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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드디어 확대되나? 대체로 '긍정'

복지부 "국민 신뢰를 기반으로 의학적 · 임상적 근거 충분해야"

응급구조사가 긴급한 상황에서 업무 범위에서 벗어난 처치를 했다는 이유로 고소 · 고발당하고 있다. 업무 범위의 제약으로 응급 상황 시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도 빈번하다. 이 같이 응급구조사의 협소한 업무 범위는 수년간 지적된 사안으로, 마침내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를 변경할 수 있게 하는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다. 

이에 금일 마련된 공청회에서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비롯한 대한의사협회 · 대한응급의학회 · 시민단체 · 보건복지부는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확대의 필요성을 긍정하며 합리적 · 과학적인 방법으로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반면, 실제 응급구조사와 현장에서 일하면서 업무 범위로 갈등을 겪는 대한간호협회 · 임상병리사협회는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 확대에 관해 다소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의료체계 혼란을 우려했고, 임상병리사협회는 의료기관 밖으로 장소를 한정하여 응급구조사의 심전도 검사를 허용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13일 오전 10시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응급구조사의 역할 및 업무범위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동강대학교 응급구조과 박시은 교수가 '응급의료체계 고도화에 따른 응급구조사 역할 · 업무범위 개정' 주제로 발제했다.



1994년 1월 제정된 응급구조사의 역할 및 국가 역할을 명시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는 응급구조사의 업무를 '현장 · 이송 중 응급처치를 할 수 있고, 의료기관 내에서 진료 보조로서 응급의료 관련 업무에 종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동법의 시행 과정에서 많은 몰이해로 인한 악용 사례의 빈발 · 직능 간 갈등 등이 유발됐으며, 업무 범위가 시행규칙으로 일임되면서 응급의료 · 처치에 종사하는 인력의 위축 · 교육 현장의 혼란이 야기됐다. 

현 법률에서 응급구조사 업무는 15가지로 협소하게 열거돼 직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업무를 왜곡시킨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업무 수행 과정에서는 환자 · 보호자에게 의료법 위반으로 고소 · 고발당하는 일도 잦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수행한 응급구조사 2차 직무분석에 따르면, 응급구조사 업무 요소는 240개이며 병원 내 이뤄지는 응급처치는 39가지로 간주된다.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는 2003년 2월 개정 이후 전혀 보완이 없는 상태였으나 지난해 11월 응급의료 현장 상황에 맞게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를 변경할 수 있게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다.  

본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윤소하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응급구조사의 업무에 대한 교육 · 평가 · 질 관리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여 5년마다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에 대한 적절성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 응급구조사 업무지침에 반영하여 응급상황에 처한 환자가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박 교수는 "활용도가 낮은 업무지침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고, 응급구조사가 진료 보조가 아닌 현장에 꼭 필요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토론을 통해 이번 개정안이 공포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많은 이가 투명한 마음으로 응급구조사를 바르게 활용할 방안을 논의해달라. 응급의료체계의 더 나은 도약과 올바른 응급구조사 활용을 위해 모두 마음을 모아 달라."라고 당부했다.

