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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펜스룰? 회피행동이자 '반작용적 공격성'의 발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미투 · 위드유에 대한 입장 발표

최근 사회 주요 이슈로 대두된 미투(Me Too), 위드유(With You) 운동과 관련해 의료계가 공감과 지지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하 학회)가 23일 미투 · 위드유에 대한 입장을 전하며, 젠더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실질적 · 적극적 보호 및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학회는 젠더폭력이 불평등한 힘의 관계에서 발생해 약자 인권 ·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 폭력의 한 형태로서 분명한 범죄행위일 뿐 아니라,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가 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위드유의 일환으로 ▲젠더를 포함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실제적이면서도 꾸준한 교육 체계 구축 ▲젠더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실질적 · 적극적인 보호 및 지원방안 마련 ▲미투 · 위드유 부작용인 다른 젠더 기피 경계 등을 제시했다.

학회는 "성폭력 예방 등을 정규 학교 교과 과정에서 비중 있게 다뤄야 하고, 직장 및 학교뿐 아니라 교육의 대상은 '젠더를 가리지 않는 전 국민'이 돼야 하며,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문화 변화 운동의 형태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2차 피해와 관련해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주변에서 정서적 · 실제적 · 법적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사자 잘못으로 치부하거나 사회적 부적응자로 여기는 잘못된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다."라면서, "주변 사람들이 피해 사실을 알았을 때 은폐를 시도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와 함께하면서 용기 있게 말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해바라기센터'와 같은 통합적 원스톱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안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학회는 의도치 않은 행동으로 가해자로 몰릴 수 있으니 심지어 '펜스룰'을 내세워 아예 이성간 교류를 차단하겠다고 하는 경우를 언급했다.

학회는 "상대방을 피하는 것은 단순히 문제에 얽히기 싫다는 측면이 반영된 회피행동이며, 그 이면에는 반작용적인 공격성이 내재해 있다고 볼 수 있다."라면서, "양 젠더의 대립은 사회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서로 다가서는 태도로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부인과 자식들에게 상처를 주어서 미안하다'는 말이 행위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라고 했다.

학회는 "다른 젠더를 가진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행위가 허용될까?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것이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했던 행동이 다른 사람이 내 배우자나 자녀에게 했을 때 내 마음에 불편함이 없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학회는 젠더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예방 · 상처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다짐했다.

다음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발표한 입장 전문이다.

미투-위드유에 대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입장

최근 미투(Me Too), 위드유(With You) 운동이 점화되어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젠더폭력의 심각성을 통감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공감과 지지를 보내는 바이다. 젠더폭력은 불평등한 힘의 관계에서 발생하여 약자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폭력의 한 형태로서 분명한 범죄행위일 뿐 아니라,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우리사회에는 젠더폭력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하여 다양한 형태의 암시적, 명시적 폭력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위드유'의 일환으로 젠더폭력을 예방하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하는 바이다.

첫째, 젠더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실제적이면서도 꾸준한 교육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최근 직장 내 성폭력 예방 등에 대한 교육 과정이 도입 되면서 이전보다는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고는 있으나 좀 더 적극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며, 특히 정규 학교 교과 과정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상대방의 고통에 대한 몰이해와 무공감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형식적인 교육은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을 수 있을지 몰라도 효과는 보장하기 어렵다. 직장과 학교 등에서의 실효성 있는 교육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다. 직장 및 학교 뿐 아니라 교육의 대상은 '젠더를 가리지 않는 전 국민'이 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문화변화 운동의 형태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 젠더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보호 및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피해자임에도 오랜 기간 침묵하고 고통을 견딜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주변에서 정서적, 실제적, 법적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때 당사자의 잘못으로 치부하거나 사회적 부적응자로 여기는 그 동안 잘못된 사회 분위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이 피해 사실을 보았거나 알았을 때 은폐를 시도하기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와 함께 하면서 용기 있게 말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해바라기센터’와 같은 통합적 원스탑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안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공공 차원에서 법적, 심리적 문제에 대하여 보다 다양한 방식의 보호 및 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미투 위드유의 부작용으로 다른 젠더를 기피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미투 또는 위드유 운동을 통해 그 동안 관습으로 포장되었던 행위들의 범법성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자신도 어느 순간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의도치 않은 행동으로 가해자로 몰릴 수 있으니 심지어 '펜스룰'을 내세워 아예 이성간 교류를 차단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상대방을 기피하는 것은 단순히 문제에 얽히기 싫다는 측면이 반영된 회피행동이며 그 이면에는 반작용적인 공격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양 젠더의 대립은 사회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서로 다가서는 태도로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행위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는데, "부인과 자식들에게 상처를 주어서 미안하다."이다. 다른 젠더를 가진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행위가 허용될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것이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했던 행동이 다른 사람이 내 배우자나 자녀에게 하였을 때 내 마음에 불편함이 없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우리사회가 진정으로 성숙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나와 다른젠더를 존중하고 역량을 강화하며 소중하게 활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믿으면서, 젠더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예방과 상처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