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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창간기고]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과제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역사는 길지만 반도체, 자동차 산업과 같은 사업적 성공과 국가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했다.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1,000조 원이 넘는데 반해 국내 의약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8%에 그칠 뿐이다.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제약산업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음에도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 속도는 매우 더딘 편이었다.

세계 의약품 시장점유율의 70% 이상을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개발된 의약품이 차지한다. 블록버스터(10억 달러 이상 팔린 약제)를 가진 전 세계 글로벌 상위 제약사가 대부분 이 지역에 위치한 까닭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상당한 규모로 신약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꾸준히 해온 덕분에 성공적인 신약을 많이 만들어냈고 또한 이를 통해 다시 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왔다.

기업의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한 신약개발의 과정도 성공 확률이 적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개발 이후의 임상시험 수행, 정부 허가를 위한 법적 제도적 준비, 판매, 영업, 마케팅 등 환자가 신약을 접하게 되기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그간 성공적 신약개발 사례는 신약 연구개발 능력과 글로벌 판매 경쟁력을 모두 갖춘 글로벌 상위 제약사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제약산업의 추세는 신약의 개발과정 즉, 후보 물질의 개발, 임상시험, 제조, 판매, 영업, 마케팅 등 일련의 과정을 한 기업에서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과정을 외부에 맡겨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다시 말해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 과정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 기업의 신약개발 역량을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의 한미약품 사례는 그 의미가 크다. 한미약품은 올 한 해 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차세대 신약에 대한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며,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지속형 당뇨 신약 포트폴리오에 대한 사노피와의 라이센스 계약으로 한미약품이 받게 될 금액은 35억 유로(약 4조 3천억 원)에 이른다. 한국 제약산업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이자, 한국 제약산업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와의 협업으로 해외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사례는 증가 추세에 있으며,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약 15건의 사례가 확인이 되었다.



국내사와 글로벌사의 동반 성장, 상생 협력의 결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면서 제약산업에 대한 대중과 정부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혁신적 신약들이 진정한 글로벌 제품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국내 제약사와 글로벌 제약사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과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KRPIA도 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 기업의 우수한 인프라와 잠재력을 글로벌 기업에 알려 한국이 세계적 신약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한국제약협회와 함께 KRPIA는 연구개발 중심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최초의 민간 주도 국제 행사로 ‘제약산업 공동 컨퍼런스’를 개최해 국내사와 글로벌사의 전략적 제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한 바 있다.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 R&D 및 사업개발 분야 리더들이 국내 제약사와의 파트너십 구축을 논의했으며, 이 자리를 통해 60여 건의 파트너십 미팅이 진행되는 결과를 얻었다. 올해도 11월 19일과 20일 ‘제2회 제약산업 공동 컨퍼런스’를 열어 글로벌 제약사의 본사 R&D 협력 담당 책임자가 신약개발 전 과정에 걸친 노하우와 지식을 공유하고,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을 위한 R&D 협력과 국내 신약의 해외 진출을 위한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했다. KRPIA는 앞으로도 한국이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국내 제약사가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산업적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성공적인 국내 신약 탄생을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로 연구개발이 보다 활성화되어야 한다. 제약사가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더 높은 부가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도전정신과 가능한 경제적 인센티브 요건들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R&D 수행을 위한 동기 부여는 결과적으로 신약개발의 노력이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긍정적 순환이 이어지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혁신에 대한 가치 인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제약사의 혁신적 신약개발과 R&D를 독려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정책적인 지원이 있다면 머지않아 더 많은 국내 제약사의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 사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