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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부는 사업 ‘기반 조성’만 하면 된다”

신수용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가 말하는 인공지능 신약개발과 블록체인 기반 의료데이터 공유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2018년도 제약산업 육성ㆍ지원 시행계획(안)’을 발표했다. 인공지능 신약개발을 위해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기관 간 분석자료 공유ㆍ활용 네트워크 구축 운영 ▲신약후보물질 발굴 bottle-neck 개선 플랫폼 구축사업 ▲국ㆍ내외 제약산업의 신약 R&D 실패경험 공유 및 정보 축적을 위한 플랫폼 구축 사업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 메디포뉴스는 정부가 펼치고자 하는 정책들이 과연 현실성 있고, 이러한 사업이 잘 진행되기 위해서 어떤 것을 갖춰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신수용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울러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의료정보 공유에 대한 의견도 들어봤다.[편집자주]



-복지부가 이번에 발표한 ‘2018년도 제약산업 육성ㆍ지원 시행계획(안)’에 명시한 인공지능 신약개발 위한 일련의 사업을 어떻게 보는가?

기본적으로 이 사업들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인공지능 신약개발과 관련해서도 필요성은 공감한다. 다만 너무 과장된 측면이 많다. 

신약후보물질 발굴 bottle-neck 개선 플랫폼 구축사업의 경우 사업의 앞단만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뒷단이다. 소위 말하는 임상 4상(post-market survey:PMS)이 제일 중요할 수 도 있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대부분 PMS 관련 연구는 약의 출시를 취소하는 연구이기 때문에 꺼려하는 연구 내용이긴 하다. 결국 PMS가 인공지능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사항 중 하나다. 왜냐하면 PMS라는 것이 현장에서 돌아가는 real data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가지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사업은 돈은 안 된다.(그래서 정부가 더 해야 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국ㆍ내외 제약산업의 신약 R&D 실패경험 공유 및 정보 축적을 위한 플랫폼 구축 사업은 가장 황당했던 사업 내용이다. 가능하지 않다. 회사들이 왜 굳이 실패한 데이터를 내놓겠는가? 정부가 강제할 수 없다. 기업이 자신들의 돈으로 펼친 R&D 실패경험을 공유한다면 감사한 일이지만, 기업체가 그렇게 할 수 이유도 없다. 

차라리 정부에서 지원했던 그 수많은 R&D 국책 과제 연구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다. 단순히 연구보고서 형태로 PDF 파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raw data를 받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gene에 대해 이 리드를 사용하면 될 것 같았는데, 잘 안됐다는 data를 가지고 데이터 베이스화부터 해보자는 것이다. 만약 내가 A라는 물질을 B에 target 했더니, 잘 안되더라는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것이 먼저다. 그렇다면 이런 실패는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A대신 C, D 물질로 연구해서 연구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 국책 연구 결과 자체도 공유하지 않으면서 기업에게 실패 사례를 공개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우리나라 식약처는 임상시험 정보 자체도 제대로 공개를 안 한다. 한 달이나 분기별로 엑셀파일을 공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Clinicaltrial.gov 정도는 아니더라도 실시간으로 지금 어떤 임상이 진행되고 있는지 정도는 공유가 돼야 한다. 사기업에 실패 경험을 공유하라는 것보다 이런 것이 먼저다. 

-제약바이오협회에서 인공지능 신약개발 센터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제약 분야를 잘 몰라서 특별히 말하긴 힘들다. 다만 사업 예산의 출처가 중요하다. 협회 회원들이 (자금을) 각출해서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그것 자체로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만약에 그것도 정부 돈으로 과제화 시킨다면, 왜 정부가 여기에 돈을 써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왜 정부가 사기업의 영리목적 행위에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가?

-인공지능 신약개발과 관련해 과장된 부분이 무엇인가?

AI가 마치 요술 방망이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인공지능은 다만 도구일 뿐이다. 인공지능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착각이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썼던 통계적 기법이 나쁜 것도 아닌데, 마치 이것을 쓰면 구시대적 산물을 쓰는 것처럼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약개발 하는 것 자체는 맞다고 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주도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가?

