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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기껏 키운 癌 인재, Big5에 다 뺏겼다

"많은 인력 뺏기고도 꾸준히 인력 양성하는 게 NCC의 저력"

"진료 · 연구 · 정책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세계 최고의 암센터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이다."

국립암센터(National Cancer Center, 이하 NCC)가 지난 22일 정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식당에서 이은숙 원장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액체생검을 이용한 췌장암의 예후 예측 연구성과를 비롯해 향후 NCC가 나아갈 방향 등을 언급했다.

한편, 그간 협소한 공간과 관련해 발생했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NCC는 현재 부속병원 증축과 주차동 증축을 앞두고 있다. 오는 3월 23일 NCC는 2020년 완공 예정인 부속병원 증축 착수를 위한 기공식을 개최한다. 



◆ "민간 하기 어려운 부분, NCC가 맡아서 해야"

기자간담회에서 이은숙 신임원장은 "NCC가 개원한 지 이제 17년이 넘었다. 개원 당시인 2001년에는 암 치료에 대한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라면서, "NCC에는 병원뿐만 아니라, 국가암관리사업본부라고 해서 국가암관리사업의 정책을 입안 · 수행하는 싱크탱크(Think Tank)가 존재한다. 또, 산하에 국제암대학원대학교를 두어 암 치료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등의 학생들을 가르쳐서 자국에 돌아갔을 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연구 분야, 암관리 정책 분야 등에서 양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그다음으로 연구소가 있다. 그간 NCC 연구소에서 키워낸 의사들이 대부분 Big5 병원으로 가서 그 병원을 휘어잡고 있다. 얼마 전 서울대병원 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같이 나온 부원장이 '우리 대학교에 있는 기라성과 같은 의사들이 다 국립암센터 출신이다. 매번 의사들을 NCC에서 빼 올 때마다 미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NCC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그렇게 많은 인력을 Big5에 전부 뺏기고도 지속적으로 인력을 양성해오는 게 NCC의 저력이다'라고 했다."라고 언급했다.

민간이 잘하는 부분의 경우 당연히 빠르게 넘겨주는 게 NCC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치료라는 게 머무르는 게 아니라 계속 흘러가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신치료기술에 있어서 NCC가 테스트베드(시험대)가 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되는 신치료기술들이 국내 병원에서 테스트를 받기는 쉽지 않다."라면서, 진료 · 연구 · 정책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도록 하는 게 NCC의 향후 역할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를 모아서 잘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NCC에서는 암 싱크탱크를 2년 전부터 준비해왔고, 현재 가시적인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암 빅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보건의료 빅데이터로 이어지게 하고, NCC가 보유한 중요한 기반시설 및 자원 등을 공유하는 게 NCC가 갈 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원장은 "민간의료기관이 호발암은 굉장히 잘 한다. 그런데 희귀난치암의 경우 여러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비해 돈은 안 된다. 그래서 민간이 하기 어려운 이 같은 것들을 NCC가 결국 커버해 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 "자국 암 연구 선도할 인재 양성이 목표"

국제암대학원대학교(이하 학교) 박종배 교수는 "학교를 설립하면서 가장 큰 목표로 뒀던 것이 리더 양성이었다. 리더는 크게 국내와 해외가 있는데, 해외 학생 대상의 리더 양성이다. 그동안 NCC가 했던 연구 방향 등을 가르침으로써 이 학생들이 자국에 돌아갔을 때 자국의 암 연구를 선도할 수 있도록 양성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라면서, "이 목표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이제 거두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예를 들어 우리 학교에서 석사를 마치고 돌아간 4명의 베트남 학생들이 베트남에서 첫 번째 InterContinental cancer conference를 주도하면서 자국에서 암을 선도하는 사람이 됐다."라면서, "또한, 우간다의 암센터와 연관된 핵심 인력들을 우리 학교에서 양성하고 있다. 그 외 라오스 등 여러 나라 대상으로 자국의 암 연구를 리드할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즉, 우리나라의 암 연구를 다른 나라에 전파하는 것이 첫 목표로 삼았던 부분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앞서가는 이들과 함께 '어떻게 국내 암 연구를 선도할 것인가'와 관련해, 대단히 많은 나라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일본 국립암센터의 경우 매년 12월 양국이 번갈아 가며 암 연구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고, 그 외 엠디앤더슨 암센터와 같은 미국 내 유명 암센터들과 네트워킹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원과 관련해서는 "석사는 20명이고, 박사는 7명이다. 박사의 경우 정원이 부족해서 정원 외로 외국 학생들을 받아서 양성하고 있다. 석사가 1~2년 차가 되면 40명이 된다. 박사는 보통 3~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해 뽑을 수 있는 인원을 그렇게 뒀다."라고 말했다.

◆ '혈액' 통한 췌장암 예후 예측 가능해져

액체생검(Liquid Biopsy)은 혈액 안을 돌아다니는 극미량의 암세포 DNA 조각을 정밀하게 검출해 분석하는 진단법으로, 진단기술이 발달하면서 암 진단부터 조기 검진, 예후 추적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며 의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국립암센터가 본 센터 박상재 연구소장, 공선영 진단검사의학과장 등 췌장암 다학제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혈액 내 암세포 DNA 조각(cell free DNA)으로 췌장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본 연구는 국제학술지 '임상화학회지(Clinical Chemistry)' 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다. 

췌장암 다학제 연구팀은 췌장암의 수술, 약물치료, 방사선치료, 진단검사 의사 및 연구자, 통계 전문가로 구성돼 췌장암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치료법을 연구한다. 

연구팀은 췌장암 환자 106명에게 채혈한 소량(5cc)의 혈액을 디지털 PCR 기술을 이용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혈액 내 KRAS(케이라스) 돌연변이의 농도가 높을수록 췌장암의 예후가 나빠짐을 확인했다. 

KRAS는 주요 발암 유전자로 90% 이상의 췌장암 환자에게 KRAS 변이가 발견되는데 농도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과 비교해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4.01배나 높았다. 연구팀은 혈액 내 이 변이의 농도에 따라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도 수술 후 재발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치료전략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재 연구소장은 "췌장암은 조기발견이 어렵고, 전이와 재발이 잘 되는 치명적인 암으로 예후 예측을 통한 환자별 맞춤 치료전략이 췌장암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수술 가능한 췌장암 환자의 혈액에서 KRAS 돌연변이가 높게 측정된다면, 수술에 앞서 항암치료를 먼저 적용하는 치료 등을 적용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공선영 진단검사의학과장은 "종양을 생검해야만 어떤 조직인지 알아낼 수 있고, 암에 대해서 진단할 수 있는데, 혈액 내 종양에는 DNA가 있다. 이러한 것들을 검출 · 검사하는 방법을 최근 액체생검이라고 지칭하며, 이 같은 진단법들이 최근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라면서, "흔히 난치성 암으로 분류되는 췌장암의 경우 기존에는 적용할만한 바이오마커가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바이오마커를 검출함으로써 수술했거나 항암 치료를 받는 췌장암 환자의 경우 예후를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췌장암 바이오마커 가능성을 확인한 첫 연구 성과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공 과장은 "액체생검은 조직생검에 비해 빠르고 간편해 환자에게 부담이 적은 방법이라 향후 활용 분야가 확장될 것"이라며, "이번 연구의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