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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정신질환자, 격리 아닌 지역사회가 편견 없이 끌어안아야

낙인효과로 오해 · 편견 심화, 정신건강복지법 취지 제대로 살려야

정신질환자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매우 낮은 수준으로, 급성기에 일시적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지역사회의 충분한 서비스 및 급성기 응급 서비스를 통해 정신질환의 자 · 타해위험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이에 정신질환자를 편견으로 격리할 것이냐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것이냐는 갈림길에서, 이제는 여타 선진국과 같이 적극적인 커뮤니티 서비스 확대 방안을 마련하여 후자를 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민 안전을 위한 정신질환 치료관리체계 정책토론회'에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백종우 정신보건이사(이하 백 이사)가 '정신응급상황에서 발생하는 범죄와 자살은 예방 가능한가?' 주제로 발제했다.



백 이사는 "베토벤, 톨스토이, 미켈란젤로, 찰스 디킨스는 정신질환을 극복하고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 사람 중 하나이다. 또한, 미국 역대 대통령 절반이 정신질환이며, 이 중 절반가량은 재임 중에도 우울증 등에 시달렸다. 루스벨트와 존슨은 조울증, 리처드 닉슨은 알코올 중독, 캘빈 쿨리지는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다."라고 언급했다.

최근 발생한 조현병 범죄와 관련하여 여러 언론에서는 조현병 포비아, 정신질환자 범죄 급증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백 이사는 "사건이 보도되면서 여론이 많이 악화됐고, 이 과정에서 많은 환자 · 보호자가 불안해했다. 이 같은 불안감은 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야기하여 치료를 기피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전체 범죄의 0.3% 수준으로, 급성기에 일시적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적절한 개입으로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 

백 이사는 "국내에 엽기적 사건이 발생하면 흔히 우리는 정신질환 때문이 아닌가 의심한다. 그런데 연쇄살인범과 숭례문 · 대구지하철 방화범 등의 정신감정 결과와 재판부 판단에 따르면, 하나도 빠짐없이 정신질환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이들 대부분은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분류되는 사이코패스로, 정신질환으로 오해되어 편견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신질환자 범죄가 정신장애가 원인인 마냥 오보를 내는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백 이사는 "당뇨가 있는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우리는 당뇨를 위험한 병으로 보지 않는다. 정신질환의 경우 질병과 무관한 문제로 오해받는 게 안타깝다."라고 했다.

정신질환 범죄에 대한 오해를 조사한 논문을 살펴보면, 전체 범죄자 중 정신질환자 비율은 0.1%로 경찰 공식 통계에서 드러나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그 비율을 무려 80배 이상 높게 추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폭행, 강간, 강도, 절도의 경우 정신질환자 비율은 2%에도 못 미치지만, 일반인들은 각각 50배, 14배, 10배, 7배 이상 높게 추정했다.

백 이사는 "정신질환은 급성기에는 자 · 타해 위험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치료 유지 시 일반인보다 낮은 위험을 보이며, 위험성에 있어 자살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타해의 경우 피해자는 대부분 가족이며, 묻지마 범죄는 극소수로 발생하지만, 낙인효과 탓에 일반인들이 더욱 불안해한다."라면서, "이러한 이유로 국민 · 환자 안전을 위한 치료 및 서비스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1964년 피해망상이 있는 19세 조현병 환자가 주일 미대사인 라이샤워대사를 피습해 대서특필로 보도된 바 있다. 당시 라이샤워대사는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정신질환자를 격리하자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실제 정신질환치료의 본인부담금을 면제 · 경감하는 '자립생활지원제도'가 시행됐다.

지난 7월 8일 영양 경찰관 사망 사건의 경우 살인 경력이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어머니가 치료비 부담을 느껴 병원에 퇴원을 요청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주치의는 해당 환자가 치료가 계속 필요한 상태라면서 퇴원을 말렸으나 제도상 보호 의무자가 퇴원을 원하면 자 · 타해 위험이 있더라도 퇴원할 수 있다. 결국 퇴원 후 재발한 상태에서 정신건강응급개입팀 없이 경찰관 혼자 출동하여 사고가 발생했다.

백 이사는 "현 제도에서는 보호의무자 동의 없이 입원할 수 없다. 응급입원 규정은 있으나 사문화 입원 절차에는 경찰에 대한 이송병원 정보제공이나 지정병원제가 없어 결국 여러 병원을 전전하게 된다."면서, "만일 이 사건이 미국에서 벌어졌다면 ▲병력상 외래치료명령대상 사법입원을 통해 △평가는 의사가 △입원 · 치료지속 여부는 판사가 판단했을 것이다. 또 ▲외래치료명령제 · 지역사회의 적극적 치료프로그램으로 매일 전문가가 가정을 방문하며, 투약 거부 시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투여한다. ▲경찰은 정신건강응급개입팀과 함께 출동해 환자를 지정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며, 정신건강전문가가 퇴원 또는 72시간 응급입원을 결정한다. 이후 ▲자 · 타해 위험성에 근거해 판사가 지속 입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자살시도자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이 출동해 신체적 손상이 없으면 보호자에게 인계한다. 전국에서 서울만 유일하게 24시간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응급 개입을 하고 있으며, 신체적 질환이 있으면 대부분 국 · 공립 정신병원에 입원할 수 없다. 환자 · 보호자 거부 시 모든 치료는 중단된다. 대부분의 해외 국가에서는 응급입원 · 보호자 인계를 정신건강전문가가 담당하며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지역사회 정신건강 출동팀이 출동한다.

