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1 (금)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관/단체

의대생 49.5%는 언어 · 16%는 신체 폭력 경험…여학생 차별 심각

제대로 된 처벌 없고, 2차 가해 · 보복으로 대부분은 신고 주저

의대생 2명 중 1명은 언어폭력 · 16%는 물리적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학생의 경우 성희롱 · 성차별에서 남학생보다 더 심각하게 노출돼 있으며, 전공 선택에서 제한 · 차별을 남학생보다 3.3배 더 높게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 · 인권의학연구소가 23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토론회를 열어 의대 · 의전원 학생 1,76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온라인 · 심층 면접을 통해 진행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 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의대생의 49.5%가 수업 · 병원실습에서 언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는 회식 참석 · 46%는 음주를 강요당했고, 16%는 단체 기합 · 6.8%는 물리적 폭력을 당했다.

성희롱 · 성차별도 심각했다. 25.2%는 언어 · 11.1%는 신체적 성희롱을 경험했다. 성차별 발언 경험은 여학생이 72.7%로, 44.5%인 남학생보다 1.6배 더 높았다. 35.1%는 성별로 인한 전공 · 업무 선택에서 제한 · 차별을 경험했다. 이 중 남학생은 17.7% · 여학생은 58.7%로, 여학생이 3.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신체적 · 언어적 · 시각적 성희롱에 더 높게 노출돼 있고, 의학 교육과정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남학생보다 1.7배 더 많이 들었다. 전공 선택에서도 남학생보다 제한 · 차별을 3.3배 더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폭력 · 성희롱의 주요 가해자는 △병원 실습을 시작한 3 · 4학년 학생의 경우 교수 · 인턴 · 레지던트 · 학생 △1 · 2학년 학생은 학생 · 교수 · 인턴 · 레지던트 순으로 나타났다. 

폭력 · 성희롱 · 성차별 등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학생의 44.3%는 지인에게 지지 · 도움을 청하거나 의논한 적이 없으며, 피해 학생의 3.7%만이 대학 · 병원에 신고했으나 대부분 신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유는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처리 경과를 보고받지 못했으며 △학교 당국 · 다른 학생이 가해자를 두둔하는 등 2차 가해 · 보복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부당한 대우를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42.6%는 '신고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 △31.9%는 '문제가 공정하게 다뤄지지 않을 것' △25%는 '자기 이미지나 진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두려워서'라고 답했다.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50%는 분노, 23.2%는 우울 · 무력감, 18.7%는 불안감 등 정서적 고통을 겪었다. 18.4%는 졸업 후 다른 병원을 지원하기로 마음먹었고, 15.9%는 학습 의욕이 줄어들어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으며, 15.7%는 해당 과목 전공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 발제를 맡은 시민건강연구소 김새롬 연구원은 "이번 조사는 전체 현황을 보는 첫 번째 조사로, 병원 규모나 지역 불평등을 다루지 못했다. 규모가 작고 지방에 있는 학교일수록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근거가 있다. 정원이 30~40명인 의대의 경우 예과 시절에 입은 피해가 교수 승진 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인권 문제는 의대생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가 겪는 보편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기형적 결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공의 · 대한의사협회 등 선배와 협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 놓인 노동자 등과 연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