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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개선방안

최근 뇌출혈 간호사 사망 사건과 모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 거부 사태 등을 통해서 세계 최고라고 자부했던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의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수 많은 의료기관들과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지금까지는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왜곡과 부작용들이 하나 둘씩 표면화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국민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당장 전국적인 소아청소년과 진료 인프라의 붕괴와 수도권과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분만 인프라 붕괴는 저출산 및 인구감소 문제와 맞물리면서 더욱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의료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이 지속되고, 필수의료 정상화와 관련하여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자 지난 1월 31일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크게 세 분야로 나누어 발표됐는데, 첫째는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제공 대책’, 둘째는 ‘필수의료 지원 공공정책수가 도입 대책’, 셋째는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대책’이었다.

필수의료 지원대책이 발표되자 의료계, 시민사회단체, 정치권 등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쏟아졌고, 그 중 비판적 평가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재원 마련의 현실성 문제 ▲기존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점 ▲의료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정책이라는 점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여러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바른의료연구소에서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의 내용을 면밀히 파악·분석해 이번 필수의료 대책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고 올바른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기로 결정했다. 


2.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제공 대책의 문제점
① 센터 지원 중심 대책의 한계점

정부는 현재 전국에 40개소로 운영중인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환자 최종치료까지 가능한 중증응급센터로 바꾸고, 중증응급센터를 전국적으로 50~60개소 정도로 확충하기로 발표했다.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책임진료기능(중증응급 질환별 수술 및 시술 제공 가능여부)과 관련 설비 등을 갖춰야 하고, 중증응급센터로 지정된 병원만이 권역외상센터, 소아전문응급센터, 권역심뇌혈관센터로 지정될 수 있도록 설명했다. 

문제는 최종치료까지 가능한 중증응급센터를 제대로 만들려면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및 지원 인력들이 현재 보다 훨씬 많이 필요하게 되는데, 해당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타 의료파트보다 고강도 노동이 필요하므로 인건비가 더 높은 이러한 인력들의 인건비를 감당할 정도의 수가 가산이나 지원금 재원 마련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센터로 지정해서 지원금을 주는 방식에서 지원금의 기준을 만들어놓으면, 수가가 낮은 상황에서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으로만 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지원대책이 실제 진료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리고 재난적 사고 발생 등으로 인해 특정 지역에 대량의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센터로 지정되지 않은 병원들은 평소에 중증응급환자를 볼 역량을 갖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센터 병원으로만 환자가 집중되고, 이러한 집중화 구조로는 재난적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센터로 지정된 병원뿐만 아니라 일반 의료기관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중증응급 환자 치료에 나서게 하여 환자를 분산시키려면, 중증응급 환자 치료와 일반 건강보험 급여 치료만으로도 의료기관의 흑자 경영이 가능하도록 수가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응급심뇌혈관질환 전문치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몇 군데 권역심뇌혈관센터만을 중심으로 역량을 키워서는 안 되고, 지역 내 여러 병원에서 심뇌혈관센터가 운영될 수 있도록 수가 지원책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도록 해야 이 분야에 지원하는 의사 및 지원 인력이 적정하게 확보된다.

② 현실성 없는 지역 병원간 순환당직체계와 모자의료전달체계

이번 발표에서 가장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대책이 바로 병원간 순환당직체계이다. 권역 내 협력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병원간 순환당직체계는 중증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력들의 휴가와 휴식에 대한 선택권을 제한하게 되므로, 중증필수의료 종사자들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게 된다. 

또한, 이러한 사기저하는 중증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의료인력들의 기피 현상 심화로 이어지게 된다. 

이와함께 이러한 당직체계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지역별로 코로나19 입원 환자에 대한 당직 병원 운영을 통해 확인된 바 있는데, 이 당시에도 여러 병원들의 사정 등에 의해서 미리 준비했던 당직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고 지역별로 당직 순번을 정해서 운영하게 되면, 오히려 당직이 아닌 병원들은 중증응급 환자 치료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게 되기 때문에, 현재처럼 중증의료 분야에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지역 내 유사 환자들이 다수 발생할 경우 오히려 당직 체계로 인해 환자 치료가 늦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분만진료와 소아진료 접근성 강화 정책은 현재 무너진 산부인과 및 소아청소년과 진료 체계의 정상화부터 이뤄져야 하고, 저출산 및 인구 감소 문제로 인해 단순히 수가 인상 정책만으로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발표한 모자의료전달체계 구축은 1·2차 의료기관들의 붕괴와 상급종병으로의 중증 및 비중증 환자 쏠림 현상이 심한 현재의 상황에서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1·2차 의료기관들에서 비중증 산모와 소아 진료를 통해서 의료기관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도록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제대로 된 모자의료전달체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3. 필수의료 지원 공공정책수가 도입 대책의 문제점
① 지원대상이 제한적이고 쏠림 현상을 악화시키게 될 중증 및 응급 질환 보상 대책

