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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학사에 남을 연구, 통일보건의료 영역에서 나올 것"

김신곤 교수 "분단의 비극이 만들어낸 역설"

우리나라의 결핵 발병률은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수치로 1위의 불명예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는 북한의 4분의 1 수준이며, 이 같은 세균성 질환이 대다수인 북한과는 달리 남한은 바이러스성 질환이 유행하고 있어, 동일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도 환경 차이로 질병 양상이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는 동일민족 내 환경적 요인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것이 보건의료 분야에 있어 기념비적 연구가 되리라 전망했다.

19일 오후 1시 40분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한감염학회 심포지엄에서 고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가 '한반도 건강 공동체를 위한 우리의 도전'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환자는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 사회적 · 사회적 고통을 겪는다. 인간의 질병은 단순한 신체질환이 아니라 총체적인 고통이다. 좋은 의료인은 이 시대의 인간 고통과 대결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통일에 대한 고민은 분단으로 인해 초래되고 아직도 진행형인 우리 시대의 총체적 인간 고통과 대결하기 위한 노력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13일 북한 귀순병사 사건과 관련하여 북한의 기생충 문제가 불거졌다. 

김 교수는 "북한 귀순병사를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다. 만일 나와 내 자녀가 북한에 태어났다면 기생충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의료인 입장에서 이 같은 현실을 가슴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에서는 인분 비료를 사용하며, 화장실이 재래식이어서 홍수가 나면 전부 오염된다. 아주 많은 기생충 약이 북한에 제공됐지만, 약을 먹고 치료돼도 반복 감염되는 문제가 있다."면서, 좋은 의료인은 환자의 고통 · 아픔을 상상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 보건의료에 주목하는 이유는 ▲가장 시급히 주목해야 할 생명과 직결되며 ▲통일을 대비한 가장 유효한 투자영역이자 ▲사람의 통합을 위한 가장 따뜻한 치유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건강한 상태에서 통일이 되어야 건강공동체가 될 수 있다. 이는 향후 전부 돌아오는 저위험 · 고수익(Low Risk · High Return) 영역이다."라면서,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인이 많이 다치고 죽는다. 그런데 이스라엘 의사들이 시리아 지역 공습으로 다친 이들을 데려와서 치료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보건의료 영역이 전쟁 중이어도 생명을 구하는 치유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현 북한 의료는 전민무상의료체제이다. 

김 교수는 "무상의료는 국가가 가난하고 능력이 없으면 전혀 가동하지 못한다. 70년대 중반 이전까지 남북한 GDP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그 이후 엄청난 격차가 발생했다. 북한의 1인당 GDP는 우리나라의 20분의 1이며, 국가 간 GDP는 40분의 1 정도로 비교할 수 없을 수준이다. 90년대에 북한에서는 기아 참사가 발생해 1백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라고 언급했다.

북한에서는 장마당 의료가 성행하고 있다. 이는 북한 경제를 지탱시키는 가장 중요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김 교수는 "탈북민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장마당에서 약을 구입한 경우가 무려 70%로 나타났다. 북한의 대부분 병원에는 약이 없다. 북한 주민들은 의사가 써준 처방전을 가지고 장마당에 가서 약을 구입한다."라고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5세 이하 발육부진 유아는 2014년 기준 27.9%로, 남한(2.5%)의 약 11배나 된다. 5세 미만 유아 사망률은 1천 명 기준으로 40.87명이며, 이는 5명인 남한과 비교하여 8배나 높은 수치이다. 

북한의 질병 문제는 남한의 질병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대부분 민둥산으로, 날씨가 추운 탓에 나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거나 혹은 먹고 살기 위해 시장에 내다 판다. 이 때문에 대기 중 벤조피렌의 20%가 북한에서 남한으로 건너오고 있다. 또한, 미세먼지 문제도 심각하다. 북한의 노후화된 화력발전소가 대기 질을 악화시켜 북한 인구 10만 명당 238.4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남한의 10배 수준이다."라고 우려했다.

북한과 남한을 오가는 주요 감염원은 말라리아 매개모기이다. 철원군, 연천군, 파주시 등 위험지역 거주자 및 군인은 잠재적 감염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떠난 후에도 3년간 헌혈이 금지된다. 

