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정책

‘수익, 사람 없는’ 소아청소년암 진료… 지역의사들 협력한다

정부, 소아청소년암 지역거점병원 5곳 선정… 전문의 부족해 촉탁의 및 타분과 전문의와 협력하기로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협의 내용 바탕으로 ‘소아청소년암 필수진료체계 구축 정책토론회’ 개최

지역기반 소아청소년암 진료체계 구축의 첫발을 뗐다. 현장에는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소아혈액종양과 전문의 20여 명이 참석했다.

서정숙, 김미애, 이종석, 최재형 국회의원 주최,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주관으로 7월 20일, ‘소아청소년암 필수진료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같은날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의 일환으로 ‘소아암 진료체계 구축방안’을 발표했으며, 서울을 제외한 전국 5개 권역에 거점병원 5곳을 선정 및 육성, 전문인력 활용 모형을 구성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소아청소년암은 고강도·노동집약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특성상 성인암에 비해 의료인력의 투입량은 많으면서도 치료비용과 수가는 오히려 낮아 진료하는 병원이 줄어들고 있다.

현재 서울 외 지역의 평균 70% 환자가 거주지를 떠나 치료를 받는 극심한 수도권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전국에 69명에 불과한 소아혈액종양전문의 수로 인해 작년 기준으로 강원·경북·울산 지역은 소아혈액종양전문의가 부재했다.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성기웅 이사장은 “그동안 소아청소년암 정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보건복지부와 수차례 협의를 통해 진료체계를 논의해왔다. 오늘은 소아청소년암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보다 세부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지역별로 소아청소년암 진료를 안전하고 완결적으로 제공할 최소한의 진료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진료 수가 현실화 등의 추가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 앞서 진행된 주제발표는 총 3개로, 국립암센터 김영애 암관리정책부장이 ‘소아청소년암 현황’에 대해 발표했으며, 화순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백희조 교수가 ‘소아청소년암 거점기관 중심의 진료체계안’,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윤 교수가 ‘거점 소아청소년암 개방형 진료체계안 – 대구, 경북 지역’을 발표했다.


국립암센터 김영애 부장은 “소아청소년암은 0~14세 사이에 발생하는 암(미국 국립 암 연구소 정의)으로 조직학적이나 위치에 따라 분류된다. 치료에는 고강도 항암화학요법이 필수적이며 2020년 기준 국내 소아청소년암은 1365명이 신규 발생했다. 암종별 비율은 혈액암이 41.4%, 고형암이 35.2%, 기타암이 23.4%이다”라고 말했다.

김영애 부장은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소아청소년암 치료 인프라 격차가 발생했다. 비수도권의 상급병원 23개 중 조혈모세포이식 가능 기관은 6개이며, 비수도권 소아청소년암 환자의 62%가 첫 입원을 수도권 병원에서 하는 등 수도권 의료기관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아청소년기의 암 진단 및 치료는 치료 이후에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갖게 되고, 또래와 다른 성장과 발달을 경험해 성인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암 미경험 또래 대비 우울감이 1.5배, 불안이 2배, 감정 조절 어려움이 1.7배 높게 나타났으며, 합병증 치료 및 2차암 발생 예방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므로 소아암 관리체계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화순전남대병원 백희조 교수와 칠곡경북대병원 김지윤 교수는 각각 협의체에서 논의된 진료체계안에 대해서 발표했다. 소아혈액종양 세부전문의의 부족에서 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촉탁의와 소아청소년과 타분과 전문의를 활용하는 안이 제시됐다.

화순전남대병원 백희조 교수는 “호남, 부산·울산·경남, 대전·충청·세종 지역에서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 병원은 지역당 1개 뿐으로, 각 병원별로 인력 추이는 연간 감소세를 띠며 기존 인력의 업무 과중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최소 진료인력을 설정해 인력을 보강하며, 기존 세부전문의 인력을 유지하고 신규 인력의 육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희조 교수가 소개한 ‘거점기관 중심의 진료체계 운영계획안’에서는 최소 2명의 소아혈액종양 세부전문의, 2~3명의 촉탁의, 4~6명의 소아청소년과 타분과 전문의로 구성된 의사직과 2명의 담당간호사, 이하 1명의 약사, 영양사,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진료 지원 인력이 필요하다.


