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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한국 류마티스질환의 치료 관리, 어디까지 와 있나

한국화이자, 전 세계와 한국의 의사와 환자의 인식차 확인하는 계기 마련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대한 한국 의사와 환자의 인식차를 확인할 수 있는 서베이 결과가 발표됐다. 전 세계 대비 한국만의 특수한 인식 차이를 종합한 결과, 국내 의사의 '3분 진료' 환경과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미흡한 정부의 지원체계가 문제제기 됐다. 

 한국화이자제약은 지난 17일 오후 4시 한국화이자 명동 사옥에서 'RA NarRAtive 서베이'의 주요 결과를 발표했다.

'RA NarRAtive'란 화이자와의 공동 작업으로 진행되는 '류마티스관절염의 성공적인 관리를 위한 환자 역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출범된 국제 프로그램으로, 17개국의 39개 의료기관 및 환자 단체의 대표들로 구성된 글로벌 자문 패널들이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RA NarRAtive 서베이'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와 관리에 대한 인식 조사로, 총 15개국에서 2년에 걸쳐 온라인 방식을 통해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의 목표, 치료제에 대한 만족도 및 순응도, 치료제 선택 및 변경에 관한 환자와 의사의 인식을 설문 조사했다.

이날 발표는 서울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은영 교수가 류마티스관절염의 전반적인 치료와 치료약물 기전의 변화에 대해 강의한 후, 'RA NarRAtive 서베이' 주요 결과 발표를 통해 류마티스관절염에 대한 전 세계와 한국의 의사와 환자의 인식 차이를 비교했다.

류마티스관절염에 대한 자세한 치료 정보는 메디포뉴스의 임상최신지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발표된 서베이를 통해 문제제기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쟁점은, 류마티스관절염이란 질환에 있어서의 의사의 진료환경과 치료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 부족, 의사와 환자와의 치료관리를 위한 소통의 인식 차이 등이었다.

우선 한국의 의사들이 진료하는 한달 평균 환자 수는 약 201.1명으로 전 세계 의사의 한달 평균 92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3분 진료' 현장을 엿볼 수 있는 수치다.


당연한 결과로 국내 의사와 환자 모두에서 의사소통에 대한 만족도가 전 세계 대비 낮게 나왔다. 의사(78%)와 환자(87%) 모두 '류마티스관절염 치료 계획에 대해 더 많은 대화를 원한다'는 대답이 전 세계 대비(의사 68%, 환자 56%) 많았다.

하지만 의사소통에 대한 만족도는 단순히 진료시간의 부족으로부터만 나온 결과는 아니었다. 이은영 교수는 자신의 진료 경험을 예로 들며, 환자와의 대화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솔직함의 부족'을 꼽았다. 짧은 진료시간에 환자의 치료 경과를 알아내는 데 있어 환자의 솔직한 답변이 중요한데, 많은 환자들이 의사와에 대화에 자세한 자신의 증상과 치료순응도를 솔직하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서베이 결과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한국 환자의 5명 중 4명은 의사에게 자신의 질환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하다고 느꼈으며,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많은 질문 때문에 자신이 까다로운 환자로 인식되는 것을 걱정한다고 답했다. 자신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혹시나 진료 의사에게 까다로운 환자라고 인식되어 진료상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은영 교수는 "'3분 진료'라는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진료환경은 지금 당장 개선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의사가 환자와 효율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스킬 교육이나, 운동요법 등 환자에게 진료 외에 질환에 대해 맞춤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 환경 개선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의사들은 류마티스관절염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항목으로 환자와 함께 치료목표를 설정하고, 환자와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 환자와 함께 질병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합의하는 것을 꼽고 있다. 질환 관리를 위해서는 목표설정부터 치료계획까지 환자와 상호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이 수반되어야 환자 스스로도 질병관리에 있어 책임감을 가지고 수행하며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이런 의사소통에 대한 의사와 환자와의 온도차는 전 세계 대비 매우 크다. 단적인 예로 국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14%만이 의료진과 질병관리 계획을 세웠다고 답한 반면, 의사는 약 48%의 환자가 질병관리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답해 의사와 환자 간의 의사소통에 심한 온도차가 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또한 의사(78%)보다는 환자(87%)에서 '류마티스과절염 목표와 치료에 대해 더 많은 대화를 하기를 원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는 전 세계 설문 수치(의사 68%, 환자 56%)보다 뚜렷하게 높기도 할 뿐 아니라 의사와 환자의 입장 또한 뒤바뀐 결과였다.

가장 흥미로운 설문 결과는 국내 환자가 담당의사를 원하는 만큼 자주 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의사(병원)와의 거리'를 꼽은 것이다. 이은영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 국토 면적이나 의료격오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 결과는 물리적인 거리상의 결과라기보다는 환자의 의사에 대한 심리적인 거리를 반영한 수치가 아니겠는가" 하는 의견을 보였다.

지금까지의 설문을 종합해 보자면, 환자는 의사와 질환에 대한 더 구체적이고 많은 대화를 원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에 따른 까다로운 환자로 인식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국내 환자들은 심리상으로 의사와 격리되어 있는 상태로 해석된다.

이은영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은 만성희귀질한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치료하고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설명하며,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개인별로 증상과 정도가 달라 증상에 따라, 환자의 선호도에 따라 다른 치료 계획을 세우고 관리해야 하는 맞춤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며, 따라서 진료시간에 한계가 있는 국내 진료환경에 있어서는 의사의 진료 외 운동치료나 질환에 대한 환자의 교육을 담당하는 다른 치료 옵션에 대한 지원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부언했다.

하지만 이은영 교수는 "현재 한국은 만성질환에 대한 약물치료 급여 혜택 외에는 류마티스관절염의 진료나 운동요법, 교육과 같은 다른 부분에 대한 지원체계가 전무한 상황으로 일부 대형병원에서만 자체적으로 비용을 들여 환자별 맞춤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여기에 지원되는 교육수가 또한 전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발표된 'RA NarRAtive 서베이'는 전 세계 규모로 조사된 설문 조사이다. 온라인 방식으로 조사된 만큼 데이터의 정밀성과 정확성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한국에서의 의사와 환자의 전반적인 인식차는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만성희귀질환인 만큼 치료기간이 길고, 약제에 대한 부작용 역시 많은 질환이다. 그만큼 의사와 환자가 함께 치료계획을 수립하고, 치료과정에서의 부작용이나 변화를 서로 면밀히 소통하고 반영하여 치료효과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질환인 것이다.

이번 서베이 결과를 통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치료와 관리에 정책적인 지원체계가 꼭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이끌어낸 만큼 학계에서는 이 결과를 얼마나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개선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활용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