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데이터·인공지능 임상실증지원이 의료기관 인력·인프라 부족과 까다로운 데이터심의위원회 위원 구성요건 등으로 시작부터 가로막히고, 단순히 의료기관 내 전산팀이 감당해야 할 숙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은 22일 ‘제1차 보건의료데이터 혁신포럼’을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데이터3법 개정과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마련 등 관련 정책 여건을 바탕으로, 데이터 활용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사회적 논의를 위해 처음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 의료계·학계·산업계 등 관련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보건의료데이터·인공지능(AI) 활용혁신을 위한 중장기 전략에 관해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
그 중 건양대학교 김종엽 교수는 의료기관 내 인력·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의료기관 중심의 임상실증지원이 어렵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인력 및 인프라 보강과 함께 의료기관 임상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실증이 가능하도록 인센티브 제공방안 등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임상실증지원은 의료기관 내 전산팀이 감당해야 할 숙제로 전락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병원 내 전산망에서 누군가가 협조해주지 않으면 임상실증은 불가능한데, 전산팀 직원들은 전산망 유지보수를 하는 것이 그들의 본업이었지 업무분장 자체에 포함돼 있지 않은 일은 그냥 부담되는 추가 과업일 뿐이다. 그렇다고 잘 해낸다고 해서 성과가 돌아가는가 하면 또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이해하는 의과학자의 양성과 고품질 의료를 이어나가기 위한 저수가 개선 필요성 등도 강조했다.
또 의료기기 인허가 및 신의료기술평가 등 절차를 알기 어려워 검증되지 않은 의료인공지능 기기가 현장에 유통되는 것과 사업을 빨리 시작하게 하기 위해서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의료인공지능 발전 발목을 잡을 것이다. 찬성할 수 없다.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하는 방안에 대해서 신중하게 더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병원 내 폐쇄적 형태와 연구공간의 부족으로 창업기업 등에서 고품질의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문제에 대해 데이터 심의위원회 운영 등 복잡한 데이터의 활용절차를 재정립하고, 데이터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등 활용환경 조성을 제안했다.
특히 데이터심의위원회 위원 구성요건 재정립 필요성을 들며 “데이터심의위원회 구성에만 고민하고 있고 심의를 받아서 연구를 시작했다는 병원은 본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위원 구성요건 충족이 어렵고, 최소 두 번 이상의 심의위원회 회의가 이뤄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
보건의료분야 데이터심의위원회는 기관 내 가명정보를 활용하고 기관 외부로 가명정보의 제공 여부 및 방법 등을 심의하는 위원회로서, 심의위원회 위원은 5인 이상 15인 이하로 구성하되, 해당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위원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각각의 분야(의료·생명윤리, 기술, 법률) 전문가 1인 이상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최소 두 번의 회의를 거쳐 반려조건 하나도 없이 바로 승인된다고 했을 때 최소 두 달에서 석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구성 허들을 낮추지 않는 이상 위원들이 머리를 맞대서 고민해 만든 과실을 거둘 수 없다”며 “관련 가이드라인에 준해서 위원회가 돌아가는 곳이 왜 한 곳도 없는지 고민해야 하고, 의료기관 중심의 기업 지원과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인허가를 받게 될 여러 인공지능 기기의 임상실증은 계속 어려운 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산학계 관점에서의 임상실증 방향과 미충족 수요에 대한 지원 필요성도 강조됐다.
루닛 박찬익 본부장은 “과거의 데이터를 갖고 실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지만 전향적으로 환자에게 실증하는 과정들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많은 재원과 시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결국 이 제품이 현재 의료시스템에 꼭 필요한 것인가, 무엇인가를 발전시키려는 고민들이 있어야 어려움을 버틸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박 본부장은 “여전히 많은 데이터가 대학병원, 종합병원 위주로 모여 있고 그 데이터들이 쓸모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병원이나 의원급에도 쓸만한 데이터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까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의 가이드라인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병·의원급까지 아우를 수 있는 데이터 관련 공동연구나 개발에 필요한 문턱을 낮출 수 있는 고민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