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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해부학은 2천년 전부터 한의학 영역이었다”

한의계, 해부학 기반 발전했으므로 의료기기 사용 당연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두고 양한방 갈등이 치열한 가운데 한의학이 해부학에 기반해 발전해왔다는 주장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이를 통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근거를 마련하는 한의계 세미나가 열렸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가 주최하고 대한한의학회(회장 김갑성)가 주관한 ‘해부학에 기반한 한의학의 발전’ 기획세미나가 14일 오후 1시 30분부터 6시까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강당에서 개최됐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의학은 철저히 해부학에 입각한 의학으로 경혈, 침술, 뜸치료는 물론 근골격의 구조와 역학적 관계를 활용한 추나요법 등은 해부학적 접근이 없다면 시술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5년 ‘한의사의 CT사용에 대한 판결’에서 ‘서양의학은 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하고 한의학은 인체를 하나의 통일체로 인식한다’라는 고등법원 판결로 인해 한의학이 해부학적 의학이 아니므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정말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면서 “지금 양의학에서 쓰는 해부학이라는 명칭은 물론 심장, 위, 췌장 등 모든 장기 명칭만 봐도 모두 한의학에서 나온 명칭들”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의학은 이미 2천년전부터 황제내경, 난경 등을 통해 해부학적 장기의 실체에 대해 소개하고 있으며 해부학적 원리를 이용한 내·외과적 수술 또한 이뤄지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양의사들은 어이없게도 한의학적 해부학적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한의학은 해부학적 원리가 없으니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일말의 양심도 없이 거짓과 오만으로 가득찬 뻔뻔한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김필건 회장은 “현대과학기술과 문명의 발전의 산물인 의료기기가 양의사가 발명한 것이 아님에도 오로지 양의사의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라면서 “오늘 세미나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규제 철폐를 앞당기는 뜻 깊은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갑성 대한한의학회 회장은 “한의학은 현대의학이 표방하는 근거중심 의학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첨단의료기기 사용은 한의학의 발전을 우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는 한의학이 단순히 형이상학적인 이론만을 추구하는 의학이 아닌 실사구시 의학으로서 해부학적 지식과 자료를 통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져왔음을 입증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정부의 방침도 KCD와 같은 현대의학적 질병분류명칭 사용을 권장하고 있듯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반드시 권장하고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혜정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은 “대학 시절 한의사 가운을 입은 것이 신문에 나올 정도로 화제가 됐었다”라면서 “당시 한의사들이 수의사도 가운을 입는데 왜 한의사가 가운을 입으면 안되냐고 반박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 한의사에게 엑스레이를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이제 우리 한의계가 학문적, 정책적 방향키를 쥘 때가 왔다. 모두 힘을 합쳐 미래를 위해 매진하자”고 다짐했다.



내빈들의 축사가 끝나고 ▲한의학 속의 해부학 (백유상 경의한의대 교수) ▲내경의 침자법에 대한 이해 (이승덕 대한한의학호 학술이사) ▲동의보감의 해부학에 대한 인식 (김남일 경희한의대 교수) 등의 발제가 이어졌다.

백유상 교수는 “한의학은 해부학을 중시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실제로 문헌을 고증해보면 한의학은 인체구조를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조정에서 사형당한 죄인들의 사체를 의원들이 해부하고 바로 옆에서 화가들이 장기모양을 자세히 그리도록 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제 강점기 동서의학연구회가 세운 부속 공인의학강습원 과목에 해부학이 포함돼있었고, 의생 교육을 위한 경기도립의생강습소 교과과정에도 해부학이 포함됐으며 동서의학보와 조선의학계 등 각종 학술잡지에서도 신체 해부도와 장부도 도해를 확인한 기록이 있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한의계는 고대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꾸준히 해부학에 큰 관심을 보여왔고 현재도 이 같은 특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덕 학술이사는 ‘내경의 침자법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한의학이 해부학에 기반했다는 좀 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그는 “침술을 통해 인간의 자율신경을 정확히 집은 것은 해부학적, 생리학적 이론이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사에게 가는 사람이나 한의사에 가는 사람이나 같은 사람이고 같은 질병인데 현상에 대한 해석이 다를 뿐인데 그럼에도 양의계나 법원이나 한의학에 대해 너무나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덕 이사는 “100년 전과 달리 현재는 침술을 시술할 때 알콜솜이나 일회용 침을 써 2차 감염을 예방하듯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김남일 교수는 ‘동의보감의 해부학에 대한 인식’이라는 주제로 동의보감이 역사적으로 해부학을 어떻게 인식했고 활용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예전에 해부학을 서양의학이라고만 생각해 배우면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너무나 부끄럽다”면서 “사실 해부학 자체가 원래 한의학 용어라서 로열티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김남일 교수는 “동의보감에서도 해부학을 중요하게 다뤘고 최근 개최된 산청 한의약 엑스포에서도 외국 의사들이 이에 대해 놀라움을 나타냈다”면서 “한의학이 해부학에 근거한 만큼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들의 학술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김지호 한의협 홍보이사 ▲신길조 대한한의학회 부회장 ▲강연석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기획이사 등이 참여해 한의학의 해부학적 근거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강연석 기획이사는 “한의학의 편견은 일제의 말살정책으로 인해 시작된 일제시대의 잔재”라면서 “그럼에도 우리 전통 한의학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양방 간의 차이는 근대화 시기에 일제에 의해 강제로 성립된 것으로서 양자의 공통점과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설명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의학적인 것이란 동아시아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탐구해온 인체의 구조와 기능, 질병과 증상에 대한 지식이 그 시대의 철학과 세계관에 따라 합리적으로 발전해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이사는 “이제 국민건강을 위한 양한방 상호발전을 위해 서로에 대한 편견을 벗어던지고 가치중립적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정치적 논리가 아닌 가치중립적이고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결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