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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비만 기준 'BMI 25' 올리자는 국회에 전문가 난색 "근거 있어야"

동일 비만도여도 모든 인종은 똑같은 비율로 병 오지 않아

서구에 비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국내 비만 기준이 무리한 다이어트를 부추긴다는 국회의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의학 전문가들은 동 기준이 상업적 이유나 학계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며, 과학적 근거와 여러 연구를 토대로 정부 부처와 수많은 회의를 거쳐 정해진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인의 비만도와 질병 유병률 · 사망률 간 관계를 고려한 기준으로, 비만 기준을 높이는 것보다도 비만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 · 송파구병)은 지난 11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 비만 기준이 선진국과 달리 낮게 책정된 탓에 많은 국민이 근거 없이 비만 공포에 떨고 있다며 이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BMI(Body Mass Index, 체질량지수)는 몸무게를 키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국내에서 사용되는 비만 측정 지표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제정된 아시아 · 태평양지역(이하 아태지역) 기준을 적용해 △BMI 25 이상부터 BMI 30 미만까지를 비만 △BMI 30 이상은 고도비만으로 규정하는데 ▲해외의 경우 WHO(World Health Organization, 세계보건기구) 기준을 적용해 △BMI 25 이상부터 BMI 30 미만까지를 과체중 △BMI 30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한다.

이 같은 비만의 기준 · 정의는 나라마다 다르게 책정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시아인의 경우 BMI 25 이상 구간부터 고지혈증 · 당뇨 · 암 등의 합병 질환 유병률 및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아태지역 연구 결과를 토대로 BMI 25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복지부는 "현재 국민건강통계 생산에 활용하는 기준은 학계 기준을 활용하는 것으로, 임의로 설정한 것이 아니다. 금년도 대한비만학회의 기준 변경에 따라 금년 이후 국민건강통계 생산에 활용하는 비만 기준을 변경할 예정이다. 최근 일부 연구자들의 이견이 제기됨에 따라 대한비만학회 등 관련 학술 단체가 모여 논의를 진행했으나 현 기준을 변경할 근거가 빈약해 BMI 25 유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남 의원은 "비만 기준 변경 내용의 경우 근본적 개선을 하지 않고 BMI 23 이상부터 BMI 25 미만까지를 '과체중'에서 '비만 전 단계'로 변경한 것에 그치고 있다."라면서, "아태지역 기준은 국제적으로 상호 비교하기에 부적절한 기준이다. 2018년 변경한 비만 기준은 BMI 25로, 수치가 너무 낮을 가능성은 여전하다."라고 강조했다. 



2016 국민건강통계를 근거로 한 복지부 제출 자료에 따르면, △BMI 25를 적용한 국내 비만 유병율은 남성 41.8% · 여성 20.2%인데 △BMI 30을 적용하면 남성 5.9% · 여성 5.2%로 현저하게 낮아진다. OECD 평균은 19.4%로 △미국 38.2% △멕시코 33.3% △영국 26.9% 등은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이다. 





남 의원은 "BMI 30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비만 유병율은 5.3%로, OECD 34개 회원국 중 일본 3.7%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이다. 우리나라 기준도 국제 추세에 부응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2004년 WHO Expert Consultation의 아시아인에 대한 적절한 체질량지수 권고에 따르면, BMI 기준이 인종별 차이가 크지 않고, 작은 차이로 아태지역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므로, 국제 비교를 위해 국제 기준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서 남 의원은 "아태기준은 WHO 서태평양지부의 일부 국가가 모여 만든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14년 일본인간도크학회 · 건강보험조합연합회에서 '검진판정기준'을 개정했다. 남성 정상 기준을 BMI 27.7 · 여성은 BMI 26.1로 수정했다."라면서, "아태지역 기준 제정 당시 향후 연구 · 임상 경험에 의해 재정립될 것이라고 했고, 최근 한국인 대상 연구 결과에서도 50세 이하 여성을 제외하고 최적 BMI가 18.5~24.9보다 높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질병 · 사망 위험이 동시에 높아지는 수준으로 기준을 상향 변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보건의료 선진국 기준을 따라가는데, 비만 기준만 이렇게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리나라는 동양인 중에서도 체구가 큰 편인데, 초기에 우리나라 국민 체중 자료가 없어 상대적으로 키 · 몸무게가 적은 동남아 쪽 동양인 기준을 적용한 게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라면서, "△골절 · 골다공증 등 각종 질병 발생률 · 사망률 △노인 활동 능력을 표시하는 ADL(Activities of Daily Living) 자료를 체중과 연계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BMI 25 이내인 사람들이 더욱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질환에 덜 이환되고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인 114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BMI와 사망률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BMI 22.8~27.5 사이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았으며, 한국인의 경우 BMI 25~27.4 구간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는 보고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이 낮은 비만 기준에는 패션 · 제약업계 등 특정 업종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남 의원은 "△66 치수가 아니라 44 · 55 치수를 정상으로 해야만 옷을 자주 바꾸는 패션업계 △비만 관련 약을 파는 제약업계 △다이어트 식품 · 건강식품 관련 업계 반대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라면서, "젊은 여성들은 낮게 책정된 비만 기준 때문에 과도한 다이어트로 건강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여성 건강 보호 차원에서 복지부 · 질본이 비만 기준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성 평등 · 미투 운동도 중요하지만,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체중 기준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하여 대한비만학회 홍보위원회 강재헌 이사(인제의대)는 지난 12일 메디포뉴스와의 통화에서 "BMI 25 기준은 임의로 결정된 게 아니라 한국인의 비만도와 질병 유병률 · 사망률 간 관계를 고려해 정한 것이다. 서구 기준보다 낮게 책정된 이유는 동양인이 같은 비만도에서 서양인보다 합병 질환 · 사망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인종적 차이로 결정됐다. 동일한 비만도여도 모든 인류가 똑같은 비율로 병이 오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비만약을 판매하는 제약업계 반대로 동 기준이 정해진 게 아니냐는 근거 없는 속설에 대해서는 "비만약이 거의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도 우리나라는 이 기준을 적용했다. 즉, 상업적인 이유나 학계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며, 과학적 근거 · 여러 연구 결과 바탕으로 복지부 · 질본과 수많은 회의를 거쳐서 정해졌다."라고 말했다.

