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간호사법 제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간호사법이 직역간 갈등이라는 난제를 뚫고 무사히 닻을 내릴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국회 본청에서 간호사법 제정관련 공청회를 열고 간호사법 제정과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공청회의 첫 진술인으로 나선 김의숙 연세대학교 간호학과 교수(전 대한간호협회 회장)는 간호사법과 관련, 간호서비스의 의미와 중요성 및 간호사의 역할 그리고 간호법 제정의 시기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전문인으로서 간호사를 언급하며 그에 따른 고유한 지식과 실무능력과 관련해 “간호사로서 공식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엄격한 수준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실무의 전문성은 바로 법규를 통해 유지되는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간호법은 환자의 안전을 위한 교통법규이자 안전가드”라고 정의했다.
또한 “간호사의 역할과 업무범위는 진료 보조 외에도 간호사만의 독자적인 영역인 요양상의 간호가 엄연히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의사인력에 의해 인정받지 못하고 단순한 진료 보조에만 그치고 있다”며 “이 같은 모호하고 빈약한 업무규정이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는 만큼 좀 더 구체화된 개별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왜 지금 간호법인가에 대해서도 “간호는 여성의 역사”이며 “17대 국회가 그 어느때 보다 여성과 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진술인으로 나선 현두륜 대한의사협회 전직 법제이사는 의료법과는 별도로 간호법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며 “간호사법으로 인해 간호사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생각은 오산이며 현행 의료법 개정을 통해서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의 업무규정과 관련 “간호사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진료의 보조’임에도 불구하고 간호법이 이를 부수적인 것으로 다룬다면 간호사가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과 같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의료법이 의사의 진료영역을 제한하고 있지 않는 것과 같이 간호사의 진료보조 영역 역시 제한할 수 없음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만약 의료법과는 별도로 간호사법이 제정돼 ‘진료보조’에 관한 사항이 부수적인 것이 됐을 때 이 같은 잘못된 실무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뿐만 아니라 “간호법에 있는 가정간호센터, 간호요양원과 같은 간호기관 개설은 실질적으로 의료기관과 마찬가지”라며 이에 대한 반대의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세번째 진술인인 이경환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현재 OECD국가 중 간호사법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의료세계의 현실변화와 전문직의 분화경향 및 세계 각국의 입법례에 비춰 볼 때 현재의 의료법상 규정만으로는 간호행위 내지 간호사에 대한 규제가 미흡하므로 독립된 법으로 정립돼야 한다”고 간호법 제정에 적극 찬성했다.
그는 “의협의 반대 이유를 모르겠다”며 “의협은 의사법 미제정을 그 이유로 들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이 법제정에 게을리 하면서 타 의료기관의 개별법을 반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마지막 진술자로 나선 임정희 한국간호조무사협회 중앙회장은 이번에 제정하려는 간호법이 “우리나라 간호의 양대축인 간호조무사를 같은 간호인력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난하며 “간호법이 제정된다면 의료법령에 명시돼 있는 간호조무사와 관련된 모든 법(간호업무의 보조, 진료보조의 업무, 정원에 관한 규정 등)을 모법에 포함시켜 전문 간호인력으로 서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만약 발의된 간호사법이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의료법에 명시돼 있던 진료보조 업무조항이 삭제돼 대다수의 간호조무사는 의료기관에서 일자리를 잃게 돼 간호인력 수급차질로 인한 의료대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간호수가 인상으로 국민의 의료비 상승 초래한다”고 간호법 제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임 회장은 또한 “간호사법이 제정될 경우 국가고시를 통해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아무런 이유없이 하루 아침에 박탈당한 간호조무사에게 국가는 어떤 보상을 해 줄 것인가”라며 간호법과 관련해 간호조무사가 처하게 되는 부당한 현실을 우려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시간에서는 별도의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 및 간호요양센터설립, 간호조무사와의 문제 등에 대한 부분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은 ‘다른 의료인과의 형평성’을 언급하며 별도의 간호법 제정이 ‘행정력 낭비’는 아니냐는 질문을 했고 이에 김의숙 교수는 “간호사가 전체 의료인력의 62%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독자성이 무시된 채 함께 가는 것이 실효성에서 더 비합리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간호법 자체가 갈등을 유발하기 보다는 간호법이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직역간의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의사와 치과의사 역시 개별법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오랫동안 고민하고 준비해온 쪽이 먼저 만드는 것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간호 조무사와의 문제에 대해서도 “간호 조무사측이 우려하는 것처럼 간호 조무사의 기존 역할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며 그러기 위해 의료법을 그대로 가져오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진료 보조’와 관련 “진료 보조에 대한 지나친 일반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해당 구절이 간호 조무사가 간호사와 똑같은 업무를 완전히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간호기관설립이 의료법정신에 맞지 안다는 현두륜 대한의사협회 전직 법제이사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이경환 변호사는 “현행 의료법에는 맞지 않지만 현실에서 필요로 하기 때문에 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열린 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간호법 제정반대에 대해 의사 이기주의를 지적, 이에 현두륜 전 법제이사는 “의사들이 간호사법 자체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의사없는 의료기관 설립과 간호조무사를 배제하려는 것에 반대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간호법을 꼭 별도로 제정해야 하나는 물음에 대해서도 김의숙 교수는 “보수보다는 새집을 지어야 한다”고 말하며 “간호사에 비해 다른 의사직역들은 치열한 문제의식 없다”고 응답했다.
한나라당 정형근 위원은 의사 촉탁을 통한 간호요양기관 운영에 대한 의견을 묻자 현두륜 전직 법제이사는 “촉탁을 적용해도 간호요양기관은 사실상 의료기관이며 의사없이 실질적인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 우리당 장향숙 의원은 임정희 간무협 회장에게 “극구 반대 보다는 이 법에 대해 함께 설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권고했으며 간호법을 발의한 김선미 의원은 “그 당시엔 간호조무사가 대체인력으로 간호역할을 수행했지만 지금은 간호 조무사를 어떻게 제도권으로 편입시킬 수 있을지를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김의숙 교수는 “간호법은 직역간 갈등의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대국민보건의료의 차원에서 객관적 인식이 필요한 것”이라며 “부디 국회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통해 제정에 힘써 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최지현 기자(jhchoi@medifonews.com)
200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