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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중증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 장애인 등록 ‘절실’

희귀질환의 사각지대, 장애인등록제도 ‘허점’ 여실히 드러나

“장애인 등록... 하려면 할 수 있어요. 딱 한 달만 치료를 중단하면 됩니다. 그러면 아이의 손가락 발가락이 다 달라붙어 하나로 뭉칠 것이고, 혼자서는 거동도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되겠죠. 그러면 장애 등급을 받고 활동지원 서비스와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 대신 아이가 조금 더 일찍 제 곁을 떠날지도 모르죠. 이게 정말 복지인가요?”


중증 수포성 표피박리증을 앓고 있는 15세 딸을 둔 김영주 씨는 아이의 하루를 이야기하며 중간중간 울음을 터트렸다.


드레싱을 하며 비명으로 하루를 시작해, 아이 혼자서는 등·하교도 하지 못하고, 밖에서의 모든 일상이 아이에겐 흉기와 마찬가지인 현실을 토로하며 “이 모든 게 어제의 하루였고, 오늘의 하루이며, 내일도 다르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김영주 씨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증 유전성 희귀질한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의 주최로 ‘2018 수포성 표피박리증 지원 확대를 위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름조차 생소한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의 정책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본격적인 첫발을 뗀 것이다.


‘수포성 표피박리증(Epidermolysis bullosa)’은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자극이나 마찰에 의해 전신의 피부와 점막에 수포(물집)나 미란(짓무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유전성 난치성 피부질환이다.


현재까지는 치료제가 없어 완치가 불가능하며, 감염 확산 방지 및 증상의 완화를 위해 환부 드레싱을 포함한 대증요법을 통해 지속해서 관리해야 하는 탓에 환자들은 질환으로 인한 고통과 더불어 드레싱 비용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상은 교수는 수포성 표피박리증의 아형을 설명하며, “일반적으로 단순형과 경계형, 이영양형으로 나뉘는데, 이 중 경계형은 가장 희귀한 아형으로 수개월 내 사망하는 치사형이 여기 포함돼 있으며, 이영양형의 경우에도 열성 이영양형은 치사율이 높은 중증의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의 경우에는 지난 20여 년간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에 내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단순형이 92명(국소형과 전신형이 67명, 포진형이 25명), 이영양형이 92명(우성 이영양형이 60명, 열성 이영양형이 32명), 경계형이 약 7명으로 약 250명의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특히 중증의 열성 이영양형 환자는 국내 약 30~40여 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상은 교수는 “특히 이 질환 환자들은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어 드레싱에 의존하고 있다”며 드레싱 비용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의 주요 원인임을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장 중증의 아형인 치사성 표피박리증과 디스트로피성(이영양형)이 산정특례로 지정되어 10%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이 10%에 대해서도 일정 소득 수준 이하의 가정에서는 전액 지원하는 보완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수포성 표피박리증 대증치료에 필수적인 전문 드레싱 재료도 기본적으로는 비급여지만, 수포성 표피박리증의 경우 주 7개 실사용기간으로 급여를 인정하고 있으며, 인정개수 초과 시 80% 본인부담률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증상의 정도가 심한 중증의 환자에서는 현재까지의 지원이 충분치 않아 보인다. 이날 딸 아이의 하루를 소개하며 중증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들의 현실을 알린 김영주 씨 또한 “드레싱 재료 이외에도 붕대를 고정하기 위한 반창고 역시 질환의 특성상 특수반창고를 사용해야 하며, 이런 반창고가 보통 한 롤당 3만원대다”라고 지적하며, “중증인 우리 아이가 한번 드레싱을 하는 데 이 반창고가 한 롤 반이 쓰인다”고 강조했다.


하루 두 번 드레싱을 해야 한다는 해당 환아에서 부수적인 반창고 비용만 9만 원가량이 쓰인다는 말이다. 고가의 드레싱 재료도 급여 적용이 가능한 양으로는 턱도 없다는 게 김영주 씨의 설명이다.


