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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환자실 문제 아우르는 하나의 방법은 등급화”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부회장 인터뷰

우리나라 중환자의학의 역사는 다른 의료분야에 비해 오래 되지 않았다.


현대 의학의 발전에 따라 수술이 발달하고 항생제, 승압제 등 중증환자들에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이 갖춰짐에 따라 1950년대부터 유럽과 미국의 일부 병원에 등장하기 시작하고 그 효용성이 입 소문을 타면서 급격하게 퍼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 중환자실에 대한 기록은 없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1980년 대한구급의학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현재의 명칭으로 36년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본지는 최근 중환자실 생존율 향상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만난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부회장에게 우리나라 중환자 현황과 문제점, 학회가 생각하는 정책대안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나라 중환자 현황은 어떤가.


성인에서는 연간 약 30만회의 중환자실 입실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의 병원 사망률은 13.8%이고 중환자실에서 평균 4일을 머물고 있다. 사망률은 나이가 많을수록 증가해 80세 이상에서는 22.1%에 달한다. 한 환자에서 청구되는 총 금액은 약 585만원 정도이다.


인구 10만명당 ICU 입실 횟수는 70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앞으로 사회가 노령화 됨에 따라 중환자실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늘어갈 가능성이 높다. 사회 변화에 따른 중환자실 수요 변화를 예측해 이를 의료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중환자실 진료 질을 보장하는 개선 방안은.


중환자실 진료 질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중증 환자를 돌 볼 수 있는 시스템, 즉 다학제 팀이 갖춰져 있는가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료정책의 변화로 과거보다는 전담전문의가 있는 중환자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의 눈 높에에 맞는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한 전담전문의가 담당하는 병상 수의 제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원칙적으로 중환자실에는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를 두도록 하고 한 전담전문의가 담당하는 환자 수를 제한해야 하며, 특히 상급종합병원에서는 모든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 상주를 의무화 해야 한다.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다.


중환자의 상태 변화를 관찰하고 이에 대한 대처를 환자 곁에서 같이 해주는 간호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 간호사가 돌보는 환자의 수는 전담전문의와 더불어 환자 치료결과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현재의 간호 등급 체계에서는 간호사 수를 늘리면 병원 경영 입장에서는 오히려 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에 굳이 간호사 인력에 투자할 동력을 갖기 어렵다. 따라서 의욕을 가진 경험 많은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전문적인 돌봄을 환자들이 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정책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


환자의 위중도에 따라 한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의 수를 제한하고, 이를 상급종합병원부터 실시토록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심평원의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를 보면 지역 격차가 두드러지는데.


실제로 12개 1등급 병원 중 부산의 두 개 병원을 제외하고는 10개가 서울 지역의 병원이었다. 문제는 중환자는 지역 간 이동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안전하게 진료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는 각 지역별로 중환자를 어느 수준 이상으로 볼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국가 차원에서 중요하다.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강화해 의원이나 종합병원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중증 환자를 제대로 볼 수 있게 체계를 갖추게 하고 이에 필요한 추가적인 자원에 대해 충분히 보상을 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현재 이미 지정된 각 지역의 호흡기센터들의 중환자 진료능력 강화를 꾀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환자실 질 향상을 위한 제언을 한다면.


중환자실의 역할은 병원 자체의 역할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또한 한 병원에서도 그 중환자실에 어떤 환자들이 주로 입실되느냐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작은 규모의 종합병원이나 요양병원의 중환자실이 상급종합병원과 동일한 시설과 인력을 갖출 필요는 없으며, 또 같은 병원에서도 호흡부전이나 쇼크 등의 환자를 주로 돌보는 중환자실과 수술 후 안정 여부를 주로 관찰하는 중환자실의 인력과 시설이 동일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도 중환자실을 인력과 시설로 등급화하고, 한 병원에서도 중환자실 별로 등급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조금 더 유연하게 중환자실 운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국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미래의 중환자실 수요 예측, 중환자실 전문 인력 수급 방안, 지역 격차 해소 방안, 중환자실의 등급화 여부와 이의 실현을 위한 재정 조달 방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복지부, 심평원, 병협, 학회 등이 포함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끝으로 중환자실 문제는 너무 오랫동안 수면아래에 있었다. 이제 수면 위로 올라온 이 이슈를 국민의 건강권 회복 차원에서 사회의 여러 구성원들이 같이 힘을 합쳐 좋은 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