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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유명무실한 의료기관윤리위원회, 표준운영지침 마련돼야”

유신혜 교수 “윤리위원회, 소집 장시간 걸리고 그대로 종결되는 경우 많아”
김예진 복지사 “복합적인 생애말기 이슈들, 환자중심관점에서 풀어나가야”



연명의료결정법 이행을 지원하고, 단순한 법 적용이 어려운 사례의 윤리적 의사결정을 돕고 심의하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에 대한 한계점이 지적됐다. 이와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개편될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서울대병원은 18일 제4회 의료기관윤리위원회 및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온라인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의 3년을 돌아보고,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운영 경험과 나아갈 방향이 공유됐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역할 강화를 강조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는 “법적 임종기 판단을 했느냐에 따라 윤리위원회가 나올 것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가치인 자율성, 존엄성, 최선의 이익 등을 지향해서 무엇이 최선이고 좋을지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는 주체가 돼야 한다”며 “윤리위원회도 시각을 확대하고, 윤리적인 이슈들이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임종 판단을 위한 윤리위원회 소집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고 많은 사례들이 심의까지 올라오지 못하고 종결되는 문제와 관련해 유 교수는 “모든 의료진의 의사결정이 심의로만 이뤄질 수 없고, 심의까지 걸리는 시간을 아무리 단축시킨다 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심의 외에도 어떤 방법으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지 윤리위원회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유 교수는 의료진의 윤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의료진들이 어떤 부분은 윤리적인 것이고, 이슈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된다면 윤리위원회 도움 없이도 스스로 환자와 가족들 간에 잘 논의해서 해결해나가는 게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민선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보완 필요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뇌손상이 심각한 신생아 환자와 같이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제시하는 임종과정의 판단만으로 치료과정을 결정하기 힘든 환자군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법적으로 안전한 선택을 지속할 때 오히려 환자와 가족이 겪어야 하는 고통의 크기는 매우 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연명의료 결정 시 환자가 겪어야 하는 고통의 정도, 기능저하의 심각성, 삶에 만족하며 즐기면서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 등 삶을 영위하는 주요 요인들을 고려할 수 있도록 돕는 여러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김범석 센터장은 전국적으로 다수의 의료기관 내 윤리위원회가 설치돼 있으나, 이들 위원회가 유명무실하거나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의료기관윤리위원회 표준운영지침 마련 필요성을 제안했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2021년 2월 기준 전국 의료기관 내 윤리위원회는 총 289개가 등록돼 있다.

김 센터장은 “의료인에게 연명의료결정법 적용과 법 이외의 어려운 의사결정 상황에서 상담, 자문 등을 통한 지원의 필요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의료기관 윤리위원회의 기능이 현장을 지원하는 상담 및 자문 기능 보다는 행정절차에 치중돼 있고,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관의 특성에 맞는 윤리위원회의 표준운영지침을 수립해 규모와 특징에 맞게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모델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표준운영지침이 수립된다면 윤리위원회 운영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의 한계점도 지적됐다. 환자 가족의 의견이 반영된 AD가 아니라, 환자 스스로의 가치관이 반영된 AD가 돼야 한다는 것.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김예진 사회복지사는 “현 AD 서식으로는 환자가 원치 않았던 상태, 피하고자 하는 상태에 대해 알기 어렵고, 연명의료 유보와 중단은 어떻게 해석할 것이며, 구체적인 이행항목에 대해 의사소견과 가족소견을 얼마나 반영할 것인지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AD를 통한 환자의 뜻과 가족의 의견이 충돌할 때가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 김 복지사는 “환자가 AD를 미리 써두었지만 환자 가족의 슬픔이 너무 크거나, 가족들이 환자의 AD 의미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 경우 환자의 뜻에 반하는 연명의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족의 애도과정을 고려했을 때 가족 의견도 배제하기 어려워 시간이 지난 후에 환자의 뜻을 존중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연명의료 결정이 법에 따라서만 국한된다면 진정의 의미의 인간 존엄성, 생애말기의 자기결정권 존중이나 삶의 질, 최선의 이익 등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과연 우리는 제도를 통해 어떤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고, 복합적인 생애말기 이슈들을 환자중심관점에서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서울대병원 중환자진료부(신경외과) 하은진 교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몇 번의 항목체크만으로 작성이 끝날 정도로 너무 간단하다는 점을 꼬집으며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게끔 하는 AD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 교수는 “중환자실은 삶을 마감하기에 썩 좋은 장소가 아니”라며 “임종방 같은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고, 중환자실에서 잘 회복해서 나가더라도 향후 남은 여성에서 스스로의 존엄성을 결정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2015년부터 자발적으로 임상윤리 자문과 교육을 진행해왔으며, 국내 최초로 임상윤리자문서비스를 병원 내에서 직접 제공하는 등 임상현장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2018년에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과 함께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해 실제적인 임상윤리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김연수 병원장은 축사를 통해 “어떻게 하면 의학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까, 환자의 삶과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까가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와 의료기관윤리위원회에서 고민하는 일”이라며 “소속 구성원들의 전문화된 지식과 함께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윤리적인 가치관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의료기관이 가져야 될 윤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센터와 위원회가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의료기관과 환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을 서로 공유하면서 가치들을 확장시킨다면 우리 사회가 가야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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