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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문재인 케어는 의료생태계 붕괴하는 '스테로이드' 정책

쏠림 현상 심화로 모든 의료자원 고갈 시 생태계 붕괴 불가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스테로이드 정책이다."

5일 오전 서울 드래곤 시티에서 열린 제10회 Korea Healthcare Congress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한국 병원의 오늘과 내일을 말하다' 패널토의에서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이 이 같이 지적했다.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은 "상급종합병원 문턱을 낮추는 보장성 강화는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 및 의료공급체계 왜곡을 심화하여 결국 의료생태계를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이를 애써 부인하고 있다. 환자쏠림 현상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의료인력 쏠림현상 등으로 인한 의료자원의 고갈이다. 1차 의료기관부터 시작해 모든 자원이 고갈되면 의료생태계도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이를 이사장은 스테로이드를 계속 먹여서 일시적으로 상황을 유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보건소에 근무하는 한 공중보건의사가 스테로이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할머니에게 '스테로이드는 미래의 에너지를 미리 당겨서 쓰는 것이나 다름없다. 스테로이드를 계속 복용할 경우 앞으로 쓸 에너지가 고갈된다'고 설명하자 그 할머니는 '먹지 않겠다'고 답했다."며, "지금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스테로이드 정책이다."라고 시사했다.



한편, 이날 패널토의에는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을 비롯하여 세브란스병원 이진우 진료부원장, 박종훈 고대안암병원장,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 연세대 보건대학원 병영경영학과 이상규 교수, 엘리오앤컴퍼니 박개성 대표가 참석했다.

세브란스병원 이진우 진료부원장은 정부가 아직도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이진우 진료부원장은 "상급종합병원에는 환자 쏠림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주차 시 한 시간 이상 기다리고, 여러 검사는 한두 달 대기하며, 채혈마저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각 부서에서는 연장근무에 대한 피로가 증가하고 있다. 인력 요청 서류가 하루 10건씩 병원장실에 오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인력 · 시설을 늘리는 게 정말 능사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 진료부원장은 "이 문제를 정말 깊이 인식해 상생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정작 정부는 심각성을 아직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종훈 고대안암병원장도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야기할 인건비 · 의료비 폭증,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크게 우려했다. 

박종훈 병원장은 "대학병원 환자쏠림은 매우 심각하다."며, "지표상 병상가동률 1~2% 증가 수치는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 혹자는 수익이 늘어나서 좋겠다고 말하는데 병원장으로서는 불안하다. 좋지 않은 방향으로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각해지면 대형병원은 건강하지 못한 비만 상태 운영으로 돌입하게 된다. 이로 인해 인건비 폭증이 일어나며, 더 많은 진료를 요구하는 패턴으로 이어져 결국 의료비 폭증이 발생한다. 의료전달체계 왜곡은 더욱 심화할 것이며, 건강보험 재정 문제도 심각해진다."고 설명했다.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은 현 보장성 강화 정책이 의료 질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지역사회 의료가 무너지는 것을 제대로 못 본다고 지적했다.

박진식 이사장은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은 질 높은 의료를 요구하는 국민 욕망을 해결하기 위해 상급병원 대형병원이 더 높은 질을 가졌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정책을 진행한 결과다."라면서, "의료 질, 의료 접근성, 의료비가 의료 삼각형의 꼭짓점을 이룬다. 이 중 한쪽 꼭짓점을 올리면 다른 꼭짓점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의료 질을 너무 강조해서 지역 의료가 무너지는 걸 제대로 못 보고 있다. 지역사회 의료가 무너지면 결국 대형병원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어 의료비는 점점 증가하게 된다. 이 가운데 대형병원에서 환자를 전부 받지 못하면 의료 질은 점점 낮아진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현 정부 정책은 상급종합병원 문턱을 낮춘 것도 문제지만,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가속하는 기전을 만들어낸 것도 문제다. 대표적으로 진료 의뢰 · 회송 사업이 있다. 당초 취지는 경증 환자를 1차로 회송하라는 것이지만, 현재는 3차에 의뢰하면 국가가 돈을 더 주는 시스템으로 작용해 모든 병원이 3차로 의뢰하고 있다. 1차에서 2차로, 2차에서 3차로 의뢰할 때 가산금을 줘야 하며, 3차는 2차에서 의뢰한 환자를 볼 때 가산금을 주는 식의 합리적인 정책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정부 정책은 시간이 지나야 개선된다. 병원에서 의료진의 진료 패턴을 조율할 시스템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병영경영학과 이상규 교수는 문재인 케어가 의료 생태계 고민이 결여된 정책이라고 했다. 

이상규 교수는 "생태계가 건강하려면 그 구성체가 건강해야 하는데 현재는 대학병원이 당장 돈을 버는 상황이나 전체 생태계는 계속 망가지는 상황이다."라면서, "쇠퇴하는 생태계의 가장 큰 특징은 수익성이 혁신성을 압도하는 것이다. 어떤 산업생태계든 가장 중요한 역할은 혁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병원은 돈은 잘 벌어도 혁신성은 매몰돼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대학병원은 단기적으로는 좋을 수 있으나 생태계는 지속될 수 없다. 전체 생태계가 망가지면 대학병원은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엘리오앤컴퍼니 박개성 대표는 문재인 케어로 인한 현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호텔 값을 전부 비슷하게 해 모든 이가 호텔로 몰려가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박 대표는 "수가 개선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경증은 보장성의 의미가 없다. 장기재원 수가, 중증도 수가, 초진 · 재진 수가 등에서 보다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라면서, "선진국의 수가는 아주 정교하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정책은 단순 논리로 진행할 규모나 수준이 아니다. 이제는 정책이 좀 더 정교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