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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내가 진료받은 의사가 HIV 감염자…고지 의무 있을까

감염 의료인도 똑같은 환자 vs 환자의 알 권리

현재 우리나라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의료인의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기준이 전무한 상태다. 예전과 달리 HIV는 약물로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이 됐지만, 진료 과정에서 전파 위험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의료인의 의료행위 규제' 논문을 통해 감염 의료인 의료행위 규제에 대한 새로운 논의점을 제시했다. 박 교수의 이번 연구는 지난 2월 국내 법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일감법학 제39호에 게재됐다.

◆ HIV 감염, 국내에서만 지속적인 증가세 보여

HIV는 에이즈(AIDS,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로, 전 세계적으로 HIV · AIDS는 세계적으로는 지속적으로 감염자 수가 줄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성을 금기시하는 문화 특성상 신규 감염자가 늘고 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HIV/AIDS 감염인은 2016년 전체 11,439명으로, 2016년 한해만 1,119명이 신규로 신고됐다. 

HIV 감염은 완치할 수 없고 효과적인 백신도 없지만, 약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즉, 전염됐다고 반드시 죽지 않는다.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고, 이에 따라 생존 기간도 급격히 연장됐다. 약을 잘 먹고 여러 기회감염 치료만 잘 받으면 80%의 사망위험도를 줄일 수 있다. 즉, 약물 복용 등 적절히 치료만 이뤄지면 평생 비감염인과 같은 일상생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 HIV 감염 의료인 늘어나면서 문제점 부각

우리나라의 전체 HIV 감염인구 증가는 감염 의료인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의료인은 직접 감염인을 돌보다 보니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이러한 의료인 감염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의료인이 또다시 면역력이 낮은 환자를 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실제 감염 의료인에서 환자로 HIV가 전파될 확률은 매우 낮으나,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HIV 감염 의료인도 별도 규제 없이 진료행위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파 위험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진료행위 제한 및 환자 공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 돼왔다. 논의점은 ▲감염의 위험성이 있으니 의료인의 진료행위를 규제해야 하는지 ▲환자 전염에 대비해 환자에게 의료인의 감염 여부를 공지해야 하는지 등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당연히 HIV 감염 의료인을 피하고 싶고, 이를 위해 의료인의 HIV 감염 여부를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감염방지만 확실하다면 전염의 위험이 매우 낮은데 의료행위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차별이다. 감염 환자의 진료요구를 의사는 거절할 수 없는데, 감염 의료진의 의료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질병은 사생활이므로 이를 고지할 의무가 없다 등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 해외에서도 나라마다 기준 상이해

해외에서도 HIV 감염 의료인 규제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미국의 경우 HIV에 감염된 의료진의 의료행위에 대해 일상적인 의료행위는 특별한 규제를 하지 않지만, 정형외과 수술, 위암수술 등 감염되기 쉬운 의료행위의 경우 비교적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의료진이 HIV 치료 약을 먹고 잘 조절하는 경우 환자에게 HIV가 전파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판단하여 감염되기 쉬운 의료행위를 포함한 거의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규제하고 있지 않다. 

이와 달리 싱가포르는 의료종사자 전원 규제, 호주는 치과대학 학생과 수련의를 대상으로 HIV 감염 테스트를 진행하며 HIV에 감염된 의료인의 경우 감염에 노출되기 쉬운 의료행위를 금지하며 이외의 의료행위에 대해서만 허용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HIV 감염 의료인에 대한 규정과 법률이 전무하다. HIV 감염인에 있어 직업 종류에 따라 취업제한 법규가 있지만, 의료인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문화 특성상 아직도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며, HIV에 대해 거론하는 자체를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현재까지는 HIV 감염인의 병의원에서 진료 시 차별에 포커스를 두고 있지만 이와 함께 HIV에 감염된 의료인의 의료행위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와 더불어 나를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의 HIV 감염 여부에 대해 환자들에게 어디까지 알려야 하는지 즉, 환자들의 알 권리에 대한 밸런스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 등 HIV 감염된 의료인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공론화를 시켜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HIV에 감염된 의료인들이 현재 근무하는 의료기관에서 HIV에 감염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쫓겨나는 것 역시 일종의 차별행위로 생각되며, 이들을 어떻게 사회에서 보호할 것인가도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박 교수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경영학사 및 고려사이버대학교에서 법학사에 이어 현재 방송통신대학교 법학석사 과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