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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⑦] 묘수 세 번 바둑 필패 - 한국의료 다시 묘수 입법 중

윤인모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외래교수)

묘수가 세 번이면 바둑에서 패한다. 올바른 방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한국의료는 45년간 구조적 모순을 ‘묘수’로 버텨 왔다. ‘아직은 의료비가 OECD 평균보다 낮다’라는 말을 진통제로 사용하며 시민의 위험 감지 기능을 방해해왔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전 세계가 한국의료에 열광했지만, 실제는 침몰 중이다.

위기의 핵심은 관리 가능 영역을 벗어나고 있는 국가 의료비이다. <그림1>을 보면 주요국은 의료 지표도 유지 관리하면서 의료비 상승률도 관리 가능한 영역에서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그림2>와 같이 OECD 국가 중 증가율 2위이다. 이에 불안한 시민들의 사적 보험 가입 증가율도 압도적으로 높다.
 
개혁의 적기는 2000년대 초반이었다. 그러나 적기를 놓친 지 한참 지났다. 이제는 OECD에서도 고비용 의료 국가로 진입 중이다. 관리 불가능한 제도임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진통제가 먹히지 않는 상황이 왔지만, 이때에도 역시 묘수로 대응하고 있다. 바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다.


사적 자산의 공공 인프라화의 꼼수와 피해 
정부 행정을 살펴보면 여전히 권위주의적 색깔이 짙다. 특히 공공 인프라의 획득과 유지에서 관성처럼 시행되는 듯하다.

공공이 아닌 사적자산, 사회적 보험 등의 일반적인 현금흐름은 <그림3>과 같다.



그러나 한국은 공공 인프라의 부족 현상을 편하게 충족시켜 왔다. 정부는 복지 인프라를 설립할 재정적 영유가 부족을 이유로 이들에게 이익을 보장해주며 공급자의 수를 늘어남을 유도한다. 그러다 일정 정도 수준이 돼서 현금 흐름을 <그림4>와 같이 바꾼다. 정부는 기관에 직접 지불하고, 이 과정에서 가격과 심사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결국 사적 공급자는 이미 방대해진 기관을 유지하려면 정부가 주는 비용과 심사를 수용하지 않으면 폐업해야 하는 상황으로 진행한다. 당근을 줘서 늘리고 가격을 낮춰서 정부에 의존적으로 만든 후에 민간을 공공처럼 쓰는 경우는 주변에서 찾기 어렵지 않다. 이런 구조는 초기에는 편리하게 보이지만, 추후에는 그 비용을 국민이 다 감당해야 하는 매우 비효율적인 형태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교육이다. 전국의 사립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는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유지가 어렵다. 이미 정부의 감독하에 있는 것이다. 물론 외국도 교육에는 국가지원이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교육 자율권은 매우 넓다. 노후를 포기하고 갖다 바치는 사교육비, 중·고등학교보다는 학원에서 더 많이 배우게 되는 사교육, AI 인재 증원조차 늘리기 어려운 대학, 한때는 프랑스 국문학과 수보다 한국의 불문어학과가 더 많은 사실들 …… 편의주의, 권위주의 국가의 편리한 행정 관성이 이뤄낸 성과물이다. 자유주의, 복지국가는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사적 기관이 공공에 지휘를 받아 수요 공급이 맞춰지면 그것이 바로 계획경제가 된다. 보편적 자유주의 시장경제와는 거리가 멀다.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 법은 왜 묘수인가?
그러나 이것은 의료에서 더욱 강화될 듯하다. 실손보험에서의 돈의 흐름은 이미 시민 편리를 위해서 <그림4>처럼 변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는 시민들, – ‘편리하니까 좋은 것 아닌가’ 등의 생각이 많은 듯하다. - 이 틈을 타서 심평원의 심사기능을 추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진통제이지 치료제가 아니다.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다. 

현재 사립 교육기관이 사립교육답게 움직이지 못한 결과를 겪고 있듯이, 실손보험이 사적의료가 아닌 공공의료처럼 움직이게 되는 경우, 우리는 이것을 (100% 맞는 사례는 아니지만) 자동차 보험 의료부분에서 관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법이 시행이 되면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저항 없이 의료비를 두 번 걷을 수 있게 된다. 현재의 건강보험료와 실손보험의 탈을 쓰고 정부 통제 하에 무늬만 사적 보험인 공공의료비를 내야 한다. (금감위 지휘를 받는 실손보험사와 심평원의 심사는 더 이상 실손보험을 사적 영역에 두지 않는다. 우리는 이를 교육에서 확인하고 있다.) 결국 국민은 추가로 사적 의료보험을 하나 더 들게 되는 것이다.

치열한 논쟁과 타협 없이 법안 하나로 정부는 의료비 걷는 것에 성공하게 된다. 승자는 정치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는 왜 이렇게 하는가?
시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4년의 시계만 가진 정치인이 백년대계를 세울 긴 호흡을 쉬기는 쉽지 않다. 현재가 위기라면 대안은 고통분담이어야 한다. 그러나 묘수는 국민 지갑에서 돈을 꺼내 위기를 조금 늦추려 한다. 결국 진통제만 투여된 의료 생태계가 점점 망가진다. 의료 생태계가 망가지면 의사의 생존도 어렵다. 그러나 국민의 피해는 그 이상이다. 의료 생태계를 지키려는 노력이 밥그릇 지키려는 노력으로 비치면서 진실이 호도되는 듯하다. 묘수에 흔들리지 않는 국민이 있음을 기대해 볼 뿐이다.

* 외부 컬럼과 기고는 메디포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