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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신질환자 인권·치료 보장 가능토록 시스템 개선 ‘시급’

오강섭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최근 서현역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중심으로 흉기 난동이 발생·예고되면서 흉기 난동으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한 사람들이 발생하거나 혹여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흉기 난동을 벌인 범인 중 1명은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소식에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 관리와 관련해 불안해하는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

이에 메디포뉴스는 오강섭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을 만나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 관리 및 치료 관련 법·제도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최근 정신질환자 의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극이 현재 우리나라를 향해 어떤 점을 시사·경고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A. 정신질환자 의한 ‘묻지마 흉기 난동’은 중증정신질환자들의 입원 및 지속치료가 잘 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정신질환 그 자체가 범죄율을 높이는 것은 아니지만,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은 일부 중증 정신질환들은 피해망상 등으로 인해 실제 타살·타해의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들은 현행 법과 제도에 의한 정신질환자 치료와 회복을 위한 시스템이 더 이상 환자, 가족, 국민 누구도 제대로 구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묻지마 흉기 범죄’를 예방하려면 중증정신질환자의 경우 위급 시 입원 등 적절한 치료의 제공이 시급합니다. 

인권과 치료가 동시에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Q. 정신질환자를 수용해 치료할 수 있는 역량·환경은 어떻고, 정신질환 관련 법·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견해 부탁드립니다.

A. 정신과 폐쇄 병상 수는 수가 문제 등으로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지만, 현재 전국에 5만5000여개 정도를 보유하고 있어 급성기의 중증환자를 입원할 수 있는 병실의 수는 충분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병상은 있어도 지난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중증환자들이 입원을 거부하는 경우 입원을 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에 있습니다. 

물론,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이 있습니다만 이로 인해 병식이 없는 중증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은 물론 대만은 자·타해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 발견 시 경찰과 소방에 의료기관까지의 이송책임을 부여하고 있으며, 일본도 신고가 접수되면 지자체가 전문의를 집으로 보내고 공무원과 함께 방문해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코로나19에는 그 어느 나라보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검사와 치료와 지원을 수행한 우리나라에선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민원이나 신고가 들어와도 경찰과 지자체에서 관련 전국 통계조차 집계하지 않는 등 병원전단계와 이송에 대한 적극적 관리가 미비한 실정입니다.

애초에 우리나라는 정신건강복지법 응급입원규정에 따라 자·타해 위험이 큰 경우 즉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송이 이루어지지 못해 경찰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할 수 있는 조치는 환자를 설득하는 것밖에 없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Q. 정부가 정신질환자 입원제도와 외래치료 명령 개선 및 사법입원제 도입 검토를 밝혔습니다. 이에 대한 학회 입장과 제도 방향에 대해 제언한다면?

A. 학회는 ‘사법입원’에 대해 찬성합니다.

‘사법입원’은 이미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제도로,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국가, 즉 법원이나 행정기관이 나서서 직접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입원 결정에 책임을 짐으로써 환자의 인권과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며 의료진은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중증 정신질환자 환자의 입원을 미국에서 판사가 결정하거나 영국과 호주에서 정신건강심판원이 결정하는 선진국형 정신건강법 체계의 특징은 자·타해 우려가 있을 경우 전문가 평가를 의무화하고, 그 결과에 따라 외래치료지원제를 통해 조기치료를 권장하고 입원을 최소화해 인권과 안전 그리고 치료를 함께 고려하고자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환자 가족들의 부담도 줄여주는 등 입원을 거부하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회는 ‘사법입원’ 등에 대해 적극 찬성하며, 제도가 빨리 도입돼 효율적으로 중증환자들에게 적용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법입원 등 정신건강의학과 입원제도의 개선과 함께 ‘외래 치료명령제’도 중요합니다.

‘입원치료 명령제’는 이미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지만, 적용의 애매함 등으로 인해 매우 소수의 경우에만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로, 치료를 거부하는 중증환자들의 경우 확대가 시급합니다.

Q.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하는 정신질환 관련 법·정책·제도 방향은?

A.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정신질환 치료를 가족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입원 여부 결정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호의무자 입원과 의무조항의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정신응급과 급성기치료를 필수의료로 지원해야 하며, 지역사회 치료와 재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또, 퇴원 후 외래치료와 함께 지역사회의 사례관리, 의료기관의 외래기반 정신사회적 중재 및 사례관리, 낮병원, 정신재활시설, 주거시설, 동료지원 등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회복할 수 있는 체계로의 변환이 시급합니다.

이와 함께 사후예방을 위한 법정신의학의 활성화와 치료감호 시스템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며, 청년 정신건강 지원을 위한 체계를 신설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암센터와 아토피 센터 등 주요 신체질환 센터를 거점 의료기관에 설치하는 것처럼 조현병 조기/집중치료 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Q. 그밖에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A. 현재 저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건강복지법의 개정을 통한 입원제도의 개선 및 치료유지를 위한 법 개정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울러 국가 및 사회에서 개개인들의 정신건강의 중요함을 이해하시고 개인의 정신건강이 국가 및 사회구성원들의 안전에 필수적인 요인임을 기억해 주실 것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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