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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료기관, 환자이송업체와 계약 시 유의 점은?

의료기관 면책조항 넣어야…대법원 판례도 면책조항 넓게 인정

의료기관이 환자이송업체와 계약할 때 유의할 점으로 ‘의료기관의 면책조항’을 넣어야 하는 것으로 강조됐다.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가 발간하는 10월 뉴스레터에 이상민 변호사가 ‘의료기관이 환자이송업체와 계약할 때 유의할 점’이라는 글에서 이 같이 조언했다.

의료기관의 면책조항을 넣는 게 환자이송업체에 불리한 조항이 아니고, 대법원 판례(2001. 6. 1. 선고 2000다33089 판결)에서도 면책조항을 인정한다고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구급차량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의료기관이 외주를 줬다는 이유만으로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통상 이송업체에 외주를 주는 경우 그 이송업체는 의료기관에 상주하면서 응급사고의 발생 시 의료기관의 지시를 받아 현장에 출동하고, 의료기관은 이송업체의 구급차량 운행으로 인한 이익을 향유한다. 이 경우 교통사고가 자신의 직원의 운전상 과실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의료기관은 배상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전제했다.

이 변호사는 “다만 이송업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할 때 ‘차량의 운행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 모든 사고에 대해서는 이송업체가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 또는 ‘이송업체의 직원의 귀책사유로 의료기관에 손해가 생겼을 때에는 고의 또는 과실 유무에도 불구하고 이송업체가 일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식의 면책조항을 넣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계약 자체가 차량운행을 그 방면에 전문성을 가진 이송업체가 해주기로 하는 것이고(대신 이송업체는 이송처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자기 직원의 고의 또는 실수로 인한 손해는 당연히 배상해주어야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위와 같은 조항이 특별히 이송업체에게 불리한 조항이라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은 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 대한 외부 관계에서는 책임을 피할 수 없을지 몰라도 이송업체와의 최종적인 책임 분담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여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이 변호사는 “반드시 (차량)위탁계약 내지 임차계약과 같은 계약서를 구비하여 이송업체로부터 구급차량의 사용·관리에 관한 승낙을 얻었음을 확인해두어야 한다. 차량의 운행을 업으로 하는 이송업체는 반드시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게 되어 있고, 업무용 자동차보험 약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부분의 영업자에게 정해진 양식 그대로 적용되므로 의료기관은 사용·관리에 관한 승낙을 얻음으로써 승낙피보험자가 되어 보험사의 구상권 행사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대법원 판례 사례는 의료기관이 환자이송업체에 외주를 줄 때 유의할 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A병원은 환자이송업체인 B업체와 구급차량위탁계약을 체결한 후 원내에 B업체의 직원(운전자)과 구급차 1대를  상주시키면서 응급환자 발생 시 이를 이용했다. 그런데 B업체의 직원이 운전하던 구급차량이 이송업무 수행 후 복귀하던 중  전복되어 동승  중이던 A병원 소속 의사가 사망했다. 이에 의사의 유족은 B업체의 자동차보험계약사인 C보험사와 A병원을 공동피고로 하여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경우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답은 ‘둘 다’이다. 

우선 B업체는 운전상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직원의 사용자로서 유족에게 배상책임을 진다. 그런데 B업체는 교통사고에 대비해 자동차보험을 들어놓았으므로 C보험사가 이 배상책임을 대신한다.

A병원은 어떠한가. A병원 직원의 실수도 아니고 외주업체 직원의 실수로 일어난 사고인데다가 자기 소속 의사가 사망한 사건인데 오히려 자신이 유족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면 병원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을까.

그러나 법원은 A병원의 지시에 따라 B업체 직원이 구급차량을 운행한 점, 구급차량에 A병원 마크가 크게 붙어 있었던 점, 구급차량 운행으로 A병원 스스로 수익을 얻고 있었던 점을 기초로 A병원의 운행자책임을 인정하여 C보험사와 공동으로 배상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보험사의 구상청구가 가능할까

문제는 다음이다. C보험사는 유족에게 손해를 전부 배상한 후 A병원을 상대로 구상청구를 했다. 공동불법행위가 인정되었으니 자신이 배상한 손해를 A병원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A병원과 B업체 사이의 구급차량위탁계약서에는 “차량 운행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한 일체의 책임을 B업체가 지고 A병원을 면책시킨다.”는 조항이 있었다. A병원을 대리한 당  법무법인은 위 조항을 근거로 B업체의 A병원에 대한 구상권을 대위행사할 뿐인 C보험사는 B업체와 마찬가지로 A병원에게 분담을 요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C보험사는 A병원과 B업체 사이에 위와 같은 약정이 존재한다는 점을 자신은 알 수 없었으므로 효력이 없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면책약정의 존재로 인해 A병원과 B업체의 내부 관계에서는 A병원의 부담부분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C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변호사는 “애초에 B업체가 A병원을 면책시킨 이상 내부 관계에서 A병원의 책임은 애초에 없었고, C보험사는 B업체가 부담하여야 할 책임을 인수한 것으로서 유족에 대한 배상은 전액 C보험사가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C보험사는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C보험사는 새로운 주장을 펼쳤다. 이번에는 B업체가 아니라 운전자였던 직원을 대위하여 A병원에게 구상청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는 사실 상당히 유효한 항변이다. 교통사고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자에는 A병원과 B업체뿐 아니라 운전자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면책약정은 A병원과 B업체 사이에 체결된 것일 뿐 운전자는 A병원을 면책한 바 없으니 C보험사는 운전자의 구상권을 대위행사 하겠다는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C보험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 이유는 ①운전자는 B업체의 피용자로서 민법상 이행보조자에 해당하므로 B업체와 A병원  사이의 면책약정은 운전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②나아가 보험사는 자신의 피보험자를 상대로는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 자동차보험의 약관상 A병원도 B업체로부터 승낙(=구급차량위탁계약)을 얻어 자동차를 사용·관리한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하므로 C보험사는 자신의 피보험자인 A병원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