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 백신의 효능은 기복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 변이 등에 따른 결과로 예방책의 한계를 보여줬다. 이에 따라 치료가 인플루엔자 관리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바이러스 농도 감소와 고위험군의 합병증 예방이라는 목표 하에 이뤄지고 있다. 최근 제시된 신규 기전 항바이러스약물은 이런 목표의 달성을 돕고, 나아가 내성 해결 및 새로운 접근법까지 불러올 전망이다.
한국로슈는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플루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행사에서 강의를 진행한 고려의대 정희진 교수는 인플루엔자 전반에 관해 안내했다.
정 교수는 “국내 인플루엔자 발생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며 “초중고 학생들에서 폭발적으로 유행한다는 점과 만성질환 동반 고령자에서
입원∙사망을 초래한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보통 1월1일을 기점으로 유행이 크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최근에는 11월 중순부터 환자 발생이 늘어나는 현상이 목격된다”고 부연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낮은 온도 및 습도(또는 높은 온도 및 습도)에서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겨울철 유행하는 이유다. 주로 A형의 H3N2, H1N1 그리고 B형(Victoria/Yamagata)이 사람에게 문제를 일으킨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R0)는 1~3 수준이다. 환자 1명이 최대 3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RNA 바이러스로
DNA 바이러스와는 달리 엉뚱한 변이를 많이 만들수 있다”며 “대부분의 변이는 우리 면역체계로부터 살아남지 못하지만, 일부는
생존해 변종을 생성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H3N2의 경우 15년간
끊임없이 변이해왔다”며 “해당 아형이 유행하는 해는 백신의 효능이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백신효과 백분율은 매해 차이가
있었다. 세부적으로 2013/14년 52%에서 2014/15년 19%로 떨어졌다가,
2015/16년 48%로 회복했다. 이후 2016/17년과 2017/18년에는 모두 40%에 수렴했다. 국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은 높지만, 매년 독감
유행이 되풀이되는 배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의 중증도는 바이러스 농도와 비례한다. 증상이 심한 환자는
전파력도 큰 것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치료는 바이러스 농도를 줄여 회복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65세 이상, 5세 이하 등 고위험군에 대해선 입원∙사망∙합병증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바이러스제 사용이 적극 이뤄진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정 교수는 “현재 인플루엔자 치료 분야에는 좋은 약물이 존재한다”며 “최근 새로운 기전의 약물까지 나오면서 내성 및 대유행을 대비할
수 있게 돼 고무적”이라고 정리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한림의대 이재갑 교수는 새 기전의 인플루엔자 치료약이 가지는 의미를 조명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인플루엔자 치료에는 Zanamivir(흡입제), Peramivir(주사제), 그리고 오셀타미비르(제품명:타미플루, 제약사:로슈, 경구제) 등 뉴라미다제 억제제 계열이 사용돼왔다”며 “모두 같은 계열의 약물이어서 내성 발생시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발록사비르 마르복실(조플루자, 로슈)은 바이러스의 복제에 필수적인 '중합효소 산성 엔도뉴클레아제(polymerase acidic endonuclease)'를 억제하는 신약”이라며
“기존 약보다 이른 단계에서 작용하는 기전 덕에 효과 발현이 빠를 것으로 기대받았다”고 소개했다.
발록사비르 마르복실은 단회 투여하는 경구용제제다. 기존 10회에 이르던 투약 부담을 크게 줄였다. 효능은 3상∙무작위배정∙이중맹검
연구 2개에서 검증됐다. 먼저 CAPSTONE-1에는 만 12~64세 인플루엔자 환자 1064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합병증 위험이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에게 발록사비르 마르복실 또는 위약(혹은
오셀타미비르)을 투여하며 경과를 관찰했다. 1차평가변수는
증상 완화까지 소요된 시간의 중앙값, 2차평가변수는 바이러스검출 중단까지의 시간 중앙값이었다.
그 결과, 1차평가변수는 발록사비르 마르복실 투여군 53시간(약 2.3일), 위약군 80.2시간(3.3일), 오셀타미비르군 53시간이었다. 2차평가변수는
발록사비르 마르복실군이 위약군, 오셀타미비르군 대비 짧았다.
CAPSTONE-2는 합병증 고위험 인플루엔자 환자 116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1과 동일한 방식으로 효능이 평가됐다. 연구결과, 1차평가변수는 발록사비르 마르복실군 73시간, 위약군 102.3시간(4.3일)이었다. 발록사비르
마르복실군과 오셀타미비르군간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인플루엔자 B형에서도 효능을 입증했다. 1차평가변수는 발록사비르 마르복실군 74.6시간, 오셀타미비르군 101.6시간, 위약군
100.6시간으로 조사됐다. 2차평가변수 역시 3개 그룹에서 순서대로 48시간, 96시간, 96시간으로 집계됐다. 항생제 사용비율은 발록사비르 마르복실군(3.4%)이 위약군(7.5%)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발록사비르 마르복실의 합병증 예방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발록사비르 마르복실은 지난해 미국에서 인플루엔자 치료에 허가됐다. 올해 10월에는 치료대상을 합병증 고위험군으로 넓혔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만12세 이상 환자 치료에 승인됐다.
이 교수는 “발록사비르 마르복실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위약보다 유의한 이익을
보였다”며 “인플루엔자 B형 감염군에 대해서도 임상적 유효성을 증명했다”고 풀이했다.
이어 그는 “특히 인플루엔자 관련 합병증 발생률을 낮추는 효능은 위약
및 오셀타미비르에 견줘 뛰어났다”며 “내약성은 두 개 연구에서
모두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기전의 약물 등장은 인플루엔자 치료에서 다양한 접근법을 낳을 것”이라며 “인플루엔자 예방 및 지역사회내 전파차단효과가 평가 중이고, 또 병합치료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고 안내했다.
이날 제약사측은 최근 일본에서 보고된 발록사비르 마르복실 내성과 관련한 입장도 내놨다. 내성이 발생하더라도 해당약물의 임상적 이익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소아대상 연구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