개인적으로 정부 주도로 가는 것은 반대다. 다만, 이런 과제가 왜 만들어지는 지는 이해한다. 개인적인 견해로, 정부 주도로 무언가를 한다는 자체가 구시대적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이런 사업이 있을 때 (빗장 혹은 규제를) 열어주는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지, 플랫폼을 구축의 주체가 될 필요는 없다.  

정부가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정부는 정부는 자신들이 가진 데이터를 개방해 쓸 수 있는 데이터로 만들어 주면 된다. 왜 거기에 많은 것을 붙이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에 이런 사업을 그나마 회사에서 하면 낫겠지만, 학교에서 진행하면, 이 사업이 끝난 후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이런 전처를 밟았던 과제가 1-2개 였던 것도 아니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계획안을 보면 정부가 서버를 구축한다는 명목으로 서버 구축비를 상당량 책정해 놨는데, 하드웨어 구축비로만 4억 5,000만원을 책정해 놨다. 이것은 각 기관이 과제로 돌려서 예산을 받으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왜 이 기관들이 이런 사업을 내 놓고, 예산을 책정해 놓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관은 이 데이터를 구축해 놓을 수 있는 간단한 포털을 구축해 놓고, 왜 세금으로 분석 중개센터를 만들어줘야 하는가? 미국 정부는 데이터를 오픈해 놓지, 플랫폼 자체를 구축하지는 않는다. 정부는 분석까지 할 여력이 없다. 

분석의 툴은 R, 딥러닝 등 다양하다. 다양한 분석 툴을 수용할 수 있는 관리 체계가 이슈가 된다. 만약 딥러닝으로 분석한다면, GPU 코어까지 제공해주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정부는) 데이터만 제공하고, 분석을 알아서 하라는 것이 더 낫다. 개인정보호법 등이 문제가 된다면, 클라우드 솔루션을 만들면 될 문제이지, 왜 서버를 직접 사나? 클라우드의 경우, KT에서 G-cloud를 사서 쓰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계약을 하면 되는 것인데, (왜 정부에서) 하드웨어 구축에 중점을 두는지 잘 모르겠다. 

-메디블록과 같은 가상화폐를 이용한 EMR 거래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거래는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많은 분들이 법의 해석이니 다를 수 있지만, 결국 메디블록의 핵심은 환자가 자신의 정보를 팔겠다는 것이다. 내가 내 정보 팔겠다는 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결정권’이다. 

예외가 되는 것이 주민등록번호인데, 본인이 의무기록사본을 발급 받아서 자신이 그 의무기록사본을 뿌려도 문제가 되지 않고 그 것을 주워가는 사람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본인이 직접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의무기록사본에 주민등록번호가 명시돼 있으면, 뿌린 본인은 괜찮지만 주워간 사람은 법에 저촉된다. 왜냐하면 주민등록번호는 법에 의해 명시된 것에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의 의료정보를 직접 메디블록에 올려 메디코인을 받고 판다는 개념이 법에 저촉될 여지는 없다. 자기결정권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병원은 메디블록과 같은 의료정보 공유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 같나?

여러가지 유권 해석이 있다. 여러 논란이 있으나 명확히 정리된 것이 있다. 지금은 어느 병원에서도 의무기록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현재는 의사들도 의무기록은 환자 것이라고 인정한다. 의료법에 의하면, 의무기록사본을 환자가 요청하면 병원이 환자에게 제공하도록 돼 있다. 의사 것이라면 거부권이 있어야 한다. 만약 EMR이 의사 것이라면 의사에게 거부권이 있어야 하나, 의사에겐 거부권이 없다. 

의무기록사본은 환자 것이고, 다만 의사는 지식재산권은 가질 수 있다. 왜냐하면 의사가 자신의 지식을 가지고 창작한 것이라고 볼 수 는 있기 때문이다. 지적재산권은 인정된다는 해석이 있다. 

