섭을 진행하고, 결렬된다면 끝까지 투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속초의료원 함준식 노조지부장은 “파업을 끝내고 돌아갔음에도 병원 측에서 직장 폐쇄를 단행한 것은 상당히 유감”이라며 “지난 교섭 때 병원장이 직접 오지 않고 노무사가 왔다. 병원장과 직접 교섭하고 싶다”고 말했다.

함 지부장은 현재 노사 간 관계를 만든 데에는 강원도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 성과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은 경영혁신대책으로 병원장들의 파행적 경영을 유도했다는 설명이다.

함 지부장은 “1월 25일 경영혁신대책이 강원도 5개 의료원에 발표됐는데, 조항 3아웃제에 따르면 원장이 실적이 나쁘면 교체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이에 따라 원장들이 공공성보다 경영 유지(실적)로 돌아선 것 아닌가 생각한다. 강원도가 경영혁신대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 지부장은 “4년 동안 임금동결을 하다 보니 전국 34개 공공의료기관 중에서 강원도 5개 기관이 적자 폭이 적은 순서로 전국 10위 안에 든다”며 “상대적으로 강원도 5개 의료원이 경영 상태가 좋아진 편이다. 이제는 강원도 의료기관 직원들도 이에 맞춰 정상적인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승우 원장이 공공성이 아닌 수익성 위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인사권을 남용해 입사 6개월 만에 자신의 지인을 계장 자리에 임명하는 등 비민주적인 인사를 행하고 있다”며 “공공병원장으로서 과연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성실히 교섭에 임하겠지만 병원장이 계속해서 이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도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