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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⑦] 팬데믹 시대 제약바이오산업의 혁신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대표

코로나19가 좀처럼 끝날 줄 모르고 확산일로에 있다. 글로벌 통계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5,100만여명에 달하고, 사망자가 127만여명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누적 확진자 2만 7,600여 명에 최근 세자리수에 달하는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하루빨리 이 같은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백신이 나오기만을 염원한다. 제약바이오산업이 코로나19 종식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H1N1), 2013년 조류인플루엔자(H7N9),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016년 지카바이러스 등 인류를 위협한 감염병 발생주기는 2000년대 들어 점차 짧아지는 양상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신종 감염병에 맞서기 위한 제약바이오산업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백신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생존에 꼭 필요한 필수의약품, 병의원에서 처방받는 전문의약품, 약국에서 구입하는 일반의약품 등의 원활한 생산과 공급도 차질없이 이뤄져야 국민 건강을 지켜 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국민 건강 수호라는 산업의 가치를 밝히고, 경제 성장에 힘을 보태고자 힘써왔다. 지난 1890년대 근대 제약산업이 태동한 이후부터 해방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품질혁신과 연구개발(R&D)을 지속해왔고, 약 24조원 규모의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비롯한 팬데믹 우려가 여전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역량은 안타깝게도 안심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선진국 수준의 생산 인프라 구축을 통해 우리나라의 완제 의약품 자급률은 80%에 육박하지만, 원료의약품은 중국·인도 등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해 자급률이 27%에 그친다. 국가필수예방접종 19종을 포함해 주요 질병 28종에 대한 자체 백신 공급 역량도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 최초의 공동 투자·개발 플랫폼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킴코)은 이 같은 필요성에 공감한 우리나라 전통 제약사들에 의해 생겨났다. 지난 8월 본격 출범한 KIMCo는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감염병 치료제 및 백신의 연구개발과 생산, 필수의약품 확보, 혁신의약품 공동 투자·개발, 글로벌 시장 진출과 사업화 등을 목표로 하는 한국형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플랫폼이다. 협업을 통해 참여사 공동의 이익을 지향하는 모델을 구축, 국민 건강권 확보와 글로벌 제약바이오강국 도약이라는 산업의 숙제를 풀어간다는 목표다.

‘인류의 건강’이라는 절대적 지향점을 두더라도 제약바이오기업이 혁신적인 성과를 만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통상 신약후보물질이 임상 1상에서 최종 허가에 이르기까지 확률은 1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기존 약물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신약의 경우 그 확률은 더욱 떨어진다. 필수의약품과 원료의약품의 자체 개발·생산의 경우에도 기업이 추구해야할 채산성에 맞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처럼 개별적으로는 쉽지 않은 문제를 공동의 힘을 모아 해결하고, 민관 협업을 통해 참여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지속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는 것이 KIMCo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이 같은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럽연합집행위원회와 유럽의약품산업협회(EFPIA) 회원사들이 공동 출자해 지난 2008년 출범한 ‘유럽 혁신의약품 이니셔티브’(IMI)다. 현재까지 53억 유로, 약 70조원을 유럽연합(EU)이 자금 절반을 출자하고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인력, 의료장비 등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160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 밖에도 일본제약공업협회(JPMA)가 2015년부터 주도해 21개 제약사의 참여로 15만개 후보물질 라이브러리를 구축한 ‘J-CLIC’ 사업 등의 사례가 있다. 협력을 통해 혁신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다.

KIMCo도 제약사들이 주도적으로 공동 투자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민관합동형 파트너십(PPP) 형태로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민·관이 협력하는 중장기적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팬데믹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제약바이오산업의 협업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혁신, 앞으로 KIMCo가 이뤄낼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