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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합성의약품이 자전거라면, 바이오의약품은 제트기!”

국내 바이오의약품 보험정책, 가치 반영 미흡 대대 지적

합성의약품 대비 연구개발부터 생산•유통•폐기•관리까지 기술, 인력, 비용, 시간 등 모든 인프라가 월등한 수준으로 소요되는 바이오의약품, 최근에는 국내 기업도 바이오시밀러뿐 아니라 줄기세포치료제나 유전자치료제 등 근치요법으로서 환자에 혁신적인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며 글로벌 수출 가능성을 나날이 높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보험정책이 이러한 바이오의약품의 가치를 약가에 적정하게 반영하지 못해, 국내 환자의 혁신치료 접근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산업 발전 가능성에도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지만, 정부 측 인사들조차 바이오의약품의 적정가치 인정에 대해 입장차를 드러내며 제도 개선의 향방이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 하에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가치평가 인식 변화와 바이오의약품 보험정책 개선 필요성 및 나아갈 방안에 관해 논의하는 '바이오의약품 보험정책 발전방안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바이오의약품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호서대학교 제약공학과 이종혁 교수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점차 확대되어 2024년까지 전체 의약품 시장의 약 31%를 점유하여 약 3,83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바이오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바이오의약품과 관련된 근거 법안 및 가이드라인의 미비, 건강보험 적용의 어려움 등으로 인하여 시장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특히 현행 건강보험 신약 등재 제도가 바이오의약품과 합성의약품을 동일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어 혁신적 바이오의약품의 가치를 적정하게 반영되지 못해 신약의 접근성 및 산업 발전을 저하시킨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첨단 바이오의약품은 근치적 치료에 따른 제품의 혁신성, 제품 제조 및 품질 시험, 제품 수송 및 물류 취급의 어려움 그리고 제품 폐기의 위험성, 임상시험의 까다로움 등 기존의 합성의약품과는 다른 여러 특성을 가지고 있어 원가부터가 합성의약품과는 현격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종혁 교수가 이날 발표한 바이오의약품 약가제도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과 정부 간의 바이오의약품 인식차는 더욱 극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신약은 합성의약품과 다른 약가등재 평가기준을 적용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해 기업 측은 81%가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대답한 반면, 정부 측은 45%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또한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약가등재는 별도 평가기준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기업 측은 83%가 긍정한 반면, 정부 측은 44%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첨단바이오의약품의 별도 약가등재 기준 신설 시 바람직한 등재방식을 묻는 질문에 ▲원가에 기반한 산정 방식, ▲현행 경제성평가를 기반으로 하되 ICER값을 탄력 적용, ▲현행 위험분담제도의 확대 적용 등에 대해서는 기업과 정부가 비슷한 수준으로 동의한 반면, 현행 ▲경제성평가면제 제도의 확대 적용에 대하서는 기업 23% 대 정부 3%로 입장차이를 보이며, 경평 면제에 대한 정부 측의 민감한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정된 건보재정에서 약제비를 줄여야 하는 정부가 의약품의 비용효과를 따지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나 마찬가지기 때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이 부분을 적극 강조했다. 그는 “기업 측의 간절함은 알고 있지만, 정부는 재원이 한정되어 있다”고 말하며, “현재 건보재정 중 약제비 비중이 25%인데, 이는 OECD 국가들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정부는 가뜩이나 약제비를 낮춰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이종혁 교수는 ‘인보사케이’를 사례로 들며, 국내 첨단바이오의약품 보험정책의 미흡함을 강력 지적했다.


