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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낮에도 졸린 ‘기면병’ 대한 사회 인식 바꿔야…장애기준 개선도 필요

대한신경과학회 김재문 이사장과 대한수면연구학회 정기영 회장

3월 17일은 ‘세계 수면의 날’이다. ‘세계 수면의 날’은 세계수면학회에서(World Association of Sleep Medicine, WASM) 수면장애를 예방하고 치료함으로써 수면질환과 관련된 사회적인 부담을 경감시킬 목적으로 지정되고 있는 기념일로, 수면의 중요성을 널리 홍보하기 위해 2008년부터 매년 3월 둘째주 금요일을 ‘세계 수면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세계 수면의 날’을 기념해 각 학회·병원들이 크고 작은 강연·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신경과학회와 대한수면연구학회가 올해 ‘세계 수면의 날’을 기념해 17일 ‘2023년 세계 수면의 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대한신경과학회 김재문 이사장과 대한수면연구학회 정기영 회장을 만나 기면병이 어떤 질환이고, 현재 기면병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비교해 개선됐는지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기면병이 어떤 질환인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기영 회장] 먼저 기면병은 밤에 충분히 자고 그다음에 수면의 질의에 문제가 없는데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낮에 과도하게 졸린 질환을 말합니다. 

기면병의 원인은 뇌에서 히포크레틴 또는 오렉신과 같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돼 각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물질의 분비가 적어지면서 나타나게 되며, 과다하게 졸린 증상 말고도 웃으면 몸에 힘이 빠진다든지, 밤에 잠을 잘 때 환각 증상이나 가위눌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조사된 연구 결과를 보면 기면병 환자는 인구 10만 명당 8~10명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희귀한 질환입니다.

Q. ‘기면증’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비교하면 현재는 어떠한가요? 또 기면증 환자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재문 이사장] 기면병에 대한 인식이 좀 적었던 과거에는 기면병 환자들이 일하다가 말고 자고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게으른 사람’으로 바라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면병은 상당히 남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그런 병이었고, 실제로 업무 능력이나 생산성 등도 많이 떨어져 과거에는 기면병 환자들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기면병 진단도 정확해지고, 치료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적절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서는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면병의 진단이 과연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하는 그런 우려가 있는 상태이고, 그 기면병의 상태를 우리 사회가 잘 용인해주고 도와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환자를 이해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정기영 회장] 예전에는 기면병이 10대 후반부터 좀 잘 생기는데, 문제는 학교에서 학생이 그냥 엎어져 자고 그러다 보니 기면병을 가진 학생들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선이나 인식이 과거에는 좋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군대에서도 훈련 중에 졸다 보니 혼나거나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위험했고, 사회에서는 졸음운전 위험성도 존재해 기면병 환자들이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면병이 알려지면서 인식도 많이 바뀌고 해서 조금만 많이 졸면 “기면병 아니냐?” 하고서 찾아와서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덕분에 예전보다 진단을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축됐고, 기면병 진단에서 중요한 ‘다중 수면 잠복기 검사’가 보험 적용이 되면서 진단을 받기가 수월해졌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그런데 역으로 수업 시간이나 학원에서 졸면 99%는 수면이 부족해서 졸린 것에 불과함에도 기면병 같다면서 진단을 받아보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나고 있어 살짝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한 연예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본인은 기면병을 갖고 있다고 밝히면서 기면병이 많이 알려진 이후 조금만 졸리면 전부 다 기면병이 아니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환자들에게 기면병이 아니라고 설득해도 검사를 꼭 받고 싶다는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특히, 우리나라 중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의 경우 수면이 부족해 뇌파 검사를 하게 되면 학생들이 눈을 감자마자 1~2분 안에 잠이 들어버려 기면병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으며, 다중 수면 잠복기 검사에서도 반수 이상이 기면병처럼 나오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면병으로 진단을 내려서 치료하다가 좀 이상해서 재검사 또는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상황으로, 진단의 정확도에 대한 관리가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Q.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면증 환자들을 위해 이뤄지고 있는 정책이나 지원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정기영 회장] 기면병 환자는 10만 명당 10명 이내로 나타나기 때문에 희귀질환에 해당됩니다. 희귀질환으로 등록되면 산정 특례가 적용돼 약값의 5%만 부담하면 됩니다. 군대에서는 군대를 기면병을 진단받게 된다면 면제 또는 사회복무요원(공익요원)를 받게 됩니다.

문제는 약값 지원과 군 복무에 대한 배려 이외에는 특별한 지원 같은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기면병 자체가 희소한 질환이다 보니 규모가 큰 센터라 하더라도 1년에 살피는 환자는 10명 이내에 불과합니다.