이날 토론에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윤순영 재난응급의료상황실장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 △대한응급의학회 정진우 이사 △대한간호협회 정은희 병원응급간호사회장 △임상병리사협회 안영회 임상생리검사학회장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개정 TFT 문준동 위원장 △한국생활안전연합 윤선화 공동대표 △소방청 구급상황관리센터 박세훈 정책협력관 △보건복지부 박재찬 응급의료과장 등이 참석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윤순영 재난응급의료상황실장은 "중증응급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하는 부분에서 응급구조사 업무범위는 어느 정도 확대돼야 한다. 범위 및 병원 전 이송 과정의 환자 처치 영역이 너무 좁다."며, "현재는 중증응급환자 이송 시 의사 · 간호사 등 의료진이 탑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응급구조사가 동행하는 경우가 많고, 이 상황에서 중증응급환자에게 도파민 등 전문의약품이 투여되는데 환자 상태가 나빠져도 용량을 조정하는 자체가 불법이다."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업무범위 확대 이전에 어떤 것이 안전하고 과학적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 프로토콜 개발이다. 어떻게 관리 · 감독하고 평가할 것인지 사전에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업무범위를 확대하면 지도 의사의 역할 · 책임이 강화된다. 이 부분도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는 "응급구조사 업무범위는 현실에 맞게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위원회를 구성하여 업무범위의 적절성을 조사하고 이에 대한 반영을 보건복지부령에 의무화하는 것은 타 의료 · 보건 분야 직종에는 없는 항목이다. 의료법에서도 각 직역 간 의료행위에 대한 다툼이 첨예할 가능성이 있다."며, "'의사법을 만들겠다', ''간호사법을 만들겠다', '물리치료사법을 만들겠다' 등 각 직역의 이익이 현재 첨예하게 부딪히는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의료기관에 도착했을 때와 그 전 단계의 업무범위는 달라야 한다. 잘못하면 의료기관 내 의료행위 자체가 무면허 의료행위로 변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정진우 이사도 업무범위 확대의 필요성을 긍정했다. 다만, 그간 구성된 위원회가 편향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어 보다 합리적 · 과학적인 방법으로 업무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응급구조사와 업무 영역에서 많은 갈등을 빚는 간호사 · 임상병리사의 의견은 앞선 토론자들과는 약간 상이했다. 간호사 측은 업무범위 확대 시 의료체계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고, 임상병리사 측은 응급구조사의 심전도 측정을 허용할 생각은 있으나 이는 의료기관 밖 응급상황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했다. 

대한간호협회 정은희 병원응급간호사회장은 "응급구조사 처치 범위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가 이뤄져도 일부 의료기관은 비응급상황에 응급구조사를 투입하며 업무를 부적절하게 할당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무범위 확장에 대한 속도감 있는 논의는 오히려 보건 · 의료인력 면허 및 자격관리체계를 무너뜨리고 혼돈을 가져올 수 있다."며, "위원회에서 업무범위 논의를 진행하는 것도 과연 적절하게 판단이 이뤄질지 우려가 된다."고 했다. 

임상병리사협회 안영회 임상생리검사학회장은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에서 반드시 심전도 검사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응급구조사의 12유도 심전도 측정을 허용할 생각이 있다. 다만, 응급구조사의 12유도 심전도 측정은 구급차 안 및 의료기관 밖 응급상황으로 제한돼야 한다. 응급실을 포함한 의료기관 내에서는 법률에 의거한 의료행위가 이뤄지도록 하여 의료의 기본질서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며, "심전도 검사 · 채혈 등 각종 검사가 신속하게 진행돼 응급환자 대상 적절한 진단 · 치료가 가능하도록 응급실 내 임상병리사가 24시간 상주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개정 TFT 문준동 위원장은 응급환자에게 적시에 제대로 된 처치를 제공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고, 한국생활안전연합 윤선화 공동대표는 응급구조사의 교육 기간과 업무 범위가 너무 안 맞아 국가적 낭비가 심한 점을 지적하며 질 관리와 같은 규제가 동반된 업무범위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박재찬 응급의료과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긍정적인 부분과 걱정되는 부분이 교차한다. 긍정적 측면은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방향에 대부분 동의한 점이다. 보건복지부도 업무범위 확대의 필요성을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전제가 필요하다. 왜 응급구조사 업무범위를 확대해야 하는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근거가 미약하면 위험하다. 의학적 · 임상적 근거가 충분해야 한다. 해외에서도 수많은 임상자료를 모으고 신뢰 과정을 거쳐 각종 직역의 업무범위를 확대한다. 이 과정에서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각각의 업무범위 항목을 단박에 결정짓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박 과장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제4호에서 응급의료종사자는 의료인 · 응급구조사로 규정돼 있다. 다만, '면허 또는 자격의 범위에서'라는 응급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전제를 뒀다. 이 때문에 시행규칙에 있는 업무범위는 문제가 된다. 법률상 업무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는 불법 행위가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며, "심폐소생교육은 전 국민 대상으로 한해 70만 명이 이수하고 있다. 자동심장충격기를 국민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교육 중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