이 교수가 사례로 든 '인보사케이'는 국내최초 유전자치료제이자 세계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다. 그는 "인보사케이의 경우 약가 산정 시 저가의 합성의약품을 대체제로 선정해야 하며, 실상에서의 장기 임상시험 결과 도출이 힘들어 임상적 유용성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경제성 평가가 불가하다”고 설명하며, “현행 국내 보험등재 시스템을 따르면, 인보사케이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보험등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발제를 마치며,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을 감안한 신약등재 및 사후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 선별등재의 원칙을 지키며, 환자 접근성 및 신약 가치 반영이 이루어질 수 있는 등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현행 ICER 임계값 적용 기준의 투명화 및 현실화기 필요하며, ▲대체약제 선정의 현실화(바이오의약품 선정), ▲경제성평가 면제 및 위험분담 대상 범위의 조정, ▲경제성평가 불가 첨단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원가산정방법으로 가격 결정, ▲'자가세포치료제' 등 제조 특수성을 반영한 약가제도 운영 체계 수립 등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와 함께 비용효과성의 입증 없이 등재된 바이오신약들에 대한 사후관리를 위해 바이오의약품 사후관리 기준 또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는 이의경 성균관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하여,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의약품정책과장, 김경숙 코아스템 사장, 김기호 CJ헬스케어 상무, 최은택 HIT뉴스 국장이 참석했다.


이날 산업계를 대변한 김경숙 코아스템 사장과 김기호 CJ헬스케어 상무 역시 앞서 발표한 이종혁 교수와 비슷한 제안을 내놓았다. 약가 산정 시 최소한의 원가 보장과 경평의 어려움을 반영한 ICER값 조정 등이 그것이다.


기업들이 첨단 바이오의약품 개발 시 글로벌 진출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한다면 추후 수출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기업 측의 우려다.


김경숙 사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환자에 치료 혜택 제공하고자 정부와 약가협상을 해야 하는데, 최소한 원가 수준은 보장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김기호 상무 역시 “합성의합품이 대증요법이라면 바이오의약품은 근치요법”이라고 강조하며 별도의의 약가제도 신설을 요구했다. 그는 “현행 제도로는 기업은 등재가, 환자는 높은 약가로 접근이 어렵다”고 말하며, “이제는 제도의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며, 정부는 첨단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글로벌 관점의 국가적 이익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은택 HIT뉴스 국장은 “바이오의약품은 허가 단계에서 개념이 잘 분류돼야 보험단계에 가서도 적절한 수순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하며, “발제자나 산업계가 별도 체계 요구하는데 그 역시 합당해보이긴 하지만, 임의적 판단할 게 아니라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가 시급하게 진행되어야 할 듯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다만 별도 체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적정 가치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추후 예상치 못한 사례 발생 시 이 또한 포함할 수 있는 체계의 유연성을 갖추는 방안이 꼭 고려됐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정부 측 입장으로 참석한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의약품정책과장 역시 앞선 의견에 적극 동의를 표하며 눈길을 끌었다.


강석연 과장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서 보면, 생각 외로 의사 등 관련자들의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이들에 기본적인 개념이나 특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보통 합성의약품이 ‘자전거’라면, 바이오의약품은 ‘제트기’라고 인용해 설명하는데, 그만큼 바이오의약품은 굉장히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기술력, 제반비용, 인프라, 개발기간 등 그 차이가 합성의약품 대비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그럼 허가 받으면 끝이냐하면 이것도 아니다”라고 부언하며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체를 기반하기 때문에 오염이나 변질 위험이 높아 유지 관리 체계 비용 또한 엄청나다”고 덧붙였다.


강석연 과장은 “그런 노력들 감안하면, 보험에 묶여있긴 하지만 건전한 산업 발전 위해서는 노력, 비용, 시간에 비례하는 합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앞서 이야기한 모두가 첨단 바이오의약품의 임상적 유용성 입증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환자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 찾는 게 건강보험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하며, 제도적으로 생략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현장의 임상의들이 바이오의약품에 대해 모두 긍정적인 의견만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면 전문가들의 입장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곽 과장은 “또한 통상 국제적인 기준에 있어 국내의 특정 회사만을 우대하는 건 현 상황에서 불가능하며, 형평성과 통상 기준에 맞춰 신중하고 정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별도 체계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하지만, 현재 건강보험시스템상에서 합성의약품과의 완벽한 분리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반문하며, “각 의약품간 행정적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