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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2050년 전 세계 항생제 내성 사망 환자 1,000만 명에 달할 것!

이재갑 교수, “한국사회, CRE 토착화 지금 당장 논의해야”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 공중보건의 최대 위협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나 인종, 연령에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감염의 치료와 표준적인 의료절차 제공에 위협이 되고 있는 ‘항생제 내성’, 하지만 현안의 심각성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항생제 내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으로 매년 70만 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지금 이대로 적절한 조치 없이 흘러간다면 2050년까지 전 세계 1,000만 명 정도가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할 것으로 추측된다.”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가 7일 ‘2018 화이자 프레스 유니버시티’에서 '항생제 내성: 현안과 해결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일반적으로 항생제 내성은 병원체가 점차 변화하여 항생제에 저항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냄으로써 항생제 효과를 떨어뜨리게 된다.


많은 세균 중 일부가 항생제 내성을 보이는데,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면 항생제에 감수성을 보이는 균은 죽고, 내성이 있는 균만 살아남아 번식하게 된다. 이렇게 번식한 균들은 내성을 가진 유전자를 분리해 다른 균에 전달할 수 있는 ‘내성 전달 물질’을 가지고 있어 다른 박테리아에 내성을 부여함으로써 항생제 내성 개체수가 증가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다제내성균 감염, 특히 그람음성균으로 인한 다제내성균 감염이 전 세계적인 보건 위협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이재갑 교수는 “이러한 내성으로 인해 항생제의 효과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말하며, “증가하는 다제내성균에 대응하려면, 치료제 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은 공백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는 족족 얼마 지나지 않아 내성 또한 발생하게 됐는데, 이로 인해 항생제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대대적인 경각심이 생겨나자 항생제 사용이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항생제를 개발하는 제약사의 관심도 다른 쪽으로 기울게 된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이 지지부진하자 이미 내성이 발생한 환자에서 사용할 항생제가 없어져 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며 환자 치료에 심각한 공백이 생기게 됐다.


때문에 유럽 및 미국 등은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약사들에 항생제 개발에 대한 동기 부여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에 이른다.


이재갑 교수는 “2010년 미국감염학회는 2020년까지 10개의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자는 ‘10 X 20 Initiative’를 발표했으며, FDA의 경우 2005년부터 혁신적인 항생제 개발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며 허가기간의 단축 및 특허에 대한 연장 등 갖가지 혜택을 제공하는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노력들을 기반으로 최근 몇몇 항생제가 개발되어 허가를 받았지만, 대부분 국내에서는 도입조차 안 됐을뿐더러, 도입이 됐어도 비급여로 남아있는 탓에 사실상 사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최근 국내에 도입된 MSD의 다제내성 그람음성균 항생제 ‘저박사’ 역시 하루 치료비용이 30만원으로, 비급여로 되어 있는 이상 환자에서 사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사인 동아에스티가 자체 개발한 '시벡스트로'는 국내에서 시장성이 없단 이유로 판매조차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해외에서 특허가 만료되어 복제약이 나온 제품조차 약가 문제로 국내에 도입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항생제 내성 환자에 대한 국내의 열악한 치료 환경을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치료제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국내 항생제 내성 환자 현황은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재갑 교수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서울시에서 조사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arbapenem resistant enterobacteriaceae, 이하 CRE)’ 보고 건수를 언급하며, “지난 1년 동안 보고된 CRE 건수는 총 8,000여 건으로 이 중 내성 유전자를 전파할 수 있는 우려 건수 역시 1,215건이나 됐다”고 강조했다.


해당 보고는 종합병원(43), 병원(10), 요양병원(23), 의원(5) 등 총 81개 의료기관에서 보고됐으며, 균혈증을 일으킨 환자가 67명이었고, 직접 사인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망으로 이어진 환자가 4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현재 국내에 미출시된 약들 중 CRE에 쓸 수 있는 약제가 많다”고 설명하며, 정부가 이미 항생제 내성을 갖은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새로운 치료제들을 도입하고 급여 등으로 사용 가능한 환경 조성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생제 내성 발생을 줄이기 위한 ‘항생제 적정 사용’ 외에도 기존 항생제 내성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제 확보’에 대한 우리나라만의 전략과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재갑 교수는 이미 국내에 만연화된 CRE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지금 당장 CRE 토착화에 대한 국가 차원의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네토박터균의 카바페넴 내성률을 살펴보면, 종합병원에서는 2007년 27%였던 내성률이 2015년 83.4%로 증가했으며, 의원급은 7.9%에서 56.4%, 요양병원은 25%에서 82.4%로 증가했다"고 설명하며, "중환자가 많은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서 카바페넴 내성의 급격한 증가를 보였으며, 이에 대한 항생제가 없어 여러 항생제를 섞어 쓸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2016년 우리나라도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적정량을 사용하며, 내성균 전파를 차단한다는 목적 하에 국가 항생제 내성 관련 대책을 수립하기는 했지만, 2020년까지의 자세한 목표 내용을 살펴보면 CRE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역시 항생제 내성에 대한 심각성에 공감하고, 항생제 내성 관련 인력 수급, 수가 반영, 병원 인센티브제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며 예산 마련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행안부와 기재부의 공감을 얻지 못해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 내 항생제 스튜어드십 운영에 대한 인센티브제와 요양병원 내 감염관리자 의무 배정, 항생제 내성 감시 체계 마련 등은 그에 맞는 예산이 있어야 하지만, 타 부처들의 항생제 내성에 대한 과소평가와 무관심 등으로 예산 편성조차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 교수는 항생제 내성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뿐 아니라 보건의료와 농·축·수산 식품 분야 및 정부 모두가 항생제 내성을 다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는 항생제 내성 극복을 위한 인식 확대를 위해 2015년부터 매년 11월 셋째 주를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주간(World Antibiotic Awareness Week)’으로 지정하여 각 국가별 캠페인 실시를 권고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대한항균요법학회가 공동으로 오는 13일 여의도 CCMM빌딩에서 ‘항생제 내성 예방 주간 기념식 & 포럼’을 열고, 항생제 내성 문제를 본격적인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