일본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서비스를 살펴보면, 입원한 병원에서 사후관리가 시작되며, 구청에 연락하면 공무원 신분의 보건사가 찾아가서 서비스를 권유한다. 주요 서비스로 ▲정신질환 자립지원서비스로 치료 연계 ▲정신보건복지수첩으로 세금 · 교통 지원 ▲정신질환의 경우 방문케어 · 그룹홈 ▲홈리스 · 경제적 위기는 생활곤궁자 자립지원 서비스 ▲다중채무는 3회까지 변호사 무료상담 연계 ▲생활보호대상자 지정 등이 있다.

백 이사는 ▲장기입원 문제와 ▲지역사회 서비스 · ▲복지서비스 · ▲응급서비스의 부재를 지적했다.

우리나라 환자 평균 재원기간은 108일로, 프랑스 5.9일, 이탈리아 11.8일, 독일 24.2일 등 선진국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가정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기관이며, 장애인복지법에 정신장애는 예외조항으로 돼 있어 서비스 제공에 차별이 존재한다.

국내 정신건강 서비스의 문제에 대해 백 이사는 "의료서비스는 입원 중심으로, 급성기 · 만성 질환이 구분이 안 돼 있으며, 응급, 외래, 찾아가는 서비스, 지역정신건강서비스 등이 부족하다."라면서, "이 상황에서 지난해 5월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됐다. 시행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입원환자는 2,639명 감소했고, 자의 입원이 증가했다. 법 취지를 제대로 살려서 시행되고 있는지 긍정적 · 부정적 측면에서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회와 같은 공간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어 퍼트려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편견으로 인해 당사자가 목소리를 크게 내기가 어렵다. 이외에 리더의 관심이 중요하다. 미국에서도 우리나라보다 더 열악한 시기가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은 정신보건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1970년 탈수용화를 끌어냈고, 오바마 대통령은 보험사에서 정신 건강 문제를 신체적 질병과 동일하게 치료하도록 했다.

서비스 규모 차이를 살펴보면, 뉴욕의 경우 공무원 15만 명 중 정신보건국 공무원이 1만 4,200명으로 10%를 차지한다. 뉴욕주 예산 184조 중 정신보건국 예산은 4조 9천억 원으로, 적극적 지역사회치료에 많은 예산 · 인력을 투여하고 있다. 

일본은 퇴원 후 재입원을 하지 않도록 사례관리 서비스를 월 2만 4천 건 시행하고 있고, 대만에서는 1995년부터 병원 기반 가정방문, 재활요법, 직업재활, 중간집을 제공하고 있다.

백 이사는 "중증환자가 퇴원 후 병원에 내소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본인이 원할 경우 센터 사례관리자가 찾아가 설득하는 것 외에는 타 서비스가 부재하여 결국 재입원하게 된다. 결국 정신질환자는 위험한 사람으로 인식된다."라면서, "미국, 유럽, 일본, 대만에서는 전문의 처방으로 퇴원 후 정신건강간호사가 집을 찾아가 장기지속적 주사제를 주사하여 투약을 관리하고 지역사회 적응을 지원한다."라고 말했다.

지역사회의 충분한 서비스 및 급성기 응급 서비스를 통해 정신질환의 자 · 타해위험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 이사는 "△편견에 의한 격리냐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와 서비스 제공이냐는 기로에서 우리 사회는 중간 지점에 있다. 제도 보완 없이 사고 증가 · 편견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의 변화를 전국적 통계와 경찰청 자료 조사를 통해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걸맞은 커뮤니티 서비스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홍정익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전반적인 정책 구조를 보는 시각은 정부도 학계 · 법조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면서 여러 사회 변화가 있었다. 미국 등 선진국은 20~30년 전에 이미 바뀐 패러다임을 우리나라는 이제야 시도하고 있다. 사회에서 격리되는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법 정신을 구현하는 것은 정부의 일이다. 제도의 해당 환자가 입원을 안 해도 된다고 누가 판단할 것인지 부분에는 각계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돼 있다. 현재 위원회 등을 통하여 문제가 더 없는지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과정 중에 있다."면서, "사회가 충분히 준비돼있지 않으면 정신질환자의 탈수용화 실현은 어렵다. 이와 관련해 시작 단계에서 많은 보완 장치를 마련 중이며, 정신질환자들이 급성기 상태에서 도움받을 수 있고 지속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지원 체계를 하나씩 준비해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 과장은 "병원과 지역사회가 연계해 돌볼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결정이 반영돼야 한다. 또 △보호자 자조활동 지원 프로그램 등 환자 · 보호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와 △지속치료와 관련하여 의료계 · 지역사회를 연계하는 시범사업을 많이 개발하려 한다.

법 시행이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향후 체계가 잡히고 투자가 늘어나면 지역사회 내에서 환자가 안정적으로 급성기 · 지속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홍 과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 · 사고가 발생하면 낙인효과가 생긴다. 이는 급성기 치료를 잘 대응하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다. 급성기 치료에 대해 경찰청, 소방 등 다기관이 참여하는 정신과응급대응체계를 마련하여 협력을 통해 이끌어나가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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