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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문케어 앞두고 정부 · 의료계 첨예한 대립

"예비급여 심사로 삭감 시 공급자 무너져", "무조건 삭감 안 해"

지난 8월 9일 비급여의 급여화를 골자로 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발표된 이후 소위 문케어를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는 상황 속에서, 그간의 갈등을 풀고 文 정부의 건보 보장성과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8일 국회 본청 3층 귀빈식당에서 기동민 의원 · 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로 '지속가능한 보건의료 보장 강화의 올바른 방향은?' 주제의 2017 이슈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에는 ▲보건복지부 강도태 보건의료정책실장, 일산백병원 서진수 원장,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 서울중앙보훈병원 폐암센터장 김봉석 교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동아일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등이 참석했다.

일산백병원 서진수 원장은 "작년 이맘때쯤 추운 겨울에 이게 나라냐면서 전 국민이 일치단결했었다. 그 일 이후 현재 정권이 탄생했고, 보건복지 분야에 있어서 큰 과제를 만들었다. 비급여를 급여화하고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하며 우리도 공감한다. 다만 많은 우려가 있다."라면서, "현재는 과거로부터 학습되는 것이다. 의약분업을 시행하고 나서 건보재정 적자가 났을 때 의료공급자 피해가 많이 발생했음에도 국민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공급자는 '삭감', '환수' 등의 조치 앞에서 허약한 존재로 전락한다. 건보 재정이 약화한다면 언제든지 그런 우려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서 원장은 "우리나라 건보 체제의 특징은 본인부담금이 과도하게 많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본인부담금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비급여가 부정적인 측면을 안고 있지만, 비급여가 절대 악이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결코 진실과 가까워질 수 없고 왜곡을 낳을 수 있다. 비급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행위는 국민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과 같다. 심평원 기준으로는 의학적인 타당성이 없을지라도 개개인 입장에서는 심리적 안정 등의 이유로 그 (비급여) 검사를 원할 수 있는데, 모두 예비급여로 들어가 버리면 선택권을 요구해도 해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서 원장은 "예비급여 선정 항목을 모니터링할 때까지는 심사를 유예해달라고 심평원에 말하고 있으나 누구도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심사해서 삭감하면 병원은 환자에게 돈을 물어줘야 한다."라면서, "문 케어가 좋은 취지를 가진 제도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의료공급자들은 생업이 달린 문제이다. 계속 소통했으면 한다. 짧은 시일 내에 모든 일을 진행할 수 없다.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단기로 나눠서 진행하되 내용을 수정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문제점 중 가장 큰 것은 적정수가 부분이다. 적정수가는 현재 동상이몽 상태이다. 개원가의 경우 현재 원가보상률이 60% 수준이다. 그런데 서울대 김윤 교수는 87%라고 말한다. 갭이 크다."라면서, "공적 부조 성격의 건강보험은 그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필수적인 응급 의료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비급여가 정말 악인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번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제시된 저소득층 의료비 경감, 재난적 의료비 해소 등은 우리도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부분에서 과대포장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홍보에만 치중해서 일단 탁 터트려놓고 공무원들이 뒤치다꺼리하는 게 아닌가 싶다. 발표하고 나서 세세한 부분에서 문제가 나오니까 말 바꿔서 조금씩 보완하고 있는 현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불길한 예감이 적중하는 것 같다. 지금 토론회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너무 재정적으로만 접근하는데, 재정을 보호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게 공급자 측이다. 공급자가 무너지면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이미 늦은 거다. 왜 이런 말을 하냐면 내년에 건보 예상수입이 약 53조이다. 여기서 20%를 국고에서 지원해줘야 한다. 그런데 통과된 게 약 7조억 원이다. 미리 예산을 낮게 편성해 제출해놓고 국회 가서 또 삭감했다."라면서, "맹물로 가는 자동차는 없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다. 정부, 국회, 공무원, 국민 모두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최근 400명 대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여론 조사에서 '문 케어를 찬성하지만, 돈을 더 내는 건 싫다'고 상당수가 답했다. 국민 설득하는 것은 정부 몫이다."라면서, "민자고속도로를 예로 들겠다.