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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항불안제 처방, 내과(32%)가 가장 많아”

정신건강의학과 2.5%에 불과, 정신약물 오·남용 심각

“내과에서 처방되는 항불안제 비중이 무려 32%에 달하는 반면 정신건강의학과는 2.5%에 불과합니다.”

내과에서 처방되는 항불안제가 정신건강의학과의 15배에 달할 정도로 정신약물의 오남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원광의대 이상열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 27일 서울 밀레니엄호텔에서 개최된 대한정신약물학회 제30차 정기학술대회에서 ‘정신건강의학 임상에서 바라본 보험약제와 약제등재 정책’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정신약물 보험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우리나라에서 항조현병제,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 ADHD치료제, 항갈망제 등의 정신약물이 연간 4000억원 이상 팔렸지만 이중 대부분은 주진료과인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되지 않고 내과, 신경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 타과에서 처방됐다.

특히 항불안제의 경우 지난 2009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된 건수는 2.5%(청구금액 18억 6806만원/청구전건수 47만8998건)에 불과했다.

가장 많이 항불안제가 처방된 과는 32%의 비중을 차지한 내과(청구금액 138억 5265만원/청구전건수 604만2414건)로 정신건강의학과의 약 15배에 달한다.

그 다음으로 항불안제가 많이 처방된 과를 살펴보면 ▲일반의(24.7%) ▲피부과(6.9%) ▲이비인후과(5.9%) ▲정형외과(4.9%) ▲신경외과(4.8%) ▲신경과(3.9%) ▲외과(2.8%) 순으로 정신건강의학과(2.5%)는 비뇨기과(2.4%)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상열 교수는 이와 관련 “그만큼 우리나라 약제 보험 및 심사기준이 적절하지 않아 정신약물의 오남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처럼 문제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타과에서 무분별하게 처방되는 정신약물에 대해 조금만 지적해도 과별 다툼으로 치부해버린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정신약물 처방에 대한 체계적인 심사기준을 세우지 않는다면 건강보험 재정부담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국민의 정신건강은 점점 악화될 것”이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타과에서 이루어지는 정신약물에 대한 처방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이루어지는 처방에 비해 지나치게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울증의 경우에도 정신건강의학과는 정신의학적 면담 및 정신상태검사를 2주 동안 지속하고 개인력, 과거력, 가족력 등을 기록해 진단·처방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타과에서는 단순히 Beck 우울척도로 진단하거나, 의학적 검사에서 이상이 없고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에도 항우울제를 처방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심지어는 환자 자신조차 복용여부를 모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교수는 타과에서 항불안제 등의 정신약물 처방 시 진단이 정확하고, 진단과정이 기술되어 있는지, 또 적정처방에 관해 적정하게 심사되고 있는지, 적정심사기준은 마련되어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약물에 대한 체계적인 적응증 및 심사기준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비용은 더욱 증가하고 국민 정신건강은 점점 더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상열 교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몇가지 제안을 했다. 무엇보다 제도와 규제를 약제정책에서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한 정책으로 탈바꿈시키고,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보험등재 과정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의 처방에 대한 기회를 부여하고 정신장애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토대로한 보험약제 기준을 정립하며 타 과에서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열 교수는 “타과에서 무분별하게 처방되는 정신약물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는 공문을 정신건강의학회 차원에서 보건복지부나 심사평가원 등 관련 기관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