칠곡경북대병원 김지윤 교수는 “거점 지역 의료기관인 칠곡경북대병원은 운영상 어려움으로 인력부족 및 충원에 어려움이 있으며, 거점기관으로 진료기능이 집중됨으로써 지역 연계진료기능이 쇠퇴하고, 붕괴가 임박했다. 이에 주변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지역내 전문의들의 협력을 결의했다”고 말했다.

김지윤 교수가 소개한 대안은 ‘개방형 진료체계’다. 이는 외부 독립적인 참여의가 2,3차 의료기관이 병원과 계약을 체결해 진료를 의뢰하면, 병원은 외부의사가 장비 및 인력 등의 자원을 활용하도록 개방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소아암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칠곡경북대병원이 개방형 병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김지윤 교수는 “참여하는 의사는 진료과정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표준지침을 공유하며, 기존 원소속을 유지하면서 주기적으로 거점병원 입원진료를 담당하게 된다. 진료부담과 지역 근무부담을 개선해 지역 전문의 이탈 방지 및 신규 전문의 유입 환경이 형성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표 후 토론에서는 환자의 보호자와 소아혈액종양학과 전문의가 현실적인 문제를 공유하기도 했다. 현재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소아청소년암 환자의 보호자는 “병원에 소아혈액종양 세부전문의 교수가 2명으로, 한분은 은퇴를 미루고 진료를 보고 계신다. 전문의가 없어 예측할 수 없는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는 전공의 부족으로 인해 척수항암치료를 저년차 인턴이 진행하게 돼 치료시간이 길어지고 불안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감염 걱정 없이 분리된 병원 보호자 대기실의 필요성과,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쉼터 지원, ▲소아암 완치 이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 방안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충남대병원 소아혈액종양전문의인 임연정 교수는 “현재 우리 병원에도 전공의가 없다. 충남대병원에서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하지만, 16개월의 어린 아이라 서울로 전원시킨 적이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술은 의사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며, 숙련된 간호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서울로 가지 않아도 지역병원에서 완결된 치료를 제공하고 싶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선임연구위원은 “건강보험 5개년 계획을 세우면서 필수의료의 공백을 채우는 공공정책수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보상받는 행위별 수가제를 탈피해 기관 단위, 지역 단위, 인력 단위 보상으로 가야 한다. 사전 보상과 사후 보상을 결합하고,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수련비용 직접 지원과 함께 국립대병원 고용 유연화, 겸직 규제 등을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할만 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박향 공공보건정책관은 “이번 대책이 응급대책이라는 말과 만시지탄이라는 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소아진료를 포기한 병원이 늘어나고, 소아의료 현장에 남아있는 절대적인 의사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것을 어떻게 제도로 정착화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향 정책관은 “이번에 거점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안을 내놓았지만, 기존의 심뇌혈관 거점병원과는 다르게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은 다 동원하겠다는 취지다. 당직 의사 순환의 수준이 아니라 지역 의사들간의 신뢰, 환자와 보호자와의 공감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많이 있었고 이제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향 정책관은 “수가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난제이기도 했다. 진행하며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 환자 보호자 쉼터 건에 대해서도 내년 예산에 안정되게 반영돼서 첫발을 디딜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이번 응급대책의 시행과 함께 근본적으로는 인력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게 노력하겠고, 지역 완결형 진료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화순전남대병원 국훈 교수(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전 이사장)은 “성인 10대암과 소아 10대암은 전혀 다르다. 성인암 환자의 2%밖에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5년 생존율 86%라는 말은 단순히 치료를 끝내는 환자가 86%라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건강하게 어른이 돼서 사회 구성원을 이루는 확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지역의료를 중심으로 이야기했지만 서울에 있는 의료진과 소아청소년암 환자들도 많은 환자가 몰림으로 인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기도 하다. 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우리가 힘을 합쳐 서로 노력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