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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간호인력난, 대기간호사 규제 · 인력 증원만으로 해결될까?

대기인력 없애도 수가 산정 · 처우 개선 없다면 인력난 계속될 것

상급종합병원의 간호 인력 쏠림 현상과 병원 내 태움 문화를 초래하는 '대기간호사' 제도로 간호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단순히 간호 인력 증원만 할 게 아니라 대기간호사와 같은 고질적 관행부터 개선해 간호인력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정숙 의원(민주평화당 비례대표)이 10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간호사 수급추계 연구결과에 따르면, 2020년도에는 약 11만 명의 간호사가 부족하고, 2030년에는 약 16만여 명의 간호사가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복지부는 간호인력의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취업지원사업 · 실습교육지원 등에 내년도 예산으로 약 149억 5천여만 원을 편성하는 등 간호 인력의 적정 수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신규 간호인력 배출 확대로 전체 간호사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7년 기준 간호사 면허자는 37.5만 명이며, 매년 약 1.6만 명이 신규 배출된다. 간호대 입학정원은 2018년 1.9만 명으로, 지난 10년간 약 8천 명이 증원됐다.



하지만 여전히 간호사의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현상과 지방 · 중소병원의 간호인력난은 심화되는 실정이다. 지역별 인구 1천 명당 간호사 수는 평균 3.4명으로, 서울은 4.5명이지만, 충남은 2.3명에 불과하다.



2017년 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의료기관 종별 활동 간호사 수 증가율은 △상급종합병원은 12.9%지만 △종합병원 9.3% △병원급은 4.9%에 불과했으며, 간호사 1명당 병상 수는 △상급종합병원 0.9개 △종합병원 1.6개 △병원급 4.9개로 분석됐다.

이러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간호인력 쏠림현상의 원인으로, 일명 '대기간호사'로 불리는 대형병원의 기형적인 채용 형태가 지목되고 있다. 

대기간호사는 의료기관 최종합격 후 발령 대기 중인 간호사로, 현재 상급종합병원 및 국립대병원 이상의 주요 대형병원은 1년 치 채용 계획 인원을 일괄 모집 후 최종합격자 대상으로 순번을 매겨 발령 대기 상태로 두고 필요할 때 충원하는 대기간호사를 채용에 활용한다.
 
현재 주요 대형병원의 신규간호사 채용 절차를 살펴보면 △간호학과 졸업예정자 대상으로 1년 치 신규채용분을 일괄해 모집 · 채용한 뒤 △합격자 순번을 매겨 발령 대기시킨 후 △간호사 충원이 필요할 때마다 대기간호사를 순차적으로 발령한다.

장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민간상급종합병원 2곳 · 국립대학병원 8곳의 2017년도 신규간호사 채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조사한 10곳 모두 대기간호사를 채용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의원은 "민간 상급종합병원 2곳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발령대기 기간이 각각 4~5개월로 나타났는데, 최대 266일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립대학병원의 8곳 역시 최대 3백일 간 발령대기 후 채용된 사례도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민간병원인 B의료기관의 경우 2016년 9월에 신규간호사 275명을 합격자로 발표해 등록했다. 그런데 졸업자들이 면허를 취득한 직후인 2017년 3월에는 단 46명만 임용하고, 5월 · 7월 · 9월 · 11월에 결원 발생 상황에 따라 대기간호사들을 추가 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도 받지 못한 채 몇 달씩을 대기발령 상태로 있어야 함에도 유명 대형병원 · 국립대병원으로 인력이 쏠리는 이유는 복지 등에 있어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고, 보수 수준도 높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상급 종합병원 대비 병원급 근무 간호사 임금비율은 72.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의료기관 종별 임금격차가 존재했다.



문제는 대형병원이 신규간호사 인력을 대기간호사라는 기형적 채용 형태로 선점하기 때문에 지방 · 중소병원은 간호사 배출이 증가하더라도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장 의원은 "대기간호사에 대해 병원의 사정에 따라 대기기간을 연 단위로 연장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시간만 지나면 언젠가는 본인 순번이 올 것을 알고 취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다. 설령 취업한다고 해도 본인 임용 순서가 오기 전까지만 단기 아르바이트처럼 중소병원에서 짧게 근무하다가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대기간호사는 병원 내 태움 문화 · 처우 개선이 쉽게 되지 않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장 의원은 대기발령 상태의 임용대기자가 많기 때문에 한두 명이 그만둔다고 해도 상급자 · 병원 측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고, '힘들고 못 버티겠으면 나가라'는 식의 대우가 계속된다는 간호계 내부의 전언이 있었다고 했다.

이 같은 대기간호사로 인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복지부도 인식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민간병원의 채용 문제를 법적으로 규제할 권한도 없고,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기 때문에 방치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장 의원은 "의료인 적정수급 · 관리는 의료 질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국민의 건강권 보호가 국가의 주요 책무임을 감안했을 때, 최소한 권고안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면서, "최근 정부가 한시적으로 간호학과 정원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단순히 간호사 수만 늘린다고 지방 및 중소병원의 인력부족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근본적으로 대기간호사 같은 고질적 관행부터 개선돼야 수도권 및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 등 간호인력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 관계자는 10일 메디포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협회에서는 여태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대표자회의 때 날짜를 정해놓고 한꺼번에 뽑자는 얘기가 있었다. 중소병원 근무 간호사의 경우 최소한 한 달 전 연락해 중소병원이 준비할 수 있게 해주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소용이 없었다."라고 성토했다. 

큰 병원일수록 간호사 인력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수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으로 미리 뽑아놓는 것이라고 했다. 

간협 관계자는 "대기 인력을 없앤다고 해도 처우 개선 없이는 간호사들은 중소병원으로 가지 않는다."라면서, "현행 수가 구조에서 입원료에 포함된 간호관리료는 25%인데 반해 의학관리료는 40%이다. 의사는 의학관리료에 덧붙여서 행위별 수가를 따로 책정해서 주는데, 간호사는 입원료 25%밖에 없다. 간호인력난의 근본적인 문제는 수가이다. 간호사에게도 나름의 수가를 마련해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행위별 수가가 있으므로, 입원료 내 의학관리료는 없어도 된다고 했다.

간협 관계자는 "입원료에 묶인 간호관리료를 밖으로 끌어내서 이를 더 높이는 방안이 있다."라면서, "병원에서는 돈이 안 되는 간호사를 손해 보는 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간호 인력 증원보다는 이러한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수가 문제가 해결되면서 대기간호사가 없어진다면 간호사 수는 부족하지 않을 거다."라고 강조했다.

중소병원의 경우 복지 제도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간협 관계자는 "대형병원의 경우 20년 이상 근무 시 사학연금이 나온다. 대개 교직원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중소병원에는 아무것도 없다. 월급은 적은데 환자 수는 많다."면서, "우리 협회에서 이렇게 주장하면 대한병원협회에서는 중소병원 환자는 중증도가 낮다고 한다. 그런데 환자 중증도는 간호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중소병원도 간호사 입장에서는 24시간 환자 보는 건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대기간호사는 직업 선택의 자유이기 때문에 간호사 스스로 대기하겠다고 하는 걸 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대기간호사는 중소병원의 간호인력 수급에 악영향을 미치는 안 좋은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권고안을 마련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라고 짧게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