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부터 12평점으로 상향조정, 시행되는 의사 연수교육 시행규정을 두고 개원가에서는 근본적인 의료환경 마련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단순한 연수평점 조정이 아닌 연수강좌의 현실성과 내실성을 기해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연수교육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종근 회장은 “의협에서는 연수의 질을 높인다고 연수평점을 높여 놨지만 개원가에서는 질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속 지역 의사회에서 주관하는 연수강좌에는 특정 진료과목 관련 강좌가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애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2000년 의약분업 투쟁당시 개원의사들이 주장했던 것이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해달라는 주장이었다”고 설명하고 “예를 들어 개업을 하게 되면 외과는 맹장수술, 산부인과는 분만을 주로 하게 되는데 배우고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있다”며 습득한 술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협의 연수교육 방침이 현실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환경조성 등 동기부여부터 하게 된다면 연 50평점이 아니라 100평점이어도 상관없다”고 성토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월 상임이사회를 통해 연수교육 대상자가 이수해야 할 연수 평점을 연 8평점에서 12평점으로 상향 조정하고 휴직회원이 임상진료에 복귀할 때는 교육위원회가 정한 소정의 연수평점을 받도록 하는 한편, 사이버 연수교육의 연 상한 평점의 경우 3점에서 5점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연수교육 시행규정 전면 개정 및 연수교육 관리운영비규정 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의협은 이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미국·유럽 등 의료선진국 수준인 연 50평점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윤해영 회장은 “평생교육으로 실시하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처럼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문제는 비용위주로 강제하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연수교육에 대한 회원들의 참여도와 관련 “생존경쟁으로 인해 개원의 스스로 새로운 술기와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며 “의협은 회원에게 강제하지 말고 기회의 장만 마련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최영렬 회장은 “기술만 배우면 의사가 아닌 기술자”라며 “의사를 의사답게 하려면 의료윤리부터 이수토록 해야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또한 “평점이 모자라는 사람은 거의 없는 만큼 연수평점만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진국 기준에 쫓아가기보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환경조성을 통해 여유가 생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참여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주수호 원장은 “개원의 대부분은 100평점 이상을 받고 있다”며 “개원의들 사이에 자기개발을 하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어 당사자들이 연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주 원장은 “연수평점 상향조정으로 회원들이 느끼는 것은 시간적 부담보다는 경제적인 부담”이라며 “참가비를 가급적 회원의 입장에서 책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용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강좌에도 참가비가 과도하게 책정되는 경우가 있다”며 “개원의 근무 여건상 반드시 참여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연수강좌의 합리성 마련을 제안했다.
한편 의협은 연수교육 규정 개정과 함께 연수교육 실시기관에 대해 1평점당 300원씩 부과키로 했던 연수교육 관리운영비 부과방침이 개원의의 반발로 일단 유보한 상태여서 오는 1월 1일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향후 연수교육 진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
200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