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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수첩> 의료수가 인상 전 선결과제는?

전공의특별법 제정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공의들이 주당 100시간이 넘는 초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합당한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공의 주당 최대 근무 시간을 60시간 이하로 대폭 줄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에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물론 대한의사협회와 전국의사총연합 등 의사단체들은 적극적인 지지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전공의들의 사용자 단체인 대한병원협회는 병원 경영상 현실적으로 수용이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내 양측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의사단체들은 전공의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병원협회에 대해 “의사단체가 아닌 병원 경영자 모임에 불과하다”고 비난하며 “전공의 근무 시간을 줄이고 전문의 고용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고 더 나아가 “이를 위해 의료수가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들도 나름대로 할 말은 있다. 병원들의 ‘전공의 착취’ 문제는 의료 행위건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으면서 특히 큰 병원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는 반면, 의료수가는 최저 수준인 고질적인 대한민국 의료 환경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병원들이 높은 임금을 주고 전문의를 충분히 고용하기 어려워 고육지책으로 전공의로 하여금 전문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을 대체시키려다 보니 전공의 업무 강도가 점점 더 세지고 전공의 제도의 고유 목적인 수련교육도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현실이 된 것이다.

전문의 채용을 늘려 전공의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료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당장 수가가 대폭 인상되기는 어려운 현실. 수가 인상이 곧바로 병원들의 전문의 채용과 전공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전공의들이 의료법 상 전문의가 해야 할 일을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일들이 전문의의 주 업무는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전공의가 하는 일들만을 맡기기 위해 병원에서 전문의를 채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의료 수가가 낮다보니 우리나라 국민들은 다른 나라들보다 병원을 유의미할 정도로 많이 찾는다.

이 정도 수가 수준이라면 총 의료비 지출액 역시 우리보다 수가가 높은 구미 선진국 대비 5분의 1,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야 할 것 같지만 의료 행위량이 워낙 많다보니 총 지출액이 다른 국가들의 절반 내지 7-80%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결국 병원들의 ‘전공의 착취’ 문제는 우리나라의 지나치게 높은 의료 행위량과 함께 특히 큰 병원을 유난히 선호해 생긴 상급병원 쏠림현상에서 비롯된다. 수련병원들의 로딩이 워낙 많아 지다 보니 응급실 등 병원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의 할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수가인상을 통해 상급병원 쏠림현상이 자연 도태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너무나 안이한 생각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비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 이미 의료비 지출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수가만 인상하면 안 그래도 불안한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은 곧 파탄 위기를 맞고 말 것이다.

수가인상이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무조건 수가를 인상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전에 지나치게 높은 의료 이용률을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전달체계 재정비 등의 방지책이 반드시 논의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