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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이런 나라는 망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의원협회, 메르스 사태 불구 각종 비상식 넘쳐나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왜곡된 의료를 제대로 바꾸려는 노력이 있어야 함에도 그동안 정부의 대책이나 기타 여러 상황들을 보면, 과연 이것이 제대로 된 국가인가 의문이 들 정도이다.”

대한의원협회(회장 윤용선 이하 의원협회)는 1일 논평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의원협회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권과 정부의 보건의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 저수가 체계, 의료전달체계 붕괴, 원칙없는 보장성정책, 공공의료 역할 미정립 등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고 감추고 싶었던 우리나라의 왜곡된 의료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초기대응실패, 우리나라 특유의 간병문화, 환자발생 병원의 부적절한 대처 등의 원인보다 이것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의원협회는 특히 정부가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한 것에 큰 분노를 나타냈다.

메르스가 확산된 데에는 정부의 잘못된 초기대응이 문제였고 이는 정부 스스로도 인정했던 부분임에도 정부가 환자와의 접점에서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인들을 응원하기는커녕 메르스 확산 책임을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몰상식한 행태를 보였다는 것.

그 예로 ▲메르스 미신고시 벌금 200만원 부과 ▲메르스 환자 진료거부시 처벌 ▲삼성서울병원 원장 질책 ▲일차의료기관 책임론 등을 지적했다.

메르스 사태를 틈타 의사가 아닌 타 의료직역의 영역확대 움직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의사들이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한의사와 약사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러한 모습 역시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방해가 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특히 “한약이 메르스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주장하는 한방의 모습을 보며, 메르스 사태라는 난세를 이용해 어떻게든 역할을 해보려는 가련한 모습이 연상된다”면서 “메르스 격리자와 진료 의료진 중에 한약 투여를 희망한 자가 있었는지, 그래서 정말로 한약을 투여한 예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제2의 메르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역학조사관의 기준을 더욱 강화하여 제대로 된 역학조사가 되도록 해야한다”면서 “그럼에도 일반약을 판매하고 전문약을 조제하는 약사에게 역학조사관 자격을 주겠다는 코미디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의원협회는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년 이상 임상 수련을 거친 의사나 공중보건학 분야 석사 이상 자격을 가진 보건의료 전문직에게 역학조사관 자격을 준다”면서 약사 역학조사관 임명은 전염병 예방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메르스 사태 동안 논의된 의료 관련법들에 대해서도 “의사의 등에 칼을 꽂는 의료악법들”이라고 비난했다.

자신의 건강을 담보로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사들의 노고를 치하하기는커녕, 여러 악법들이 논의됐다는 것.

그 예로 ▲전화처방 등 원격의료 ▲의료기기에서 웰니스 기기 분리 ▲대체조제 활성화 법안 ▲처방전 리필법안 차등수가제 폐지 무산 등을 지목했다.

의원협회는 “우리나라의 왜곡된 의료가 메르스 사태의 근본 원인임에도, 그 왜곡을 교정하고 수정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더욱 의료를 왜곡시키는 제도들이 논의되는 상황을 목도하며, 과연 이 나라에 정의와 상식이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허탈감을 나타냈다.

정부의 의료기관 지원책과 메르스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도 “정부의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책과 감염병 예방을 위한 대책은 의료인으로 하여금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을 계속하라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에 대해 16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전국의 병의원들이 상상을 초월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황당하고 어이없는 의료기관 지원책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원이 아닌 병원만 지원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환자와의 접점에서 환자를 선별하여 메르스의 확산을 막은 환자 경유 의원급 의료기관마저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라면서 “이는 더 이상 전염병 환자를 보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현재 정부는 제2의 메르스를 예방하겠다며 각종 대책을 쏟아놓고 있는 상황. 권역별 응급의료기관 응급실에 호흡기 질환자들을 위한 격리 구역과 격리 병상(음압 병상) 의무 설치, 다른 환자들을 감염시킬 우려가 있는 호흡기 질환이나 감염병 환자·의심 환자들은 1~2인 격리 병실 입원, 포괄간호 수가제 시행, 감염병 관리를 허술하게 한 의료기관에 패널티 부여, 감염 통합진료수가 신설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의원협회는 “정말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수가에 의한 여러 가지 폐해는 물론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으려는 작은 노력도 보이지 않고 칙없는 보장성정책만 늘어놓고 재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없이 의료기관에 비용을 전가하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

의원협회는 “민간의료기관에 각종 규제만 쏟아낼 뿐, 전염병이나 감염병 관리에 정작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면서 “한마디로 규제만 강화되고 비용만 늘어나는 빵점짜리 대책들”이라고 정의했다.

끝으로 대한의원협회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을 보며 과연 이 나라에 망조가 든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든다”면서 “이런 나라는 망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탄식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