환자는 의무기록사본을 받기 위해 병원에 수수료를 지불한다. 결국 병원은 수수료를 통해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상은 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수수료가 생각보다 크다. 큰 병원은 이 수수료만으로도 몇 십억원 규모로 돈을 번다. 

블록체인과 관련해 최근 제기되는 문제는 ‘잊혀질 권리’다.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애매한 부분인데, 유럽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보면, ‘right to be forgotten’이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모든 정보가 깨끗하게 지워져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페이스북에 탈퇴하면 내가 페이스북에 가입했다는 흔적도 남아서는 안 된다. 블록체인은 이것이 불가능한 기술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문제다. 이더리움 창시자 한국에 와서 잊혀질 권리에 대한 질문을 받자 “블록체인의 개인정보를 올리는 것은 블록체인의 사상을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고 답했다. 나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메디블록도 우리나라에서는 모르겠으나, 잊혀질 권리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블록체인에 대해 회의론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도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원리를 파고 들어가다 보면 80-90년 대의 ‘분산형 데이터베이스’와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철학적으로도 동의하지 않는다. 제가 아는 분이 한 말이 “블록체인은 신뢰가 없는 사회에서 신뢰를 극한으로 활용한 기술이다”고 말씀하셨다. 예를 들어, 은행을 믿으면 은행이 원장을 관리하는 것을 믿을 수 있는데, 그 은행을 못 믿는 것이다. 그래서 다 분산시켜 놓아서, 1-2명도 아니고 여러 다수결에 의한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결국 만인에 의한 만인의 감시체계를 만든 것이다. 비신뢰 사회의 극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인 견해다. 

물론, 메디블록은 국내법 상은 가능하다. 국내법상 잊혀질 권리는 그렇게 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메디블록의 주요 이슈는 회원이 탈퇴했을 때다. 지워지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데이터 셋에 접근하는 것이 막는 것 만으로도 지웠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GDPR에서는 이 부분을 인정받지 못 할 수도 있다. 이 부분은 논란은 있다. 이것이 인정되면 문제가 없다.

-블록체인 기반 의료정보 활용에 모두 회의적인 입장인가?

활용 가능한 부분도 있다. 마약류감시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당장 고시가 나오면 시작해야 하는데, 마약류는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두 관리돼야 하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적합할 것 같다. 

동의서도 블록체인에 적합할 것 같다. 아산병원기준, 동의서만 3,000종이 넘는다. 각종 수술, 검사에 동의서를 모두 써야 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을 관리하면 편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강정보도 활용 가능할 것 같다. 포털 다음이나 네이버에 병원에서 건강정보를 올린다. 한 번 올리면 갱신이 안 된다. 예를 들어 건강정보를 블록체인을 올리면, 누가 올리지는 지 확인 할 수 있고, 진짜 의사가 올렸는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정보를 많이 보면 코인을 더 많이 받아가는 식으로 만들면 좋을 것이다. 건강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의료 빅데이터와 관련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정부가 어떤 사업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 하자는 입장이다. 시장으로 비유하면 외국의 경우 정부는 시장의 구획만 정해주고 손을 놓는다. 우리나라는 구획을 정해 놓고, 심지어 장소에 따라 무엇을 팔아야 하는지 다 정해 놓는다. 심지어 연구자 조차도 정부가 이런 역할을 하길 요구한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연구자들이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으니, 정부에 이런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는 시장을 마련해 놓고 기업이나 학계가 뛰어 놀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놓으면 된다. 빅데이터로 돌아오면, 정부는 정부는 공공 데이터를 공개해 활용할 수 있게만 해주면 된다. 

정부는 판을 벌여 주고, 공정하게 따올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해주면 된다. 그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 규칙도 제대로 못 만들고, 규제만 이상하게 많이 한다. 

다음 편에서는 신 교수가 밝힌 EMR 데이터 공유와 인증 체계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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