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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통일된 지침 필요, 지역 정신응급 대응체계 현황과 개선 방향

“경찰-소방 등 정신응급체계 참여 기관의 현장 지침 통일, 위험 요소 대응할 현실적인 제도 필요”
대한조현병학회 ‘국내 중증정신질환 급성기 정신응급대응 체계 필요성과 강화방안’ 세션

첫발을 뗀 국내 지역 정신응급대응체계의 안착을 위해서는 통합된 지침과 법 정리가 필요하다.

정신응급현장은 정신건강복지센터, 경찰, 소방, 병원의 긴밀한 협력과 함께 정부의 지원을 통해 대응과 치료가 이뤄지는데, 아직 개별 지침으로 인한 혼란이 있으며 응급의료법과 정신건강복지법 중 어느 것을 상위에 두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대한조현병학회(이사장 이유상)는 10월 13일, 코엑스 3층 컨퍼런스룸 E홀에서 ‘대한조현병학회 25주년 기념 추계국제학술대회, 연수교육 및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학술대회는 2개의 기조 강연과 6개의 심포지엄, 3개의 워크숍으로 구성됐으며, 학회에서 발간한 ‘조현병, 마음의 줄을 고르다’ 개정판 출판기념회 시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오후에 열린 4번째 심포지엄, ‘국내 중증정신질환 급성기 정신응급대응 체계의 필요성과 강화 방안’ 세션에서는 국내 지역사회 정신응급대응체계 구축 연구에 참여하거나, 현재 서울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의료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근무했던 계요병원 정수봉 전문의는 ‘국내 지역사회 정신응급대응체계의 현황과 개선방향’ 발표에서 현재 상태를 “경찰, 소방,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이 제작한 ‘공동 현장대응 매뉴얼 2.0’이 나와는 있지만, 기관별 각자의 지침이 따로 존재하며 시·도별로도 차이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수봉 전문의는 “한때 우리나라의 정신응급에 대한 관심은 단어 자체도 생경한 적이 있었지만, 2016년 정신건강 종합대책에서 처음으로 등장, 2021년 온국민 마음건강 종합대책에서 ‘지역기반 정신응급 대응체계 구축’의 틀을 잡았다”고 소개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응급 대응책의 주 내용은 전국 10곳의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중심으로 24시간 병상을 확보해 정신응급에 대응하며, 센터를 추후 15곳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보라매병원은 해당 센터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해당 모델을 시행한 바 있다.

정수봉 전문의는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에서도 정신응급 분야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어 긍정적이고, 현재 시·도 정신건강복지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지자체에서 정신응급병상 정보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 제공하고 있지만, 일부 업데이트가 더디거나 광역센터에서 운영하는 등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정수봉 전문의는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권역 정신응급의료센터 운영에 따른 응급실 평가지표 역차별을 검토해야 하고, 정신응급이 응급의료법을 따를지, 정신건강복지법을 따를 지도 명확하게 해야 한다. 특히 격리 강박에 대한 일관적 법적 근거가 필요한데, 응급상황에서 정신건강 전문의의 판단 하에 격리 강박을 시행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소개했다.


다음으로 올해 2월부터 개설된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의료원 박현경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장(응급의학과)이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운영 결과 및 응급의료 관점에서의 개선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는 일반환자 이용구간과 분리 구획돼 있고, 정신응급상황을 대비해 상시 비워둬야 한다. 24시간 정신응급환자 처치 및 평가를 위한 적정 치료를 연계하며, 유기적 현장 대응을 위해 지역 정신응급대응협의체에 참여한다.

박현경 센터장은 “이전부터 노숙자, 자살시도자 등 취약계층 진료를 하고 있던 병상을 이용해 운영되고 있으며, 상주경찰이 2교대로 12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내원 환자의 64%가 119구급대, 20%가 합동대응팀 또는 경찰지구대를 통해 왔으며, 환자의 57.7%가 자살관련 환자로 대부분 약물중독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대부분의 환자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방문하므로 의료행위를 위해 의료진 4명 이상, 보안요원, 상주경찰이 투입돼야 하는데, 중증응급환자 수용 및 처치에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현경 센터장은 “운영을 해보니 정신응급환자의 물리적, 화학적 결박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 근거가 없고 낙상, 자살 및 자해 재시도의 위험성이 크다. 의료진의 신체적, 정신적 외상 경험으로 전담인력 충원에 한계가 있고, 사직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앞선 발표자와 마찬가지로 개선사항으로는 ▲경찰 및 합동대응팀, 구급대원 현장대응지침 마련(곧 3.0이 발표될 예정), ▲폭언, 폭행으로부터 의료진과 직원의 안전 보장, ▲물리적, 화학적 결박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응급의료기관 평가 감점요소 해결 등을 제시했으며, “이를 적용시키기 위해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협의체를 구성, 공동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마지막 발제에서는 정신응급대응체계의 입원 자체가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정신건강 복지법 개정으로 인해 보호의무자 조건이 까다로워져 입원이 어려우며, 완화 지침이 있지만 지역의료기관에서는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고 했다. 또 지방의 경우 응급 상황에서 입원을 위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 입원 가능한 병원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병상 수와 전문의의 부재로 치료가 어렵다고 했다.

좌장을 맡은 한양의대 최준호 교수는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이런 정신응급체계, 원활한 시스템의 부재에서 온 것 같다. ‘정신응급’의 문제들을 한데 모아 개선해야 하며, 정신건강복지법과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