정부는 공공정책수가 도입을 통해서 중증 및 응급 질환에 대한 보상을 확대한다고 발표했지만, 보도에서 나타난 대상 질환이 최근 이슈화됐던 뇌동맥류, 중증외상 정도에 한정될 것으로 보이고, 응급실 내원 24시간 내에 최종치료가 되었을 때 현행 수가의 2~3배를 가산해주겠다는 단서 조항을 붙임으로써 현실적으로 가산 수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반대로 가산 수가를 받기 위해 무리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또한, 해당 가산을 권역응급의료센터 40개소와 상급종합병원(지역응급의료센터) 18개소에만 적용함으로써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 중심의 지원을 벗어나지 못하여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에만 지원을 하게 되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반 종합병원 등에서는 중증 외상 환자와 응급 환자를 더욱 기피하게 되어 환자들의 특정 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권역 및 지역응급의료센터는 1년 내내 포화 상태이고, 아무리 지원을 통해서 인력을 더 늘린다고 하더라도 한 병원에 단기간에 환자가 집중적으로 몰리게 되면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어 치료 성과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가산 수가의 대상이 되는 중증 및 응급 질환을 현실적으로 더욱 넓게 정하고, 다양한 중증응급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만 몰리지 않도록 일반 종합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 지역 사회에 중증 및 응급 질환에 대한 유기적인 치료 네트워크가 자생적으로 생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②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중증소아 진료보상 및 소아진료체계 유지 지원 대책

중증소아 진료보상 강화 대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 역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시범사업에서는 해당 병원들의 의료적 손실에 대한 기관 단위 사후보상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의료 관련 적자만을 메워주는 수준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기에 실효성이 있을 수가 없다. 

환자 진료를 통해서 흑자 경영이 되도록 해야 추가 인력을 채용하고, 시설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식으로 재투자가 이루어지는데, 재투자의 여력이 없게 되니 결국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는 시간이 지나면서 낙후된 시설과 제한된 인력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시 소아진료체계 유지 지원 대책은 소아중환자와 신생아, 그리고 1세 미만 소아에 대한 지원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는 현재 무너진 소아청소년과 1~2차 의료시스템을 정상화시키는데 역부족이다. 

중증 환자 및 신생아 진료에 대한 충분한 보상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진료 시스템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소아 일반 진료에 대한 획기적인 수가 인상이 전제돼야 한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는 1세 이상 일반 소아에 대한 진료를 통해서 의료기관들이 흑자 경영이 가능하게 돼야 소아·청소년 의료 인프라가 정상화될 것이고, 이러한 수가 조정은 출산율과 소아 인구 수 등을 고려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③ 갈 길이 먼 분만 인프라 회복 대책

분만 기반 유지를 위한 지역수가 도입이 효과를 발휘할 지는 미지수이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내세웠던 다른 대책에 비하면 비교적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특별시와 광역시 등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에 한해서 시설과 인력기준을 만족하면 현행 분만수가의 3배 수준의 수가를 책정 해도 실제로 이들 지역의 분만 가능 인구가 매우 적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실질 수가 인상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문제는 기존 대한민국 분만수가가 매우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3배 정도 인상을 해도 외국과 비교하여 수가가 높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분만 기반을 정상화시키려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가산 수가만을 남발하지 말고 기본 분만 수가를 OECD 평균 이상으로 정상화시키면서 분만 취약지에 대한 지역 수가를 추가로 책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만 인구가 현저히 적고, 의료기관 접근이 어려운 취약지역에는 지역 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에 분만 인프라를 잘 갖추고, 의료 취약지 분만 및 산전관리 여성에 대한 교통 및 이송 지원 서비스를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다.

4. 3차 상대가치 개편에 의한 종별가산율 조정 대책의 문제점

정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서 저평가 항목에 대한 수가 인상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3차 상대가치 개편의 결과를 반영하기로 하였다. 