얘기인 즉슨, 중증의 환자에서 산정특례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부분보다 비급여에 해당하는 부수적인 항목들이 가계 부담에 훨씬 영향이 크다는 것. 게다가 보호자 중 하나는 경제활동을 아예 포기하고 환자의 곁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경제적 여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해당 환자군을 진료하고 있는 전문의료진들 또한 공감하는 바다. 이상은 교수는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전신 드레싱을 자주 해야 하는 중증의 환자에서 전문 드레싱 재료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교수는 중증 환자들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지원 확대도 강하게 주장했다. 혼자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중증 환자에 대해서는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와 준하는 제도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영주 씨의 설명이 타당성을 더욱 뒷받침한다. 김영주 씨는 “우리 아이가 학교를 등·하교 할 때 항상 마주치는 특수아동의 학부모가 있다”며, “그 아이는 장애인등록이 되어 있는 덕분에 부모가 아프거나 아이를 케어할 수 없을 때 특수교사의 도움을 지원 받을 수 있지만, 우린 오로지 부모가 모두 감당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장애아의 경우 보호자가 사정이 있어 아이를 돌볼 수 없다면 돌봄 서비스가 지원되며 장애아동의 교육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지만, 희귀질환 아동의 경우 그 몫은 오로지 보호자에게 있으며, 혹시 부모가 사정이 생겨 돌보지 못할 경우에는 해당 환아의 교육은 전부 중지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때문에 이상은 교수는 “특히, 유전질환으로서 소아에서 유병율이 높은 이 질환의 특성상, 환아들이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고, 혼자서는 통학과 학교활동이 힘든 중증 환아에서는 근거리 통학이 가능한 학교를 배정하는 등 장애인에 준하는 활동지원 서비스와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라 이상은 교수는 이 질환에 대한 다학제적 치료 필요성을 강조하며, “수포성 표피박리증이 유전성 희귀질환이며 완치가 아닌 현상 유지가 치료과정의 전부인 탓에 환자와 가족의 절망감과 죄책감이 크다”고 설명하며, “이를 위한 심리상담 및 지지치료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중증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아를 둔 부모들은 그 좌절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 보호자는 질환의 특성상 음식물을 씹어삼킬 수도, 치료를 위한 약을 알약의 형태로 섭취할 수도 없는 현실을 토로하며, 15세 이상의 환아에서 가루약이나 액상 제제의 치료제 급여를 받을 수 없는 현실과 산정특례 대상이라고는 하지만 지역 거점병원에서조차도 합병증에 대해 인정해주지 않는 참담한 현실을 정책담당자들에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수포성 표피박리증 중증도를 고려한 탄력적인 급여기준 마련과 ▲장애인등록 문제였다.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우의 질병 중증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현재 드레싱 관련 약품의 급여 한도가 이러한 중증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중증 환자 가정에 경제적 부담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복지시스템은 장애인 등록을 하게 되면 활동보조서비스 등 다양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연동되어 있는데, 활동보조서비스, 근거리 학군 배정과 같은 복지와 교육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한 중증 환자들이 장애인등록 혹은 그에 준하는 장애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이상진 과장은 “중증의 희귀질환자를 장애인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은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고 말하며, “보통 이런 경우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인데 하나는 수포성 표피박리증과 같이 15개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이며, 또 다른 하나는 장애등급 1~6등급까지 등급 수준에 미치지 않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상진 과장은 “처음 장애인등록제도를 시행할 당시 5개 유형에서 시작했다면 현재는 15개까지 늘어났다”고 말하며, “실상 장애인과 다르지 않은 희귀난치성 환자들이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는 가능한 방안들을 구상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과장은 “다만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만을 위해 16번째 유형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하며, “지금 당장 체계 개편을 하기엔 어렵지만, 장애인등록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체계 개편 또한 논의토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질병관리본부 희귀질환과 김연주 연구관은 “질병관리본부에 희귀질환과가 설치된 지 이제 1년이 갓 넘었다”고 말하며, “여러 부처에 희귀질환의 중대성을 설득하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희귀질환의 전문병원 지정에 대해서는 “현재 지역거점 병원 4곳이 운영 중이지만, 확대 운영 계획을 이미 세운 상태로 예산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부언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고대구로병원 송해준 교수(피부과학회 교육위원장)를 좌장으로 하여 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수찬 교수,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우회 김영주 회원,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이상진 과장, 질병관리본부 희귀질환과 김연주 연구관, 쿠키뉴스 생활건강팀 김양균 의학기자가 패널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