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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분석심사, 학회 가이드라인대로 따르기 어려운 진료 흔해…의료기관, 그 만큼 불이익

병의협, “환자를 선택적으로 기피할 수도 없다는 점도 문제”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분석심사 선도사업 중 임상영역 지표들과 관련, ▲학회 가이드라인대로 따르기 어려운 진료가 흔하기 때문에 그 만큼 의료기관에게 불이익이고, ▲방문지속 환자 비율 등으로 환자를 선택적으로 기피할 수도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26일 병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획일적인 진료를 유도하고 관치의료를 강화시키는 임상영역 지표들’이라는 항목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임상영역 지표들은 의료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획일적인 진료 패턴을 유도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병의협은 “4개 질환과 슬관절치환술에서 관리되는 지표들 중에서 임상영역 지표들은 의료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획일적인 진료 패턴을 유도하고 있다. 분석심사 선도사업에서의 임상영역 지표들은 대부분 각 학회 등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서 가이드라인은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일 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가이드라인대로 진료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흔히 생기게 된다.”면서 “그런데 분석심사에서는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따르기 힘든 환자들을 많이 진료하여 지표값이 하락하게 되면 해당 의료기관은 그 만큼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예외적 환자 진료 시 불이익을 받고, 꾸준히 치료 받는 환자가 많아야 지표값이 상승하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병의협은 “어떤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예외적인 환자를 많이 진료하는 의료기관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그렇다고 의료기관 입장에서 가이드라인을 따르기 힘든 환자들을 선택적으로 기피할 수도 없다는 점도 문제이다. 의사들의 직업 윤리상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 환자들을 기피하는 것은 옳지 못하고, 실제로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런 직업 윤리의식을 확고히 가지고 있어 예외적인 환자를 기피하는 일은 드물다. 의사들의 직업 윤리까지 강조하지 않더라도 현재 분석심사 체계에서 의료기관들은 환자를 기피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고 했다.

“분석 지표 중에 방문지속 환자 비율과 처방지속 환자 비율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의료기관에서 꾸준히 치료 받는 환자가 많아야 이들 지표값이 상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표값 때문에 진료 패턴이 가이드라인으로 고정된다는 우려이다.

병의협은 “이런 문제들 이외에도 가이드라인을 지표화 시켜서 관리하게 되면 의료기관들 입장에서는 지표값을 좋게 하기 위해서 아예 진료 패턴을 가이드라인으로 고정시켜 버리는 경향이 발생한다.”면서 “그러나 가이드라인은 의학의 발전에 따라서 항상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현재도 가이드라인이 수시로 바뀌고 있고, 얼마 전까지도 옳다고 여겨졌던 내용들이 뒤집히는 경우들이 허다하다.”고 했다.

예를 들면, 베타차단제 계열의 약물들은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고혈압 치료에 있어서 1차 약제로 인정되었으나 현재는 1차 약제가 아니다. 물론 지금 1차 약제로 인정되는 칼슘통로 길항제나 안지오텐신 수용체 길항제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베타차단제가 다시 1차 약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병의협은 “이렇듯 의학이라는 학문은 항상 변화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의사들은 항상 이런 내용들을 공부하고 임상 상황에 적용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표값은 최진 지견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병의협은 “그런데 이렇게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내용들을 심사 지표로 만들어버리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 아무리 심사 지표를 의학의 변화에 따라서 수시로 조정한다고 하더라도 관이 주도하는 정책들이 학문의 변화 속도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심사 지표는 시기적으로 최신 의학지견과 어느 정도는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병의협은 “그런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게 되면 의사들 입장에서는 의학의 새로운 변화를 학습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어차피 새롭게 변화된 내용들을 진료에 적용시키고 싶어도 심사 지표가 변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지표가 변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표가 유도하는 대로만 진료를 하게 된다.”고 예상했다.

“이것이 바로 의료 획일화가 심화되고, 의료의 수준이 하락하는 현상이다. 정부는 획일화된 의료와 의료의 질 하락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피해는 모두 환자들이 입게 된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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