질환에 대해 연구하려면 환자가 많이 모여서 그들의 공통된 특징을 살피던가 신약을 투약해서 약의 효과 등을 비교 등을 해야 합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기면병 환자들에 대한 등록·관리를 실시하면 좀 더 체계적인 연구를 할 수 있고,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 또는 기면병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파악해 지원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현재 이를 위한 국가적인 데이터가 사실상 없어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김재문 이사장] 위의 문제는 기면병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희귀질환에도 해당됩니다. 희귀질환은 종류가 많으며, 각각의 질환마다 갖는 특성이 있습니다. 일부 희귀질환들은 평생 해당 질환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거든요?

문제는 기면병 등을 가진 환자들이 학교, 직장, 사회생활, 결혼 등에 대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면병을 비롯한 희귀질환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가이드라인을 일정하게 만들어서 환자들이 다니는 회사·학교 등 사회에서 환자들을 배려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으며, 종합적인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Q. 현재 우리나라의 정책·제도·의료체계 중 기면병 환자들을 위해 어떤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정기영 회장] 기면병 환자는 장애 진단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 진단을 받을 때는 망상이나 환각 증상 등 정신 증상이 있어야만 합니다. 해당 증상들은 기면병 자체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만, 약물치료를 할 때 드물게 나타날 수가 있는데, 그때 장애 진단을 받으려면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가 진료를 보도록 하고 있어 일종의 정신장애처럼 되어버리다 보니 기면병 환자들이 장애 진단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기면병은 뇌 질환입니다. 뇌하수체에서 ‘히포크레틴’ 물질 분비가 부족하면 발생하는 질환으로 기면병 환자를 보는 의료진들은 수면 전문의들인데, 신경과 전문의와 정신과 전문의 중 기면병 환자들을 신경과 의사들이 실제로 더 많이 살피고 있음에도 정신과만 장애 진단을 할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이는 환자들이 진료 혜택을 잘 받지 못하게 됨은 물론, 신경과 의사들의 진료권도 침해하고 있으므로 개선이 시급합니다.



Q. 그 밖에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김재문 이사장]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면 관련 질환으로 ‘수면무호흡증’ 한 가지를 생각하는데, 사실 ‘수면무호흡증’은 여러 카테고리의 질환 중에 단순한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치료 방법도 정교하게 오랫동안 환자를 관리·치료해야 하는 병이고요. 

그 외의 수면 관련 질환들도 사람의 생활 습관이라든지 태도라든지 시기라든지 이런 것들을 다 조절해야 해 수면 관련 질환들은 굉장히 관리하기 힘든 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면병과 관련해서 우리나라 정부가 세우는 대책은 대부분 건강보험 혜택, 장애 인정, 군대 문제 해결 등이거든요. 이제는 사회가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을 보는 시각이 좀 달라져야 합니다. 

단순히 경제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고 기면병 등이 있는 분들이 조금 더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그 업무에 잘 복귀해서 일할 수 있도록 그런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사회나 언론 또한 기면병을 포함한 여러 희귀질환이 있는 분들을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포용해서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게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기영 회장] 노인 환자 중 불면증이 있으신 분들을 많이 보는데, “내가 하루만 딱 한 6시간 정도 꿀잠 자고 잘 수 있다면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으실 정도로 수면은 우리 일상생활과 삶의 질에 엄청나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다 이렇게 조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기면병 환자들이 있을 정도로 병으로 인식을 잘 못하는 경우가 있고, 그로 인해 진단이 매우 늦어져 치료를 받을 때에는 병이 심해진 경우가 많은 만큼, 인식 재고가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수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10대에는 뇌가 잘 발달하고 창의적 사고를 하며 스트레스 없이 잘 지내야 하는데, 수면보다는 공부 쪽에 노력하다 보니 번아웃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이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사회적인 노력과 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일찍 자고 싶어도 회식해서 늦게 끝나는 부분을 비롯해 입시 지옥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면 부족을 해결해야 하며, 병적인 문제가 있을 때는 학교·직장에서 낮잠 시간을 주는 등의 배려들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수면 질환은 교통사고나 대형 재해·사고와 연결될 수 있으므로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고 공공 측면에서 접근해 다 같이 노력하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하나의 지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저희 대한수면연구학회는 대한신경과학회와 지속적으로 협업해서 행사를 준비·진행하려 합니다. 7월에 정기학술대회를 1박 2일로 해서 개최하려 합니다. 그때 세계수면학회 차기 회장님이 오셔서 강의하실 예정이십니다. 

또 개원의 및 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연수 강좌도 진행하고, 수면 기사들을 상대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 및 교육 일정을 잡고 있으며, 매달 행사를 준비·개최해서 한쪽에서는 국민들에게 수면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면 전문가들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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