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빨리 가고 싶은 거다. 전면비급화는 있을 수 없고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이번 문케어는 국민이 병원비 때문에 가계가 파탄 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게 목적인데, 현 정책은 그러한 목적을 잘 달성하고 있지 못하다. 2015년 기준 약 44만 가구가 의료비 때문에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유는 비급여 때문이다. 건강보험에는 본인부담상한제가 있어서 일정기준을 넘어설 경우 초과금액을 돌려주게 돼 있는데, 비급여에는 본인부담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의학적으로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이 뒤섞여 있어서 비급여에 본인부담상한제 적용이 어렵다. 비급여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도 그 이유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2005년도부터 2015년도까지 20조억 원이 넘는 돈을 신규투자액으로 투자해왔다. 그런데도 건보 보장성이 올라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낮은 급여 수가 부분을 비급여 진료 수익으로 메꾸고 있는 상태에서 비급여를 급여화할 시 기존의 저수가로 인해 생기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 새로운 비급여를 창출하는 소위 비급여풍선효과 때문이다. 이번 문 정부의 정책은 비급여를 통제하고 저수가를 적정수가로 만듦으로써 저수가와 비급여풍선효과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정책으로 비급여, 저수가 등으로 왜곡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바로 잡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노인 의료비 증가를 우려한다. 우리나라는 저수가로 인한 박리다매 식의 시스템 운영과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구조로 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비 증가를 걱정해서 아무것도 안 한다면, 시한폭탄을 안고 터지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나 다름없다."라면서, "그 폭탄을 해체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고, 30.6억 원을 투자해야 한다. 일차의료를 강화하고 저수가를 개선해야 하며 의료체계를 보완해야 한다. 즉, '지속가능성'과 '보장성'의 동시 과제를 달성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나는 비급여가 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또,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게 사회보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런데 MRI, 초음파, 항암제 등이 호화서비스이고 사회 커버 안 하는 영역인지 물어보고 싶다."라면서, "수가와 원가보전 인식 차이가 크다고 했는데 의료계, 시민, 정부 등이 나서서 적정수가를 지금부터라도 검증하면 된다. 지금 한 얘기들을 바탕으로 힘을 모아서 같이 결정해 나가면 된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보훈병원 폐암센터장 김봉석 교수는 "가족 중 한 명이 중증질환에 걸려 의료비로 인해 빈곤층으로 전락한 사례가 있다. 특히, 암 환자의 경우 고가의 비급여 항암제 때문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문케어의 근본 배경은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이다."라면서, "암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이다. 또, 국민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린다. 암은 재정적 부담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암 환자는 한 해 평균 2800만 원을 치료비용으로 쓴다. 이 중 60%가 비급여 항암제 비용이다. 암 환자 조사 결과에 의하면, 95%가 비급여 항암제 비용에 부담을 느끼며, 83%가 치료 비용 마련이 어렵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급여 항암제 중단 원인의 90%가 재정적 요인이다. 즉, 약이 효과가 있어도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지 못한다. 단지 재정적 이유 때문이다. 많은 암 환자들이 비급여 약제로 경제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라면서, "문 케어에서 예비급여와 약제선별급여에 약 11조억 원을 투입했다. 그런데 비급여약제에 대해 얼마 정도를 지원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내용이 없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나온 신약 중 60%만이 급여화됐다. 2007년에 허가된 신종 항암제는 급여화되지 않고 의학적 비급여로 편입됐다. 더군다나 허가 후 보험등재기간은 약 600일이 소요되는데 최근 조사한 바에 의하면 750일로 늘어났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암, 희귀질환 등은 신약 개발 속도가 매우 빠르다. 또, 약의 효과는 입증된 상황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국민의 3명 중 1명이 암이며, 사망률은 최고이다. 암 환자에게 있어서 가장 힘든 것은 경제적 요인이다. 우리나라 건보재정 약제비 중에서 항암제 투자 비율은 9% 정도이다. OECD 국가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암 치료에 있어서, 특히 항암제 부분에서 건보재정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박근혜 정부 때 적폐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의료비만큼은 박 정부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단지 비급여를 못 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한다. 