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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 떠날 수 없었다”

최초 연임 성공한 대전협 회장, “전공의특별법 통과” 다짐


“지금은 전공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은데 포기하고 떠날 수 없었다.

최근 송명제 대한전공의협의회장(명지병원 응급의학과 3년차 전공의)이 대전협 역사상 최초로 연임에 성공해 앞으로 1년간 더 전국의 전공의들을 대표해 활동하게 됐다.

그는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 강행에 반발한 전국의 의사들이 참여한 지난해 3월 10일 전국의사집단휴진 사태 당시 전공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혜성(?)처럼 의료계 정치판에 등장해 전공의 총파업을 이끌었다.

의정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당시 앞길이 창창한 젊은 레지던트가 “구속은 물론 의사 면허 박탈까지 각오하고 나왔다”며 전공의들의 파업 참여를 적극 독려한 덕분인지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전국의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대거 가운을 입고 병원을 탈출해 의협 천막 농성장을 찾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선배의사들의 파업 참여율이 불과 20퍼센트대로 저조한 가운데 전공의들이 투쟁의 중심에 나선 것이다.

전공의 파업을 이끌어 일약 스타로 떠오른 송 회장은 파업이 끝난 이후 18대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선거에 출마,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되어 열정적으로 활동하며 국내 전공의 수련환경의 부당한 현실과 개선 필요성을 적극 역설한 결과 마침내 지난 7월 31일에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가칭 전공의특별법)’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전공의특별법안’은 전공의 수련시간을 8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못 박았고 대한병원협회 산하 신임평가위원회를 대체할 별도의 독립된 기관인 전공의수련환경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법률이 국내최초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 사건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지금 이 순간을 전공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 입장에서는 바쁜 전공의 수련 기간 동안 1년이나 대전협 회장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아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임기 한달을 남기고 ‘전공의특별법’이 발의됐어요. 모두들 저에게 ‘지금 대전협을 떠나서는 안된다’고 만류하더라고요.”

송명제 회장은 대전협 회장직을 연임해 다시 한번 투사로 나선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대전협 차원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현실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이 때문에 법을 통한 강제가 현 시점에서 전공의 처우와 수련환경의 질 향상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느껴 관련 내용을 담은 국회 입법을 적극 추진한 결과 이제 그 결실을 이루기 직전이었는데 대전협을 떠날 수 없어 결국 재선에 도전했다는 것.

송 회장은 “부당한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데 많은 공감을 나타내고 법안을 발의해준 김용익 의원에게 누구보다 감사하다”면서 “기왕 한번 더 하기로 결심했으니 모든역량을 총동원해 반드시 목표를 이루겠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전공의 특별법 제정에 있어 ‘환자를 위한 전공의 수련환경개선’이라는 대전제는 언제나 변함이 없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병원협회 등 반대의견을 나타내는 단체와도 합리적으로 소통해 간극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특별법의 관건은 수련평가위원회 독립. 현재 전공의들의 사용자 단체인 대한병원협회 산하 신임평가위원회가 맡고 있는 수련병원 평가업무를 독립된 기관인 수련평가기구가 맡도록 해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송명제 회장은 “58년째 이어진 현재의 전공의 수련평가제도는 손질할 시기가 지나도 한참 지났다”면서 “전공의 평가기준만 강화되고 수련교육의 질이나 수련시간은 그대로여서 전공의들이 너무나 혹사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전협은 수련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실제적인 수련 만족도를 조사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당초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가 먼저 아이디어를 내고 자체적으로 실시 중인 ‘피교육자 수련 프로그램 평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피교육 당사자인 전공의가 참여하는 수련환경 평가 프로그램이 전무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를 통해 수련 현장의 문제점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교육자와 전공의가 함께 더 나은 수련환경을 마련하는 초석이 됨은 물론 인턴이 전공과를 선택할 때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송 회장은 “대학에서 학생들이 교수에 대한 강의평가를 하듯이 전공의도 자신이 받고 있는 교육에 대한 수련평가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면서 “각 수련병원별로 평가를 실시해 충분한 근거가 확보되면 이를 공개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외부용역을 통해 대전협 공식 홈페이지 외에 인터넷 사이트를 하나 더 구축 중”이라면서 “전공의나 공중보건의사, 의대생 등만 인증이 가능한 이 사이트에서 수련평가는 물론 젊은 의사들에게 실제적으로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또 앞으로 1년의 임기가 지난 임기와 다른 것이 있다면 협의회 실무업무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총파업도 있었던 지난 1년간 대전협이 각종 문제들을 이슈화시키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수련환경만족도 평가와 전공의특별법 통과 등 보다 실무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대전협은 지난해 폐지했던 사무총장제도 다시 부활시켜 조영대 정책이사(경찰병원 가정의학과 3년차)가 사무총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그동안 전국의 전공의들에게 대전협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과제였다면 이제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는 것이다.

송명제 회장은 “사실 예전에는 보통의 전공의들이 대한전공의협의회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 결코 그렇지 않아 홍보효과(?)는 확실히 거둔 것 같다”면서 “앞으로 대전협 일에 전공의들이 참여하면 무슨 이익이 있는지 충분히 설명해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공의특별법은 전공의만을 위한 법안이 아니라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환자의 안전을 위한 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사실 요즘은 의대교수들도 모두 수련환경 개선 필요성을 인정한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전공의 인권 향상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반드시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