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학술/학회

국내 항암분야의 바이오시밀러 처방 확대, 갈 길 먼듯

의료전문가, “교차처방에 대한 근거 확보와 환자 교육 및 홍보 선행돼야”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국내 제약사도 적극 뛰어들어 연구개발 및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시장. 늘어나는 의료비용에 대한 약제비 절감 방안의 하나로 미국과 유럽의 규제 당국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지만, 국내 항암치료 분야에서 처방 활성화까지는 해결해야 하는 합의점이 여전히 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암학회는 21~22일 양일간 서울 소공동 소재 서울롯데호텔에서 제44차 대한암학회 학술대회 및 제4차 국제암컨퍼런스를 개최 중이다. 국내 암 관련 주요 이슈들과 향후 연구 방향을 살펴보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바이오시밀러의 주요 이슈’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21일 진행됐다.


해당 심포지엄에는 셀트리온 김호웅 상무, 식약처 김종원 연구관, 국립암센터 박인해 교수, 서울대병원 김태용 교수가 발제를 맡아,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제조사, 규제 당국, 의료진으로서의 각자의 시각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셀트리온은 현재 항암치료 분야에서는 혈액암 치료 항체 ‘맙테라(성분명 리툭시맙)’의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유방암ㆍ위암 치료 항체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를 개발해 유럽 전역에 출시했거나 출시를 준비 중이며, 미국 진출을 위한 허가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룩시마’의 경우 셀트리온은 작년 4월 영국에서의 첫 런칭을 시작으로 출시 1년 만에 유럽 18개국(독일ㆍ프랑스ㆍ 스페인ㆍ이탈리아ㆍ스웨덴ㆍ핀란드ㆍ덴마크ㆍ체코ㆍ불가리아ㆍ크로아티아ㆍ슬로베니아ㆍ헝가리ㆍ루마니아 등)에 판매를 확대했다.


또한 셀트리온은 ‘트룩시마’의 유럽 런칭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의약품청(EMA)의 판매 허가 이후 3개월 만인 지난 5월 영국과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 내 총 7개 국가(스페인ㆍ포르투갈ㆍ네덜란드ㆍ오스트리아ㆍ아일랜드)에서 ‘허쥬마’ 판매를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셀트리온은 5월 ‘트룩시마’의 미국 허가를 위한 보완자료 제출에 이어 최근 6월에는 ‘허쥬마’의 보완자료 제출을 완료하며,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연내 미국 품목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 김호웅 상무는 “최초의 바이오시밀러 인플리시맙의 경우 현재 유럽 내에서 50% 이상 바이오시밀러로 대체되었으며, 인플릭시맙 이후 두 번째로 도입된 리툭시맙의 대체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김 상무는 “바이오시밀러를 일찍이 도입한 노르웨이 등 북유럽의 경우에는 약제비용이 줄어듦과 동시에 약제처방은 늘어, 약제비 가격 인하는 물론이고 환자의 치료접근성을 높이는 결과를 나타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식약처 김종원 연구관은 “식약처는 바이오시밀러에 관해서는 WHO 가이드라인을 전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하며, 유럽과 미국, 그리고 한국에서의 바이오시밀러 허가 과정에서의 쟁점을 설명했다.


김종원 연구원에 따르면, 유럽은 바이오시밀러 도입 역사가 오래된 만큼 최근에는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위한 파격적인 제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의 바이오시밀러 허가 사례를 바탕으로 단백질 수준에 따른 특목별 가이드라인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단백질 제제의 경우에는 비임상과 임상을 면제해주는 방안과 구조가 다소 복잡한 항체 제제의 경우에도 3상 임상 꼭 필요한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에는 40개 바이오시밀러가 허가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WHO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비용의 절감을 위해 대조약을 전 세계 공통으로 지정하자는 의견도 개진 중이다. 국가에 따라 대조약이 해당 국가에 도입된 제품이 아닐 경우 허가가 안 되는 국가들이 있어 해당 국가에 허가를 위해서는 그 나라에 도입된 대조약으로 다시금 동등성을 입증해야 하는 사례가 생기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유럽은 바이오시밀러가 품질에 대한 동등성을 입증하며 비임상이나 임상에서의 동등성 입증 요구는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은 아직까지는 원칙적으로 허가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칙적으로 바이오시밀러 허가에 있어서는 품질과 비임상, 임상에서의 동등성 입증 자료를 근거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규제자적 입장은 품질에 차이가 없으면 비임상과 임상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현재 유럽과 한국은 근거 자료 요구 수준에 다소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항암치료 분야 의료전문가들은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국립암센터 박인해 교수와 서울대병원 김태용 교수는 항암치료 분야에서의 바이오시밀러 교차처방을 위해서는 좀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같이했다.


박인해 교수는 "바이오시밀러는 단순한 분자 단위의 합성의약품의 제네릭과는 다르다"고 말하며, "분자단위의 합성의약품의 경우 완벽한 재현이 가능하지만 단백질 단위의 바이오시밀러의 경우에는 완벽히 같은 구조의 제제 구현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항암치료에 쓰이는 항체 의약품의 경우 작은 구조적 차이에 따라 면역생산성이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이며, 그 작은 구조적 차이가 인체에 적용되어 어떤 결과적 차이를 나타낼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오리지널 생물학적 제제와 그 바이오시밀러의 개발∙허가 과정의 차이를 설명하며, “오리지널의 경우 비임상과 임상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는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품질의 동등성을 입증하는 비중이 가장 크고 비임상과 임상의 비중이 점점 작아지는 구조”라며, “그런 구조에서 바이오시밀러로 허가되면 오리지널이 획득한 적응증을 한꺼번에 획득하게 되는데, 이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태용 교수 또한 항암치료 분야에 바이오시밀러의 교차 처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실제 진료 환경에서의 임상적 근거가 더 축적되어야 하며, 특히 병용치료가 많은 항암 분야이니만큼 화학요법 제제나 생물학제 제제 혹은 면역 제제와의 병용에 대한 임상적 근거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환자의 기본적인 입장을 감안한다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환자 교육과 홍보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이외에도 약제비 절감을 위해 바이오시밀러를 활성화하기엔 타 국가보다 신약에 대한 약가를 낮게 책정하는 한국의 특성과 때문에 바이오시밀러의 약가가 타국과는 다르게 오리지널의 80% 수준에 이르는 규제적 환경 여건 등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