내 생각에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으로 이어지면서 건보 보장률 목표치를 모두 제시했는데 약속을 아무도 안 지켰다. 그런 의미에서 문케어는 속 시원하고 좋다. 대안을 정교하게 많이 제시했다."라면서, "재난적 의료비 부분도 박 정부가 이미 맛을 보여줬다. 이번 정부에서는 이것을 제대로 하겠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현재 4대 중증질환 건보 보장률이 80%까지 상승했다.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 4대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받았던 환자 보장률이 2014년 84.6%, 2015년 85.7%, 2016년 86.7%로 증가했다. OECD 평균을 계산해보니 80% 중반대였다."라면서, "문케어에서 재난적 의료비를 잘 세팅하면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4년 뒤 문케어 평가 시 다 안 남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체계만 남을 거다. 지표를 계속 보장률로 가지 말고, 국민이 의료비를 체감할 수 있는 지표로 바꿔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강도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서진수 원장이 말한 비급여를 예비급여로 했을 때의 삭감 · 모니터링 문제에 대해 우선 말하고자 한다. 예비급여화를 시키면 처음부터 다 삭감할 수 없다. 경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제도적으로 풀어갈 수 있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심사체계 개편도 같이 준비 중이다."라면서, "또, 5년 동안 계획을 세워서 가지만 중간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재정 · 진도 문제가 발생하고, 정책을 진행하면서도 내용이 불합리하다든지 하는 점을 수정하는 경우도 생긴다. 2년 후, 3년 후 평가하면서 조정해 나가려 한다."라고 말했다.

강 실장은 "국고지원확대는 이견이 없다. 이용민 소장이 지적했지만, 정부가 14% 맞춰서 편성하는 게 맞다.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재정 여건을 고려해서 최대한 올렸는데 삭감된 문제도 있다. 그래도 확대하겠다는 방향에 대해서는 정부는 변함이 없다."라면서, "건강보험 2.04% 인상에 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는데 '내년도에 보험료를 왕창 올리자'는 아니다. 용납 범위에서 올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증감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2.04%가 낮은 수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실장은 "원가 문제는 여러 의견이 있다. 예전에 시·도 의사, 협회장님들과 얘기를 했다. 단기간 내 원가를 조사해보자고 했다. 수준이 어느정도이고 목표를 어느정도 잡아가면 좋을지 토론을 통해 상의하자고 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반응이 없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 언제든지 정부, 단체, 공급자 등이 같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상대가치체제 개편 시 그 부분을 함께 논의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강 실장은 "약제와 관련해서는 구체적 제시가 어렵다. 협상을 전제로 해서 항암제에 얼마를 재정투입하겠다고 할 때, 총액이 한정적인 부분도 있고, 기업 입장에서 뭐가 들어있는지 알게 되면 협상력이 약화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정보를 공개하기 어려운 소지가 있다. 신약 접근성은 강화하겠다. 이건 명확하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강 실장은 "지금 문 케어는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려는 시도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데 필요한 건 국민, 정부, 공급자, 기타 여러분이다. 정부 혼자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 같이 가야 한다. 출발을 뭉그적거리면 목표를 설정해도 가지 못한다. 가면서 갈등 · 다툼 · 불화가 생기더라도 가면서 치유하면 된다. 의료계도 그렇고 보험료를 내는 국민도, 정부도 계속 소통하면서 가보는 게 어떨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체토론에서 GSK 홍유석 사장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항목을 급여화했을 때 서비스받는 환자들, 공급자들 입장에서 어떠한 아웃컴이 올지는 논의가 충분히 안 이뤄졌다. 커다란 재정을 투자할 바에는 투자했을 때 실질적 아웃컴이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혜택 돌아올 수 있게 우선순위를 둬서 투자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박진식 보험이사는 "임상가로서 제일 걱정하는 것은 보험급여가 들어옴으로써 생기는 부적절한 적응증 판단이다. 심평원이 심사체계를 바꾸겠다고 했지만, 실제 현장은 제일 나은 선택이 삭감이라는 결과로 돌아오기 때문에 결국은 환자에게 위해 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인데 삭감되어서 돌아오면 치료를 포기하게 된다.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심각한 후유증을 겪거나 사망하게 된다. 왜 현재 시스템이 이렇게밖에 돌아가는지를 검증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