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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국내 주사제 무균조제 가이드라인, 병원에 규제 아닌 방향 제시

USP 797 기반 국내 실정에 맞게 제정, 환자 · 직원 안전 위한 최소 기준

지난해 12월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을 기폭제로 병원 내 주사제 감염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하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무균조제 지침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한국병원약사회(이하 병원약사회) 표준화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제정된 '주사제 무균조제 가이드라인'이 지난달 20일에 발간됨에 따라 병원 내 주사제 무균 조제 업무가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지만, 가이드라인 자체가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일선 병원의 우려도 심심치 않다.
 
병원약사회 측은 가이드라인에는 강제성이 없고 국내 병원 사정상 지침에 비견하여 시설 등 하드웨어에 큰 비용을 투자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며, 하드웨어 구축 이후 소프트웨어 제반에 대한 지원을 내부 숙제로 제시했다.

병원약사회가 5일 오후 5시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지하 1층 약제부 회의실에서 '주사제 무균조제 가이드라인' 집필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자리에는 조윤숙 표준화이사(서울대병원) · 나양숙 질향상이사(서울아산병원) · 강진숙 홍보이사(서울성모병원)를 비롯하여 △서울대병원 약제부 조윤희 소아조제과장 △서울대병원 김성환 암진료조제파트장 △삼육대 약대 김혜린 교수 △삼성서울병원 정선영 특수약제팀장 △서울성모병원 안혜림 암센터조제UM △세브란스병원 고종희 특수조제파트장 등 본 가이드라인 완성에 기여한 병원 약사들이 참석했다.



조윤숙 표준화이사는 "지난해 발생한 주사제 문제로 정부에서 병원 내 약물 사용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주관 의료관련감염 종합대책 TF가 발족하면서 내가 병원약사회 대표로 6개월가량 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복지부는 병원약사회 측에 자체 제작한 주사제 무균조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지 문의했고, 병원약사회에서는 해당 지침의 필요성을 인지해 제작을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우리 쪽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니 곧 발표하겠다고 복지부에 답한 후 지난 11월 가이드라인을 발간해 복지부 · 관련 단체에 배부했다."며, "조윤희 과장 · 김성환 파트장이 큰 줄기를 잡았고, 김혜린 교수가 합류하여 실무 작업에 힘을 보탰다. 이 과정에서 나양숙 · 정선영 · 안혜림 · 고종희 약사가 조윤희 과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지침의 전체 흐름을 구성했다. 5명이 협의한 내용을 기반으로 병원약사회 상임이사회에서 의견을 교환했고, 이후 조윤희 과장 · 김혜린 교수 · 김성환 파트장 등 여러 의견을 모아 상임이사회에서 재차 정리했다."고 언급했다. 
 
상임이사회 정리 후 병원약사회는 상급종합병원 전체 대상으로 약제부서장들에게 내용을 전달해 의견을 받았고, 종합병원 부서장들 의견까지 전부 취합하여 11월 초 최종 정리가 이뤄졌다. 진행 과정에서는 미국 · 일본 · 핀란드 ·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 시찰이 이뤄졌는데, 이들 나라의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국내 현실에 맞게끔 조율하는 작업이 추진됐다.

조 표준화이사는 "미국 · 일본 · 싱가포르 · 유럽 등의 가이드라인을 다 확인하여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에서 제정됐다. 향후 적용 과정에서 조금씩 내용을 보완할 예정이며, 필요한 부분은 의견을 받으며 수정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주사제 무균조제 챕터인 USP(미국 약전) 797을 약간 변형한 형태로, 우리나라 사정을 최대한 반영한 결과물이다. 

조윤희 과장은 "그간 우리나라에서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고, USP 등 여러 가지를 참고해 병원마다 무균조제를 잘하고 있어서 USP 797에 준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일본 · 미국 · 핀란드를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나라마다 해당 국가의 실정 및 병원약사 업무 형태를 가이드라인에 조금씩 반영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이드라인에도 국내 사정을 최대한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하여 USP 797을 조금 변형해 제작했다."며, "가이드라인 발간 후 이를 지키지 못하는 병원이 존재할 수 있어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병원약사 전체 의견이 잘 모아진 작업물이 나왔다."고 소회를 말했다.

김성환 파트장은 "제작 과정에서 일본 시찰을 갔다 왔는데 일본도 상황이 우리나라보다 아주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주사제를 깨끗하게 조제하지 않았다면 바로 투약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인식은 존재해 이 경우 환자에게 바로 투약할 수 있게끔 관리되고 있었다."며, "USP 797 · USP 800에는 지켜야 할 사항이 매우 많은데, 그러한 것을 하나하나 지키기에는 국내 병원 사정이 그렇게 여유가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최소한 해야 할 것들을 추려 이번 지침에 담았다. 국내 병원에서 시설 · 인력을 갖출 때 이 지침이 크게 도움 될 것으로 예상하며, 향후에는 미국 · 유럽 수준에 가깝도록 내용이 강화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나양숙 질향상이사는 "무균 조제는 감염 관련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계속 돈을 집어넣어야 하는 환경이다. 현재 무균주사 조제료는 항암제의 경우 4천 5백 원 · TPN(Total Parenteral Nutrition)은 5천 원을 약간 상회한다. 그런데 그 한 건을 조제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실상 그보다 훨씬 더 많다. 가운 · 마스크 · 장갑 등 한 번 쓰고 버리는 보호장비만 해도 한 사람당 하루 1만 5천 원가량 든다. 그런데 약사 한 명이 주사제 한 건을 조제해서 받는 돈은 4천 5백 원 수준으로, 조제 재료까지 합산해 계산하면 원가도 안 나온다. 내년에는 이를 한 번 분석해볼 계획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안혜림 암센터조제UM은 "가이드라인은 소프트웨어만 담고 있는 게 아니라 하드웨어적 측면도 많다. 시설적 측면에서 각 병원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모든 병원이 무균조제실을 지어야 할 정도로 국제 가이드라인 수준 자체가 높기 때문에 이 부분을 앞으로 어떻게 해결하고, 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측면도 어떻게 서포트할 지가 우리에게 놓인 숙제다."라면서, "이번 지침은 병원약국 내 무균조제대에서 조제 시 적용되는 사안으로, 무균조제대 환경이 아닌 병동에서 조제하는 주사제도 정해진 시간 안에 권고 사안을 준수하면 사실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어 향후에는 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윤숙 표준화이사는 이번 지침이 환자 · 직원 안전을 위해 제시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했다. 

조 이사는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규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시설 · 개인 보호구 등을 갖추기 위해서는 큰 비용 · 공간이 필요한데 국내 병원 여건에서 이를 전부 지키기는 쉽지 않다. 이 지침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며,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이 3주기 의료기관 인증평가와 맞닥뜨렸다. 이 지침대로 안 돼 있으면 점수가 깎이거나 컴플레인을 들을까 싶어 모든 병원의 약사가 전부 걱정했고 일부 작은 병원에서는 이 지침이 우려했던 규제를 가져올까 염려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병원약사회 측이 의료기관평가인증원 · 복지부와 소통을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