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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적 활용론' 유명무실한 보건의료 빅데이터

비식별화 및 개인 동의 여부 등의 프레임이 논점 흐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문제를 놓고, '실질적인 공공의 이익'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는 핵심 쟁점을 비껴가면서 비식별화와 개인 동의 차원의 기술적 · 법리적 논쟁만을 반복하고 있다는 전문가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9일 발행된 '의료와사회' 제8호에 수록된 한양대학교 김재용 교수의 '공공보건 역량강화를 위한 빅데이터 활용론' 논문에서 기존 빅데이터 개념 및 활용론 · 규제론들이 안고 있는 제한점들이 지적됐다.

논문에서 김 교수는 '상업적 목적으로 당신의 유전자 정보를 써도 되겠습니까?'라는 질의가 공개적으로 제기된 사례가 없다고 했다. 

대신에 빅데이터가 안겨줄 장밋빛 미래에 대한 청사진과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는 '비식별화를 위한 전산기술', 개인 동의의 법적 효력에 대한 '법리적 논쟁'들만이 난무한다고 했다. 

일례로 개인 건강정보를 민간 보험사에 팔아넘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건의 경우 공공데이터법의 '공공데이터의 영리적 이용인 경우에도 이를 금지 또는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에 따라, 실제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빅데이터 활용 문제가 행정적 · 법률적 요건만 갖추면 넘어갈 수 있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 · 합의가 있어야 하는 고도의 정치적 사안이라고 했다.

유럽연합에서 '민감한 개인 정보'에 적용하는 핵심 원칙은 공평성 및 적법성으로, 동의를 면제할 수 있는 사유는 '실질적인 공공의 이익'이며, 이 경우에도 '적절한 안전장치'를 필요조건으로 한다. 

그런데 과학적 연구나 공공보건은 실질적인 공공의 이익과 관련성이 높은 영역임에도, 김 교수는 모든 과학적 연구 · 공공보건이 자동으로 면제 대상에 속하는 것은 아니며, 비식별화나 형사처분 조항 등의 제반 기술적 · 행정적 해법들은 실질적인 공공의 이익을 인정받은 이후에 요구되는 불완전한 '필요조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와 이해집단, 관료들로만 구성된 임의의 협의체가 '개인에게 공개하는' 요식 절차를 밟는 것은 실질적인 개인 참여와 책무성의 원칙을 비껴가는 수법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빅데이터 활용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사회적 합의 수준이 현재 매우 낮은 상황이며,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강화의 지름길은 '공공보건 역량의 강화'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건강 관련 빅데이터는 불합리한 보건의료시스템을 개편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도구이며,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여러 관련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전 국민 코호트를 구축해 제반 건강문제들의 원인 · 과정 · 결과를 관통하는 새로운 과학적 근거 산출, ▲의료서비스의 질 평가, ▲환경부나 기상청, 노동부, 국토교통부 등의 자료들과 연계해 건강문제 발견 및 원인 산출, ▲약물 복용 부작용 모니터링 시스템 등 공익적 목적에 맞춰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관련 정책이나 사업들이 최근 강조하는 '공익적 활용론'은 전혀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공공기관 빅데이터의 목적 · 용도를 제대로 논하지 않은 채 제삼의 중립적 공간에 모아서 활용하려던 시도들도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제자리에서 본래의 목적인 공공의 이익에 맞게, 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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