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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자격증 위한 수련 아닌 전문인 교육 GO

58년 이어진 전공의 수련제도 문제점과 비전 논의


58년간 이어진 현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 의료계에서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이 주최하는 ‘졸업 후 교육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전공의 교육수련 및 공통역량교육에 대한 실태 및 인식조사 결과 보고를 위한 자리로,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과 조영대 사무총장·정책이사도 참여했다.

송명제 회장(사진)은 “대한민국에서 의학을 전공하는 대부분의 의학도는 대학 졸업후 전공의 과정을 밟는다. 허나 현재 수련과정을 볼 때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수련과정은 역량이나 수련의 질보다는 의무감과 전문의 자격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제는 전문의 자격증을 위한 수련보다는 의학의 전인적인 공통역량을 향상시키는 수련을 생각해야한다고 본다”며 심포지엄 참여의 의의를 밝혔다.

의평원은 2013년, 성과 바탕의 수련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국내 최초 ‘전문역량평가단’을 꾸렸다. 그리고 국내 26개 전문과목 학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보고를 맡은 충남의대 이선우 교수는 “대부분의 학회에서 불완전한 형태의 역량중심 성과바탕 수련이 이뤄지고 있었다”면서 “특히 전공의 역량 평가에서 실제 환경에서의 평가는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또한 “공통역량 교육에 대한 중요성 인식과 실천의지는 높았으나, 구체적인 수련과정은 부족했다”고 평가하며 “교육수련병원에 대한 지도는 전반적으로 부족한 편”이라 지적했다.

이어서 성균관 의대 장혜원 교수가 영국의 사례를, 부산의대 이상엽 교수가 미국의 사례를 보고했고, 한양의대 박시복 교수가 해외와 우리의 제도를 비교 정리 했다. 그리고 다시 이선우 교수가 앞서 발표했던 연구결과와 해외 사례들을 토대로 앞으로 전공의 교육수련 및 공통역량교육에 대해 제언했다.



이선우 교수는 “의료선진국에서 전공의 교육수련은 역량중심·성과바탕으로 진행되며, 의대-전공의-평생교육이 하나의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전공의의 역량을 주기적인 형성평가와 총합평가들로 평가하며, 전공의·수련병원·지도전문의·전문학회에 대한 명확한 수련기준과 평가가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적 정서와 실태에 맞는 공통역량 수련, 역량중심-성과바탕 교육 수련의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도 도제식 의국 수련에서 개방되고 체계적인 수련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통역량의 집중적 교육을 위한 ‘의학교육연수원(가칭)의 도입이 필요하며, 적절한 전공의 교육수련을 위해 수련병원에 대한 전문학회의 지도와 감독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면서 “수련 프로그램·지도전문의·수련병원 및 전문학회 등에 대한 기준과 자격을 역량중심-성과 바탕에 맞게 바꾸고 주기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부에서는 1부의 발표내용들을 토대로 박중신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와 송명제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의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박중신 이사는 "공통역량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학회도 인식하고 있다. 전문의로서 갖춰야 할 것은 전문역량 뿐이 아니다. 공통역량 강화를 위해서도 의학회 차원에서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현재 전공의 수련을 일반전공의 과정과 세부전문의 과정으로 나누는 것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에 있다. 일괄적인 수련이 아니라 각 학회별로 꼭 필요한 수련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면서 전공의들의 전문성 강화에도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박 이사는 또 “전공의들의 수련에 대한 지침이나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실제 수련병원에서 잘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더 어렵다. 수련병원 평가가 강화되어 자격박탈까지도 가능하도록 구체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면서 “전공의를 수련시킨다는 것이 병원의 혜택으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와 의무가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바뀌어 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전협 송명제 회장은 “최근 대전협에서 처우개선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사실 그에 못지않게 수련의 질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전공의 교육이 생긴지 58년이 지났지만 표준화 된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아 각 과별 수련의 질과 만족도 차이가 너무 크다. 특히 병원별 과별 수련이 표준화 되어 있지 않다 보니, 1년차를 마치고 개인 사정으로 병원을 나오게 되면 추후 타 병원 2년차로 지원하려 할 때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또한 “전공의들에게만 치중되어 있는 평가시스템을 지도전문의들에게도 확대해 교육자 역량강화에 힘써야 한다”면서 “얼마 전, 지도전문의 연수교육을 전공의가 대신 다녀왔다고 해서 전공의들 사이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전문의 교육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지도전문의의 역량에 따라서 전공의 수련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하며, 이미 일반 대학들에서는 강의평가가 이뤄지고 있고, 그 피드백의 효과가 크다고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이 미국이나 영국처럼 일일이 평가받고 관리되는 것을 과연 좋아하겠느냐는 질문에 송 회장은 “미국이나 영국처럼 수련시간의 제한과 자기 역량을 개발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평가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조영대 사무총장·정책이사는 심포지엄을 마친 후 “현재 전공교육 및 공통역량 교육에 대한 조사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전공의 수련 실태를 파악하고, 영국 및 미국 등 교육수련 선전국의의 사례를 검토하여 앞으로의 나아갈 흐름을 제시한 뜻깊은 자리였다”면서 “앞으로 한국적 실태에 맞는 역량중심-성과바탕 교육 수련의 도입이 필요하며 전공의 권익보호, 인권문제, 수련환경에 대한 평가와 제도가 재정립되어야 함에 전공의, 지도전문의, 전문 학회 등 다수의 참가자들이 공감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전공의 수련에 관련된 모든 주체가 특정 집단의 이익에 휘둘리기 보다는 수련환경평가, 교육과정, 전문의 고시 전반에 이르기까지 ‘교육’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문제의식을 공유해야만 이를 개선할 수 있다. 현재 ‘진료’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각 수련병원의 사정상 이를 갖추기 쉽지 않기 때문에 사회와 국가의 관심과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의 사례를 볼 때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내의 인식은 이제 막 발을 뗀 수준에 불과하다. 궁극적인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전공의 처우 및 수련 시간 등 양적 환경의 개선이 필수적이며, 그 외에도 교육적인 측면을 담당하는 지도전문의와 각 학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대전협에서는 현재와 같이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전문의가 됨에 있어 양질의 수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