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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법원 판결이 도리어 쌍벌제 위헌성 제대로 입증”

전의총, 공정한 사법적 판단보다 정부 판단이 우선인가?

동아제약으로부터 강의료 명목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의사들 대부분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전의총이 “법원 판결이 리베이트 쌍벌제의 위헌성을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방법원 형사31 단독은 지난 26일 강의료 및 광고료, 설문조사료 등의 명목으로 동아제약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의사 90명 중 1명을 제외한 나머지 89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또한 전국의사총연합이 신청한 ‘리베이트 쌍벌제 위헌법률심판제청’ 역시 기각했다.

이와 관련해 전의총은 “이 사건 판결문과 위헌심판제청 기각결정문을 살펴보면 오히려 사법부가 리베이트 쌍벌제의 위헌성을 제대로 입증해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가 공정한 사법적 판단보다는 의약품 리베이트가 사회악이라는 정부의 정책적인 판단을 우선시하고 있음 역시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우선 재판부가 ‘미필적 인지여부’로 의사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금품을 받을 당시 이 금품이 동아제약 제품의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된 것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미필적 인지'란 리베이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도 받았다는 것으로 재판부는 미필적 인지여부의 판단을 에이전시와의 계약내용과 이행경과, 강연자 선정 및 대금지급 방식 등의 간접적인 정황 증거에 근거를 두었다.

이에 대해 전의총은 “아무리 정황 증거상 미필적 인지가 있다고 해도 본인은 미필적 인지가 전혀 없을 수도 있다”며 “실제로 상당수의 의사들은 동영상 강의 등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노하우를 쏟아 부었고,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범죄자로 전락하고 만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제약사 등으로부터 의약품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 등을 받아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는 의료법 제23조2항에 대해서도 “판매촉진 목적이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가 명확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제약사가 판매촉진 목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하더라도 수수자인 의사는 전혀 판매촉진 목적의 리베이트라는 인식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정황 증거만으로 미필적 인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명확성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것.

전의총은 또 법원이 전의총의 ‘리베이트 쌍벌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기각한 것에 대해 “과잉금지원칙 중 수단의 적합성 원칙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신청인이 주장하는 상한금액 결정과정에 의하더라도 건강보험공단과 제약회사 사이의 상한금액 협상과정에서 리베이트 비용은 제약회사 비용으로 반영될 것은 분명하다“며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전의총은 “재판부가 약가 상한금액 결정과정에 대해 아주 무지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공단과 제약회사와의 협상에 의해 약가가 결정되는 것은 신약의 경우에만 해당하고 현재 의약품 리베이트는 제약사만 다를 뿐 약의 효과가 거의 비슷비슷한 복제약과 연관되어 있어 제약사 입장에서는 리베이트로 판매를 촉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전의총은 “재판부의 의견대로 복제약의 약가에 리베이트 비용이 반영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도 ‘복제약의 상한금액은 원가를 반영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등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리베이트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의총은 “사법부가 잘못된 리베이트 쌍벌제의 입법목적에 함몰돼 의사들을 범법자로 만드는데 혈안이 돼있다”면서 “약가에 리베이트 비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리베이트를 단속해도 건보재정이 절감되고 국민 의료비 부담이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의총은 “의약품 리베이트의 근본 원인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 복제약 가격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며, 우리나라에 영세한 제약사가 너무나 많아 이들이 신약개발보다는 복제약 생산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정부가 복제약에 높은 약가를 책정해줌에 따라 제약사로서는 위험부담이 많은 신약개발보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복제약 생산에 치중하고, 이로 인해 리베이트에만 의존한 판매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전의총은 “정부가 진정 의약품 리베이트를 근절하고자 한다면, 선진국처럼 복제약가를 오리지널약의 20-30%로 낮게 책정하고, 신약개발 역량이나 의지가 없는 제약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어느 약이 최선의 의약품인지를 알 수 있도록 복제약의 품질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리베이트에 좌우되어 약을 선택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약이 최선의 의약품인지를 알 수 없다는 점도 재판부는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