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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연명의료중단법 시행 넉 달째, 좋은 죽음은 무엇일까?

가족 · 친구와 소중한 시간 함께해야

지난 2월 '호스피스 ·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이하 연명의료중단법)이 시행됐으나 아직은 법적 안정성이 결여돼 있어 일선 의료 현장에는 혼란만 가중되며, 환자의 죽음 결정권 또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대균 교수가 좋은 죽음에 대해 다소 철학적인 질문을 던졌다. 8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한국의료질향상학회 봄학술대회에서 김 교수는 '급성기 병동에서의 생애 마지막 시기 돌봄 현실과 나아갈 길'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임종 과정에 있는 우리나라 환자들은 별도 부담으로 1인실을 이용하는데, 병실 사정에 따라 어수선하며, 사생활 보호가 어려운 병동 내 처치실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게 될 수 있다."면서, "의료진은 임종기 환자 돌봄에 대한 교육 · 수련 경험이 거의 없어서 환자 · 가족을 대하는 일을 부담스러워 한다."라고 말했다.

질 높은 돌봄 · 배려가 결여된 임종기 돌봄은 의료진 · 병원에 대한 실망 · 불신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했다.

이어서 "병원 사망이 급증함에도 우리나라 병원 대부분은 임종기 환자가 가족들과 함께 마지막 순간을 평온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배려하지 못한다. 호스피스 병동 설치 의료기관 외에는 임종실 운영 사례가 거의 전무하고, 별도의 적절한 임종 돌봄 수가가 없어 인력 투입도 곤란하다."면서, "저수가 구조에서 1인실은 중요한 비급여 수익이다. 민간의료보험 가입 확대로 1인실 선호도가 증가했으며, 대형병원일수록 임종실 활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2015년 기준 임종 질은 80개국 중 18위, 아시아 4위로, 김 교수는 "질 상승 요인 대부분은 호스피스 급여, 일부 정책 영향으로, 병원 내 실질적인 환경 변화는 미미하다."라고 했다.

좋은 죽음은 ▲존경 · 존엄성을 가진 개인으로 대해지고 ▲통증 등의 증상에서 해방되며 ▲친근한 환경에서 ▲가족 · 친구와 함께 있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연명의료 과정에 관해 김 교수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에게 호스피스 의향을 확인하면, 대학병원 자문팀에 의뢰해 질 높은 입원 · 돌봄을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다학제팀 접근을 통해 임종기를 판단해 임종기 돌봄이 진행된다."라면서, "우리나라 실정에서 환자 · 가족이 받는 고통이 그나마 덜하고 영적 · 심리적 지지 속에서 사망할 수 있는 돌봄은 호스피스 형태다."라고 설명했다.

2016년 기준 호스피스 완화의료 이용률을 살펴보면, 말기암의 경우 17.5%이며, 사망자 수 대비 이용률은 4.9% 수준으로, 나머지 환자는 급성기병원 · 요양병원에서 돌봄 중 사망한다.

대한중환자의학회가 금년 2월 제작한 '연명의료중단 및 임종기 돌봄 권고안'은 중환자실 대상 환자에게 적용되는 연명의료 중단 및 임종 돌봄의 범위 · 기준으로, 근거 수준 · 권고 강도를 제시할 수 없는 것이 한계로 지적됐다. 일반병동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를 위한 임종돌봄 임상진료지침은 올해 말 개발 예정이다.

김 교수는 "2008년에 영국도 우리와 동일한 고민을 했다. 집에서 죽길 원하는 환자가 병원에서 사망하며, 돌봄 질이 너무 낮은 게 이유였다. 영국에서는 어떤 환자를 임종기 돌봄으로 전환할 건지, 언제가 임종기인지 등을 체계적으로 개발했다."라고 했다.

이어서 "임종 돌봄은 ▲개인을 개별적 존재로 여기고 ▲차별 없이 온당한 의료 접근성을 가지며 ▲최대한의 안녕 · 안위를 보장해야 한다. ▲통합된 팀 돌봄뿐만 아니라 ▲모든 병원 직원이 돌봄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각 지역사회가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임종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며, 간호사 헌신 · 스킬만으로도 안 된다. 병원 내 모든 직원이 임종에 있어 각자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환자가 임종기에 진입했음에도 가족들이 환자에게 집중을 못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 모니터만 쳐다보며, 언제 죽는지만 관심 있다. 정작 소중한 시간은 함께하지 못한다. 치료 전환을 언제 할 것인지 실천적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돌봄 질 향상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생애 말기 접근에 대한 토론 ▲평가 · 돌봄 계획 수립 · 검토 ▲돌봄 코디네이션 ▲급성기 병동에서의 질 높은 돌봄 제공 ▲임종기 돌봄 ▲사망 이후 돌봄이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영국에서는 임종 돌봄을 위해 체크리스트를 활용한다. 해당 환자의 임종 가능성 판단, 환자가 원하는 돌봄 목표 점검 등을 체크하게 돼 있는데, 최소 간호사 한 명에 환자 한 명이 배정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여건에 맞는 임종기 프로세스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했다.

김 교수는 "영국은 10년 전 임종기 전략을 수립했는데, 우리나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이제 막 연명의료중단법을 시행했다. 좋은 죽음은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어떻게 돌봐야 하며,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고려돼야 한다."면서, "과거와 같이 외국의 좋은 제도를 벤치마킹해 유사 제도를 만들거나 소비자 관점에서 무조건 임종실 운영, 제공자 관점에서 수가를 만들어줘야만 뭘 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으로는 좋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힘들고, 방향 설정도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모두가 공감하는 제도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모형을 설정 · 실행해나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