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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감염병 대응의 핵심요소 ‘보건의료인력’의 위기

36.8% ‘표준화된 감염병 업무 메뉴얼 확립’ 꼽아
유명순 교수 “업무 불확실성도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이나 백신 개발로 상용화가 이뤄지기까지의 시간 등을 고려해 보건의료인력들의 업무 피로도가 앞으로 방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고려하고, 이들의 피로도 관리를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는 2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Korea Healthcare Congress(KHC) 2020’에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대유행 상황 속에서 보건의료인력을 어떻게 관리하고 그들 주변의 상황을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 제언했다.

유명순 교수는 “보건의료인력은 급하다고 해서 기계처럼 급조할 수 없고 100% 풀가동 상태로 지속할 수 없는 것이 핵심”이라며 “따라서 정부나 사회는 보건의료인력을 마치 체스판의 장기말처럼 이리저리 필요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존재로 보아서는 안 되고, 감염병 유행 대응의 핵심요소라는 점을 잘 고려해 시의적절하고, 합리적이고,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코로나19가 보건의료인력의 일과 건강에 미친 영향을 파악해야 하고, 실증 자료에 기반한 인력관리 대책의 개선과 강화, 명확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으로 현장 인력관리에 반영할 현실적인 업무 실태자료 확보가 필요하고, 잠재적 감염 및 건강 고위험집단 현황을 파악해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중앙 집중적인 지원이나 방침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난 몇 달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뤄진 그들의 현장경험이나 리더십을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또 8월 10일부터 27일까지 전국 24개 병원(수도권 5곳, 비수도권 13곳, 대구경북 6곳)의 의료인력 1370명으로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업무강도와 고충 ▲감염 및 직업 위험인식 수준 ▲미충족 업무 수요와 업무개선 우선순위 ▲조직 지원인식과 업무의 공정성 ▲번아웃, 스트레스, 두려움 등을 조사한 결과를 소개했다.

조사결과, 보건의료인력의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사람은 55.2%, 감염 심각성에 대해선 73.3%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직 의도에 대해선 전체 평균 3.33점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간호사가 3.44점으로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업무 시스템 개선 우선순위로는 ▲표준화된 감염병 업무 매뉴얼 확립(36.8%) ▲전 인력 감염병 교육 및 훈련 강화(21.4%) ▲업무 장기화로 인한 신체 및 정신건강 영향 대응안 마련(20.7%) ▲장기화 대비 핵심전담팀 구성 및 작동(18.7%) ▲감염병 업무 관련 소통역량 강화(2.4%) 순으로 나타났다.

업무지원 개선 우선순위로는 ▲감염관리 활동 인센티브 제도화(35.6%) ▲감염병 대응에 특화된 행정지원 시스템 개발(21.8%) ▲인력풀, 인력 쿼터제 등 임의성 탈피한 인력 대책 마련(20.8%) 순이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유 교수는 “그동안의 코로나19 대응은 인력 집약적, 노동집약적으로 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우리나라 특징이기도 한 장기간 노동, 과대한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는 초과 또는 과잉노동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고 환자의 수가 적정하다고 하는 5명이나 넘어서는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것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 교수는 ▲충분한 교육 후 현장 투입 ▲초과업무에 대한 합당한 경제적 보상 ▲정신적·심리적 문제 해결 및 고충처리 통로 마련 등을 제안했다.

유 교수는 또 바이러스의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업무의 불확실성도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까지의 업무를 분석해 공통되고 표준화가 가능한 업무를 추출하고 지침화해 투입 인력의 적정 기준을 제공하고, 어느 정도 일하고 나면 순환되고 대체가 가능해지는가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고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인력 소진에 대해선 “(번아웃 위험이 있는) 고위험집단을 찾아서 수준 높은 양질의 지원을 해줘야 된다”며 “전화상담이나 일회적인 것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성취감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그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보건의료인력을 향해서 상당히 많은 감사와 존경을 표현해 왔고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날개 달린 천사처럼 높은 데 있고, 외딴 데 있는 그런 영웅 서사가 아닌, 내가 만약 그 일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 그대로 똑같이 할 수 있는가를 반문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