김 교수는 "다행히도 개성공단이 남북 말라리아 공동방역 작업을 진행하여 남북한 모두에서 말라리아 감염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염병 질환을 남북한이 함께 고민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제내성 결핵 문제도 심각하다. 남한의 결핵 발생률은 201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97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순위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4분의 1 수준이며, 북한의 경우 2013년 기준 429명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결핵 약도 기생충 약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많이 제공됐다. 결핵약의 경우 6개월에서 9개월간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데, 북한 주민은 증상이 호전되면 약을 바로 중단한다. 이 때문에 다제내성 결핵을 더욱 키운다."면서, "통일 후 북한 인구의 8%인 약 2백만 명이 남하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 중 5%인 10만 명이 결핵 보균자라고 한다면, 치료 · 예방이 이뤄지지 않을 시 2년 후 1백만 명이 전염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남한의 경우 바이러스성 질환, 북한은 세균성 질환이 문제 되는데, 동일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도 환경의 차이로 질병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김 교수는 "초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상급종합병원에서도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속수무책이었다. 만일, 이 메르스가 휴전선을 넘어 북한에 전파됐다면 북한은 초토화가 됐을 것이다. 특히 바이러스성 질환에 별로 노출돼 있지 않은 북한의 경우 남한의 바이러스 전파가 굉장히 위험한 일로 닥칠 수 있다."면서, "통일이 되면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실태가 한반도 전체에 있어 생존의 위협이 된다. 전염병 문제의 경우 언제든지 연결할 수 있는 핫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중 부담(Double burden)을 언급했다. 이중 부담은 높은 모성 · 영유아 사망률과 감염성 질환의 이환 및 영양결핍으로, 이들이 생존해도 생애 전 과정에 영향을 미쳐 만성질환에 취약한 인구세대로 남게 되는 문제이다. 즉, 개발도상국 대부분은 영양부족 및 이후 경제개발 과정에서 맞이할 만성질환의 질병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김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의 건강에 대한 실증적 코호트 연구인 NORNS(NOrth Korean Refugee's Health IN South Korea) 연구를 진행 중이다. NORNS 연구는 ▲동일민족 내에서 환경적 요인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통일 이후를 대비한 파일럿 연구가 될 수 있기에 중요하다. 또한 ▲통일 과도기 및 이후 북한 만성질환 관리 전략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 보건의료 개선을 위한 전략으로 김 교수는 ▲적정기술 개념 적용 ▲U헬스 원격진료 ▲스마트폰 촬영을 통한 진료 ▲AI 활용 ▲정밀의료 ▲ICT 기반 이동식 첨단 종합 병원 등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하이 테크뿐만 아니라 로우 테크도 북한에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수인성 질환으로 죽는 아이가 많다. 해결 방안은 적정기술을 적용하여 휴대용 요오드 필터를 만들어서 간이 정수기로 제공한다. 즉, 적정기술이 생명을 구하는 기술이 됐다. 또한, 우리나라의 의사 · 환자 간 만성질환 원격모니터링 서비스를 북한에 적용하면 북한 주민 건강에 기여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북한 인구 2천 5백만 중 휴대폰을 소지한 인구가 5백만이나 된다. 즉, 5명 중 1명이 휴대폰이 있다. 의료시스템이 없는 곳에서 자신의 증상을 사진으로 찍어서 전송하면 진단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결합하면 진단을 비롯하여 수술 여부 등의 제안도 가능해진다."면서, "이동형 병원의 경우 태양열 전지 기반으로 CT, MRI, 수술실 등을 구비하여 치료하고, 디지털 모바일 기술로 피드백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의학사에 남을 기념비적 연구가 통일보건의료 영역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런 코호트가 없다. 남북으로 갈라진 독특한 환경변화가 특정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살필 수 있다. 분단의 비극이 만들어낸 역설이다. 남북한 공동 국민건강영양조사의 경우 굉장히 의미 있는 연구가 될 수 있다. 후생유전학에서도 병인론적 단서 확인이 가능하다."면서, "남북보건의료 교류협력을 위해 상설기구가 필요하다. 국제적으로 명망 있고 역량 있는 이를 지도자로 영입하여 보건의료교류협력 창구 일원화, 사업 지원 등을 진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07년 12월 노무현 정부 때 감염병 남북공동퇴치 사업을 우선으로 시작했다. 당시 남북은 남북보건의료 · 환경보호협력 분과위원회 합의사항 이행을 추진했으며, 상호 영향을 미치는 전염병 퇴치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실태조사자료를 교환하기로 약속했다.

김 교수는 "이를 기반으로 시작하면 된다. 남북한 전염성 질환과 관련한 위원회를 함께 만들면 된다. 이후 이를 남북 공동 질병관리본부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서, "긴급구호의 경우 북한에서 해결이 어려운 난치성 환자를 DMZ 남북 협력 평화병원으로 데려와서 남북한 의료진이 함께 치료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의료진 대상 교육도 이뤄진다. 나진 · 선봉 남북 협력병원은 미래 특구 첨단 병원으로 육성해 중국, 러시아, 유라시아를 대표하는 병원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남북한은 이방인이다. 같은 문법으로 소통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서 의료는 가장 따뜻한 치유의 도구이다. 남북한은 얼굴은 비슷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사상 등이 너무나도 다르다. 이를 이해하고 중계해주는 통역가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