핵심 내용은 모든 의료행위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던 종별가산율을 조정한 것인데, 일단 의원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일률적으로 15%의 종별가산율을 기본수가에 반영하고, 검체검사와 영상검사에 대한 추가 종별가산은 폐지하며, 대신 수술이나 처치, 기능검사 등에 대한 종별가산율을 병원 5%, 종병 10%, 상급종합 15%로 하여 기존의 가산율이 유지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검체검사와 영상검사 종별가산 폐지를 통해서 확보되는 재정을 외과계 수술과 입원 등 기존 저평가 분야 상대가치 보상 강화에 활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문제는 수가 인상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사실상 재정의 순증 없이 기존 수가 구조에서 상대가치 점수의 배점만 조정한 수준으로, 제로섬게임을 유도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2016년에 일산병원 자료를 가지고 수행한 '건강보험 일산병원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이라는 연구 결과를 보면, 진료영역별 원가보전율은 전체적으로 78.4%에 불과했다. 

또, 진찰료, 입원료, 주사료, 마취료, 처치 및 수술료 등 의사 및 의료인들의 의료 행위와 관련된 수가는 50~80%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연구에서 드러난 종별 추정 원가보전율을 보면, 상급종합병원 84.2%, 종합병원 75.2%, 병원 66.6%, 의원 62.2%로 나타나 의료기관의 규모가 작을수록 저수가로 더 고통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연구에서 각 의료 행위 분야 중에서 원가인 100%를 의미 있게 넘긴 분야는 원가 대비 140%정도의 수가를 나타낸 영상 분야와 145~153% 정도의 수가 수준을 보인 검체검사 분야 둘 뿐이었다.

비급여 의료를 제외하고 원가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의료 행위 분야가 검체 검사 및 영상 분야뿐이었기 때문에 많은 의료기관들이 검사를 많이 해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원가에 비해서 40~50% 정도의 이윤이 남는 의료서비스의 가격이 부적절하게 높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리고 원가 이상의 수가를 보이는 검체검사와 영상 분야의 수가를 반영하여도 전체적으로 의료기관들이 심각한 저수가에 시달리고 있다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의지를 정부가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 밝혀진 내용을 보면 현재 입원료 수가는 원가 대비 46~50% 수준에 불과하고, 처치 및 수술료 수가는 원가 대비 77.6%에 불과했다. 즉, 정부가 밝힌 종별 가산 폐지 등을 통해 마련하는 추가 재정으로는 입원료와 처치 및 수술 수가의 원가 이상으로의 정상화는 불가능 하다는 말이다. 

정부의 조치 이후에도 검체검사와 영상 분야는 폭은 줄어들더라도 원가 이상의 수가를 보이고, 입원료와 처치 및 수술 수가는 원가에 못 미칠 것이다. 

따라서 의료기관들은 손해 보는 입원 및 수술 대신 수가가 낮아졌지만 그래도 원가 이상의 수익이 나는 검체검사와 영상 검사를 더욱 많이 하는 방향으로 의료 행태를 변화시켜 의료 왜곡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정부는 장기적으로라도 수가 수준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려 OECD 평균 정도로 정상화 시킬 계획은 전혀 없고, 어떻게든 현재의 왜곡된 구조 안에서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 돌 괴는 수준의 미봉책만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5.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대책의 문제점
①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법

그동안 선의에 의해 이루어진 의료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의료인들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됐다는 측면에서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법이 추진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특히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됐지만, 이대목동병원 사건이라는 무분별하게 이루어진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사건으로 인해 결국 소아청소년과 의료 시스템의 붕괴라는 엄청난 위기까지 초래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의료인의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시키는 법이 환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법이 절대로 아님에도 이 법을 반대하는 일부 환자단체와 시민단체 등의 압박을 정부와 국회가 잘 이겨낼 수 있을지는 걱정이다. 

그리고 불가항력 의료사고는 의료기관의 잘못이 없으므로 보상 금액에 대한 국가분담비율을 확대하는 수준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보상금 전액을 국가가 부담해야 맞는 것이다.

②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전공의 대책과 지방 및 필수의료 대책

정부가 발표한 당직제도 및 근무시간 개선은 현실적으로 당장 이루어지기 어렵다. 전공의특별법에서 정한 주 80시간 근로시간 기준도 대부분의 수련병원들이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직 및 근무시간 개선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리고 지방병원과 필수과목에 전공의들이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수도권 생활을 원하고, 미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직종을 선호하는 현상이 의료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따라서 지방병원의 전공의 정원을 늘리고, 비인기과로 전락한 필수의료 분야의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실제로 지방과 필수의료 분야에 전공의 지원이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또한 지방 의과대학 지역인재 모집 확대와 전공의 배치를 연계하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지도 의문이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감안하면, 인구가 있는 곳에 일자리와 기회가 있으므로 지금도 지방 의대 출신들이 졸업 후 또는 전문의 취득 후 일자리와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인구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면 심해질 수록 의사들의 수도권 이동도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 

지방의료와 필수의료 관련해서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려면, 먼저 지방에 다양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국가적인 계획을 세우고, 필수의료 분야가 비인기 분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의료 시스템을 정상화해야 한다.


