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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건미포럼 창립 토론회, 건보 지속성 위한 ‘이용량 관리’ 논의

건미포럼, ‘지속 가능한 의료 생태계를 위한 연속토론회’ 개최… 요양기관 계약제, 진료권 재도입 등 논의
“보험자와 제도에서 발생한 의료 과다 이용, 다시 의료보장체계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요양기관 계약제, 진료권 재도입 등 이용량 관리 측면에서 ‘의료 생태계를 망치는 과다 의료이용’을 막기 위한 방법이 논의됐다.

김미애 의원과 건미포럼(건강한 미래와 지속 가능한 의료환경을 위한 정책 포럼)의 공동 주최로 ‘의료 생태계를 망치는 과다 의료이용’ 토론회가 9월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김미애 의원은 개회사에서 “건강보험 체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과다 이용의 원인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건강한 미래 의료환경 조성을 위한 합리적 대안이 논의되는 건설적인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건미포럼 박종훈 상임대표는 “그동안 의료계에서 많은 포럼을 만들었다. 국내 보건의료 시스템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고, 인식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태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고민을 하다가 작게나마 싱크탱크 역할을 하기 위해 포럼을 만들었다. 지속가능하며 건강한 미래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포럼 창립 목적을 밝혔다.


첫 번째 발제로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지영건 교수가 ‘의료의 과다이용과 적정공급망 붕괴’라는 제목으로 영국 NHS 시스템 등과 우리나라 의료현황을 비교했다.

영국은 1946년 전후 빈민 문제가 대두됐을 때 국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의 병원을 자선병원과 지방정부 운영병원으로 운영했다. 이것이 오늘날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로 이어졌다.

지영건 교수는 “영국은 사회복지서비스로서 의료제도가 존재하며 철저한 의뢰제로 운영된다. 의사 선택에 제한이 있고, 이용에 시간이 걸린다. 또 국가서비스이기 때문에 공급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1인당 외래진료가 연 평균 5건으로, 2021년 기준 15.7건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병원과 의원을 마음대로 방문할 수 있으며 의원에서도 전문의가 근무한다.

지영건 교수는 “우리나라는 허준의 진료를 받으려고 줄을 서듯이 대학병원 명의의 진료를 받으려고 줄을 선다. 영국의 주치의 문화와는 다른, 명의를 찾아가는 문화가 과다 의료이용의 저변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의뢰회송이 미미하고, 미국처럼 어텐딩 제도를 하고 있지도 않다. 환자는 자유롭게 의료기관을 선택하되 대형병원을 선호하고, 정부의 낮은 수가와 공급 규제의 한계로 병의원은 의료기관의 대형화를 추구한다. 이러한 과다 의료이용과 의료 공급망 붕괴가 과중한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순천향대 부천병원 영상의학과 이은혜 교수가 ‘적정 의료 이용을 위한 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이은혜 교수는 “의료이용 과다로 나타나는 의료보장제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의료보장의 4대 원칙은 ▲보편적 적용, ▲포괄적 제공, ▲최소 수준, ▲재정의 공정성과 운영의 효율성이지만 건강보험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포괄적 제공과 최소 수준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며, 건강보험에서는 의료이용 여부를 환자에게 맡기고 환자의뢰체계가 사실상 해체됐으며, 비급여진료를 허용해 영리추구가 이뤄지는 현실을 지적했다.

근본 원인은 보험자 집단에게 있다며, 보험자 집단의 전문성 향상과 함께 정책자문단의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20년 이상 정책자문단이 고정돼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은혜 교수는 “이용량을 관리하지 않으면 아무리 가격을 통제해도 두더지 게임처럼 의료비 증가를 막을 수 없으므로 가격과 이용량 둘 다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의료이용 관리를 위한 환자의뢰체계 재도입, 필요도 기반 의료서비스 제공, ▲진료권 설정 재도입 ▲지역별 병상수 감축, ▲요양기관의 비급여진료 금지 및 진료보수 현실화, ▲요양기관 계약제 전환 및 공급자 시장 분리, ▲국민의 건강한 생활습관 정착 등을 들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김양균 경희대 교수는 “앞서 발표된 여러 가지 대안을 정리한 로드맵이 필요할 것 같다. 진료권 부활과 관련해서는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 행정구역 중심 진료권이 아니라 포괄적이고 수요공급 균형을 고려한 진료권 제도가 필요하다. 지불제도와 관련해서는 건강보험 내에 다양한 서브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국민들이 선택하게 하자”고 말했다.

강대식 전 부산시의사회장은 “내과 개원의로서 30년 의사생활을 했는데, 최근 근처에 10층짜리 클리닉이 2개나 들어서 엄청난 경쟁을 치르고 있다.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대한민국 의료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1차 의료부터 점검이 필요하다. 전문의가 과다하게 배출되다보니 1차 의료기관에도 배치되고, 1차 의료의 역할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각 진료과별로 적정한 의사가 공급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부가 준비하는 커뮤니티케어에도 의료가 제 역할을 하게 하고, 적합한 의사들이 양성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손호준 보험정책과장은 “건강보험 5개년 2차 기본계획을 만들면서 건강보험이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법과,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오늘 말씀해주신 내용을 고려해 관련된 정책을 실현 가능한 관점에서 이번 건강보험 기본계획에 담겠다”고 말했다.

한편, 건미포럼은 지속 가능한 의료 생태계를 위해 이번 ‘이용자’ 측면의 토론에 이어, ‘공급자’ 측면에서의 토론을 추후 개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