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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인조혈관 공급 중단, '저수가' 강제하는 정부 횡포가 원인

바른의료연구소, WHO에 사태 원인 담은 서한 발송

소아용 인공혈관 공급 중단 사태는 고어社의 독과점 횡포가 아닌 저수가를 강제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횡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연구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세계보건기구(이하 WHO) 사무총장에게 발송했다고 전했다.

앞서 2017년 9월 고어社사는 낮은 건강보험 상한가를 이유로 들어 인조혈관의 국내 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상급종합병원들은 고어社가 공급을 재개할 때까지 인조혈관 사재기를 강행했으나 올해 초 인조혈관 재고가 소진되면서 단심실 환아의 폰탄수술(Fontan's operation)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번 사태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다국적 의료회사의 독과점 횡포로 규정하고, 이를 오는 5월에 열리는 WHO 총회에 정식 아젠다로 상정해 논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구소는 "2016년 고어社가 공급하던 인공혈관의 국내 수가는 미국 수가의 절반 정도였고, 중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 가격에서 19%를 삭감하겠다고 통보했다. 또, 3년 주기로 시행하는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실사에서 정부는 기업 기밀에 해당하는 자료까지도 무리하게 요구했다."며, "결국 저수가 강제 및 과도한 규제를 견디지 못한 고어社는 2017년 2월 철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고어社 철수 후 정부는 2년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고어社와 대화를 하려고 했으나 고어社가 거부했다고 언론에 얘기했다. 그러나 고어社가 2년간 대한민국 정부에서 그 어떠한 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거짓말이 탄로나 웃음거리만 됐다."며, "거짓말로 상황만 모면하려는 정부 행태에 의료계 · 국민은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 본질을 덮고 WHO에 가서 독과점 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논의하겠다는 뻔뻔함 · 무지함에 황당하기까지 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연구소는 "정부 횡포로 대한민국 국민 건강과 의료계 종사자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WHO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발송해 본 사태의 근본 책임은 저수가 및 과도한 규제로 의료산업 · 의료시스템을 억누르는 대한민국 정부에 있음을 알리고자 했다.

다음은 연구소가 WHO에 보낸 서한 전문이다. 

존경하는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님께

최근 대한민국에서는 고어사가 독점 공급하던 소아용 인공혈관의 재고가 소진되면서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대한민국의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사태를 다국적 의료회사의 독과점 횡포의 문제로 규정하고는 5월 WHO 총회에서 이 문제를 정식 아젠다로 제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고어사가 대한민국에 소아용 인공혈관 공급을 중단한 것은 독과점 횡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대한민국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고어사가 인공혈관 공급을 중단한 이유는 낮게 책정된 보험수가와 제조사에 부담을 주는 제조 및 품질관리(GMP)제도 때문입니다.

고어사가 공급을 중단하기 전인 2016년에 대한민국의 인공혈관 수가는 46만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에 미국은 약 82만원, 중국은 147만원으로 인공혈관 수가가 책정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대한민국은 미국의 절반, 중국의 1/3에도 못 미치는 수가를 책정해 놓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가격도 과하다고 판단한 대한민국 정부는 추가로 19%가량을 삭감하겠다고 고어사에 통보하였습니다. 또한 3년 주기로 실시하는 GMP 실사에서 기업의 영업 비밀을 포함한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횡포도 부렸습니다. 이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한 고어사는 2017년 2월 대한민국에 공급 중단을 선언하면서 철수했습니다.

고어사의 공급 중단 발표 직후 대한민국의 흉부외과학회 및 의사들은 수술 중단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높음을 정부에 경고하고 대책을 요구했었습니다. 하지만 약 2년간 정부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2년 동안 인공혈관 공급 재개를 위해 고어사와 접촉했었다고 발표했지만 고어사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대한민국 정부가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결국 2년의 기간 동안 대한민국의 병원들이 확보하고 있던 인공혈관의 재고가 바닥나면서 수술 중단 사태가 현실화되자 그 때서야 대한민국 정부는 고어사와 접촉을 했습니다. 이 사태의 핵심은 독과점 기업의 횡포가 절대로 아니며, 오히려 대한민국 정부의 의료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횡포가 원인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의료에 대해서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과도한 규제와 억압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이러한 규제로 인해서 반드시 필요한 치료나 약제 처방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한, 아래의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극단적으로 낮은 의료 수가로 인해서 의료 행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의료기관들은 경영난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낮은 수가로 인해서 폐업하는 의료기관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는 결국 국민들의 의료 서비스 이용 기회도 줄어들게 만들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전세계인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WHO에서도 심각하게 경고해야 할 사안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다가오는 5월 총회에서는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장하는 '다국적 의료회사의 독과점 횡포'를 아젠다로 삼을 것이 아니라, 자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는 '대한민국의 관료적 의료정책과 횡포'를 아젠다로 삼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2019년 3월 19일
바른의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