③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음에도 의정합의 위반까지 불사하며 추진되는 의사 수 확충정책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마지막에 의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계와 의정협의를 통해 적정 의료인력 확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대정원 증원 및 공공의대 신설 등 의사 인력 확충 정책은 지난 2020년 9월에 맺었던 의정합의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안정화 된 이후에 논의하기로 한 바 있으며, 의대정원 동결 및 감축 정책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맺었던 의약정 합의 사항에도 명시돼 있다. 

실제로 의사 수가 부족한지의 여부와 의사 수 확충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의사 수 확충 정책을 언급하는 것은 명백한 두 차례 체결했던 의정합의 위반이라는 사실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의정합의를 맺었던 2020년 9월 당시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200여명 수준이었으므로, 코로나19 안정화의 기준은 적어도 합의를 맺었던 당시보다도 현저히 낮아야 맞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도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2만여 명에 달하고 있고, WHO는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해제하지 않고 유지를 결정한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을 코로나19 안정화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으며, 정부가 이러한 주장을 지속하면 앞으로 의료계가 정부와 어떠한 협의를 하여도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신만 행동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의사 수 확충 정책은 2000년 의약정 합의를 위반하는 사항이 되기 때문에, 만약 정부가 의사 수 확충 정책을 추진한다면, 의약분업 역시 파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의사 수는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는 있지만, 국가별로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는 방식이 다르고, 의사 업무량도 천차만별이기에 무조건 OECD 평균을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대한민국 의사 수가 OECD 평균에 가까워져 가고 있는 상황임은 부인할 수 없고, 현재의 의사 수를 가지고도 높은 보건의료 지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전 세계 최고 빈도로 외래 및 입원 의료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았을 때 대한민국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과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민국과 인구당 의사 수가 거의 같고, 의료 이용 빈도도 유사한 일본이 최근 의대 정원 감축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는 이유를 대한민국 정부도 깨달아야 할 것이다.


6. 결론
정부가 의료 정상화에 대한 근본 원인 해결의 의지가 없다는 사실은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고 실손보험과 연계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원대책을 말하는 자리에서 통제 대책을 발표하는 것이 어이없기도 하지만, 이러한 대책 발표는 비급여 의료행위를 마치 잘못된 의료행위인 양 매도하는 것이다. 

또한, 강제지정제와 단일공보험 체제에서 거의 유일하게 의료기관과 환자가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 의료행위가 비급여 의료행위라는 점에서, 이를 정부가 나서서 통제하면 의료에서 거의 유일한 자유마저 사라지게 되고, 이는 마지막 남은 강제지정제 합헌 사유를 정부가 먼저 없애버려 강제지정제 폐지를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가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과의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명분은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를 믿고 비급여 의료행위를 과도하게 이용하는 일부 환자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손보험 상품은 사보험 회사와 국민 개인이 맺은 사적 계약에 의해서 유지되는 것인데, 잘못 설계된 실손보험에 의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보험사와 개인간 이루어진 사적 계약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의료기관에까지 비급여 관련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정부가 국민들의 과도한 의료 이용을 통제하고 싶다면 지금처럼 의료기관들을 옥죄어서 환자가 의료 이용을 하기 불편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국민들께 동의를 구해서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제도의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보장된 혜택을 내려놓는 선택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는 의료기관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무너져가는 의료 시스템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을 달래기 위해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결론적으로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기존 대책의 재탕으로 이루어진 부분도 있고, 최근에 이슈화되었던 몇 가지 사건들에 대한 면피용으로 땜질식 처방 위주의 대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까지 수 많은 정부에서 의료 정상화를 목표로 하여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였지만 결국 모두 실패한 이유는 자명하다. 

왜곡된 의료 시스템을 정상화시키려면 왜곡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모든 정부에서 당장의 상황만을 모면하려는 정책만을 남발했기 때문에 상황이 정상화되기는커녕 나빠지기만 한 것이고,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다 근본적인 의료 정상화 대책을 추진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본 연구소의 비판을 적극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