일본이 2014년에 개정한 BMI 검진판정기준과 관련해서는 "비만 기준은 △비만이기 때문에 관리를 해야 하는 기준 △해당 국가에서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적극적인 사업을 시행하는 기준 등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의학적 기준이며, 후자는 액션 컷오프(Action Cut-off)다."라면서, "고지혈증의 경우 콜레스테롤이 200㎎/dℓ 이상일 때 조절하라고 권고한다. 그런데 의료보험이 되고 약을 투여할 수 있는 기준은 250㎎/dℓ 이상부터이다. 200~250㎎/dℓ 구간은 문제가 있지만, 투약 시 병원비 · 약값 등 여러 재원을 감안해 질병 기준과 투약 기준을 다르게 설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을 방지하기 위해 2008년 '메타보 법'을 제정해 메타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에서는 비만한 사람 대상으로 체중 조절 프로그램을 강제로 참여시키는데, 만일 BMI 25 이상을 기준으로 하게 되면 너무 많은 사람이 대상자가 돼 버리기 때문에 예산 등 사업 진행에 차질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BMI 정상 기준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검진판정기준 개정이 이뤄졌다.

강 이사는 "일본의 BMI 검진판정기준은 일본의 비만 기준이 아니며, 어느 나라든 질병 진단 기준 · 액션 기준이 다르다. 모든 사업이 마찬가지이다. 재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최저생계비에 약간 못 미치는 수입이어도 정부보조가 나가지 않는다. 최저생계비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저소득층 기준을 정해 보조 수당이 지급된다."라고 말했다.

적당히 비만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연구와 관련해서는 "대다수 연구에서는 비만이 질병 유병률 ·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돼 있다. 노년기는 다르다. 잘 먹지 못하면 사망률이 높아진다. 그러다 보니 어떤 노인군은 비만해서 사망률이 높아지지만, 먹지 못해서 체중이 감소해 사망률이 높아지는 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노년층 연구에서는 통계를 내면 노인은 살집이 있는 게 오히려 낫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대다수 연구에서는 비만율이 낮을수록 장수할 확률이 높아지는 건 틀림없다."라고 했다.

강 이사는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현재 82세인데, 미국은 80세가 안 된다. 평균수명이 80세가 넘어야만 장수국으로 분류하는데 미국은 빠져 있다. 그 이유가 미국인의 비만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비만연구의사회 김민정 회장(미하나클리닉)도 동일한 의견을 냈다. 동양인의 경우 BMI 25 이상 구간에서 고혈압 · 당뇨병 · 고지혈증 · 암 · 뇌졸중 등의 유병률 및 사망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우리나라 비만 기준이 BMI 25로 책정됐다고 했다.

김 회장은 "최근 시도된 백업들은 있다. 2016년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에서는 BMI 25 이상일 경우 당뇨병 · 대사증후군 · 이상지질혈증 · 고혈압 ·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적극적인 체중관리를 권고하는 비만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우리나라 대만비만학회도 금년에 내장지방과 상관관계가 높은 허리둘레를 비만 진단에 추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BMI가 가장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관련 학회마다 허리둘레 · 동반질환 등 약간의 보완을 한다. BMI는 키 · 몸무게만으로 구하기 때문에 지방이라는 개념이 없다. 씨름선수의 경우 BMI상으로는 당연히 비만이지만 몸을 분석해보면 지방이 많지 않다. 이를 비만으로 규정할 수 있느냐가 BMI 기준을 올리는 것보다도 더 큰 관건이다."라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보건복지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금년 7월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비만 대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아래 별첨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

김 회장은 "현재 국내 소아비만 · 저소득층 비만이 급증하고 있어 우리나라 비만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한다. 소아비만 · 저소득층 비만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비만으로 끝나지 않고 당뇨 · 고혈압 · 고지혈증을 동반하며, 결국은 국가가 케어할 부분으로 남게 된다. 비만 해결에 관심을 가지면 좋았을 텐데 너무 낮은 비만 기준 탓에 비만 인구를 더 과하게 측정했으므로 비만 기준을 더 낮추자는 식의 발언이어서 안타깝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남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만으로 우리 사회에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은 2006년 4조 7,654억 원에서 연평균 7.5%씩 증가해 2015년에는 9조 1,506억 원으로 최근 10년간 손실 규모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5년 기준 △'비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58.1%인 53,208억 원으로 가장 컸고 △'과체중'이 25.7%인 2조 3,499억 원 △'고도비만 이상'이 16.2%인 14,798억 원을 차지했다. 연평균 비용 증가율에서는 △'고도비만 이상'이 11.3%로 연평균 증가율 7.5%를 크게 웃돌았고 △'비만' 7.1% △'과체중' 6.9% 순으로 '고도비만 이상'에 의한 손실 증가 폭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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