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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신경정신의학회·의사회,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예방 위한 성명서 발표

“누군가를 탓하거나, 혐오 표현 자제하고 현장 영상, 뉴스 과도하게 퍼뜨리거나 보지 말아야”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오강섭)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회장 김동욱)는 각각 트라우마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혐오 표현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또 “언론은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해야 하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참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회복을 위해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이럴 때일수록 누군가를 탓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며, “영상이나 뉴스에 대한 반복된 노출은 트라우마를 심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에 대한 과도한 몰입은 자제하고, 이번 사건으로 특히 심리적 타격을 받은 사람은 없는지 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우리 모두가 재난의 피해자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아래는 각 단체의 성명서 전문이다.

1.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이태원 참사에 대한 성명서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참사에 온 국민이 슬퍼하고 있는 가운데 저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애통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세상을 떠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주변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또한 더 이상의 희생 없이 부상을 당한 분들이 완쾌되길 기원합니다. 인명피해가 큰 사고로 국민들은 또 하나의 커다란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참사로 인한 추가적인 심리적 트라우마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합니다. 

1)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사고 당시의 참혹한 영상과 사진이 SNS 등을 통해 일부 여과 없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시민의식을 발휘하여 추가적인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을 권합니다. 

2) 혐오 표현의 자제가 필요합니다. 

재난 상황에서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혐오 표현은 큰 고통 속에 있는 유가족과 현장에 있었던 분들의 트라우마를 더욱 가중시키고 회복을 방해합니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혐오와 낙인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여 재난 상황을 해결하는데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3) 언론은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언론은 취재보도 과정에서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 등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적인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이번 사고로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올바른 정신건강정보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등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4)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참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회복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전문가의 사회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피해를 입은 분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이번 참사로 사망한 분들의 유가족과 지인, 부상당한 분들과 가족, 목격자, 사고대응인력 등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큰 충격이 예상되며 대규모의 정신건강지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대유행을 비롯한 국가적인 재난상황에서처럼 민간 전문가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참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당한 분들이 건강하게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국민이 안심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국가의 재난정신건강지원시스템이 마련되는데 저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함께 하겠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오강섭 
재난정신건강위원장 백종우

2. 이태원 참사에서 마음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성명서

150명이 넘는 소중한 생명을 앗아 간 이태원의 참사에 대해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참담한 사고로 인해 많은 분들이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트라우마의 확산을 막고, 추가적인 심리적 어려움을 최소화 해야 하는 시기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드립니다.

1) 누군가 탓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불운의 사건이 일어나면 사건의 발생과 이후 감정에 대해서 자기든 남이든 탓합니다. 자기를 혐오하든 타인을 증오하든 잠깐은 마음이 편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부정적 감정이 팽배합니다. 그 날 그 시간에 사고를 바라고 참석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리 가볍다고 해도 혐오나 조롱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는 오랫동안 무겁게 남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말을 아끼고 서로의 감정을 배려해야 합니다.

2) 영상이나 뉴스에 대한 반복된 노출은 트라우마를 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소식이나 영상이 전달되면서 자극적인 부분만 확대 및 왜곡될 수 있습니다. 혼란 속에서 그러한 경향은 더 심해집니다. 예를 들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데도 관심이 없었다는 식의 잘못된 소식은 앞으로 우리 삶 속에서 대인 관계나 외부 세계에 대한 불신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공포 속에서는 미담보다 나쁜 소식이 더 뇌리에 박히므로 더 주의해야 합니다.

직접 사건을 겪거나 목격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노출되기만 해도 심리적 트라우마를 충분히 겪습니다. 미디어 유발 트라우마(media induced PTSD)에 대한 연구 결과도 많으니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영상 접촉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언론은 보도에 있어서 이 부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3) 사건에 대한 과도한 몰입은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워낙 참담한 사건이다 보니 하루 종일 할 일을 잊는 상황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당장 부상자나 실종자의 가족도 아닌데, 사건에 대해 몰입한다고 실제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 도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 도움될 수 있는 역할을 찾는다면 그 때 실천하고 행동하면 됩니다. 단지 불안을 떨치기 위한 행동인지,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재발을 막기 위한 행동인 지를 구별해본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4) 우리 모두가 재난의 피해자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건으로 특히 심리적 타격을 입은 사람이 없는지 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과거에 비슷한 사건을 겪었던 경우, 이번 사건으로 기억이 증폭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 많은 장소에 대한 두려움, 불안, 불면, 공황발작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스스로와 가까운 사람에게 트라우마로 인한 심리적 증상이 지속된다면 치료나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도 이런 상황에서 심리적 어려움이 방치 및 악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재난을 극복하고 건강한 마음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악몽 같은 사건의 기억을 간직한 분들, 소중한 분을 잃은 분들을 비롯해서 일상에 상처를 입으신 많은 분들이 신체적 심리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저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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