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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의료 붕괴 위기 임박…독선·불통 대신 원점 협의해야

윤석열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를 계속하면서 의료 공백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이대로 정책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의사인력의 40%나 차지하는 전공의를 최저시급 수준으로 고용해 겨우 유지해왔던 대형병원들이 경영난을 맞아 급기야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의사가 해야 할 업무를 간호사 등 다른 직역이 불법적으로 수행하다가 생기는 환자 안전의 위해 우려나 직역 외 업무를 부당하게 강요당하는 여러 직역의 피해, 의료사고로 인한 민형사 소송 위험까지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그나마 병원에 남아 진료 중인 의사마저 과중한 업무로 이젠 한계에 도달했다. 

병원의 적자를 보전해주겠다며 천문학적인 혈세와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고, 정부 정책을 홍보하겠다며 막대한 세금을 또 허비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수가 인상, 전공의 수련 개선, 대형 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발표를 쏟아내고 있지만, 그것은 이미 의료계가 오래전부터 요구했으나 정부가 외면해왔던 내용으로, 진작에 했더라면 이런 상황도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구체적 예산확보책도 없는 말뿐인 약속이라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대로 상황이 악화되면 대형 병원들은 결국 도산할 것이고 특히 지방 병원들 피해가 클 텐데 , 이는 윤석열 정부가 내세웠던 지역 의료 환경의 개선이라는 구호가 얼마나 허구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공중보건의와 군의관까지 차출해 대형병원에 근무하게 하면서 지역의료와 군의료에 공백이 생기고 있다. 

게다가 수련 경험이 없는 일반의까지 대형 병원의 응급실이나 병동에 파견해 전문성을 요하는 현장의 진료를 바로 수행하라 요구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런 조악한 대책은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복무하려던 의대생들을 현역 복무로 이탈하게 만들고, ‘바이탈과’라 불리는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을 더욱 기피하게 만들 뿐이다. 

인간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동기는 목표를 지향하거나 위험을 회피하는 두 가지 관점이라고 정신의학은 진단한다. 

지금 전공의들의 사직은 생명을 다루는 의료의 막중함을 알고도 기꺼이 수련을 선택했던 첫 시작과 달라진 현실에서 눈앞에 닥친 위험을 회피하는 탈출에 가깝다. 

바이탈과를 선택하면 원가에도 못 미치는 보상과 격무에 시달리면서 거액의 민사 소송과 형사 처벌의 위험까지 따르고, 정부의 부당한 정책 강행이나 지시도 거부할 수 없고, 자유의사에 따라 근로할 수 있는 권리마저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며 박탈당한다는 것을 이번에 목격했다. 

더구나 그 고통을 버티지 못해 떠난다면 지금처럼 의사를 악마화 하고, 부당한 모욕까지 퍼붓는 것을 보았는데, 어느 전공의, 어느 의대생이 바이탈과를 지키겠는가?.

현장의 의료 전문가 의견을 거부한 채 공무원들이 탁상행정으로 진행한 과격한 변화는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가져온다는 사례는 이미 많았다. 

정신건강복지법의 갑작스러운 개정과 코로나19 감염관리를 명분으로 급격하게 추진된 정신의료기관의 병상 간격 확대 등 섣부른 정책이 초래했던 국민 정신건강의 위기가 그것이다. 

또 2016년 입원 수속 서류 미비를 문제 삼아 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 들을 대량으로 기소했던 사건 이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입원 병동 근무 회피와 사직이 폭증했으며, 병상 간격 확대로 인한 급격한 병상 수 감소로 경영난에 직면한 병원들이 문을 닫아 전국적으로 9000여개의 입원 병상이 사라졌다. 

그로 인해 병원에 근무할 전문의를 못 구하자,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은 입원 병상을 찾지 못해 조기 치료를 못 받고, 일선 소방과 경찰력까지 무의미하게 소모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증거이다.    

지금도 의료현장 붕괴가 임박한 상황임에도 윤석열 정부는 2000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는 기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 갈등을 화해 조정해야 할 정부가 국민의 갈등을 폭발시키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할 정부가 국가 의료 체계를 파괴하는 참담한 현실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나 강조하던 자유 민주주의의 헌법적 가치는 어디 가고 공산 국가와 왕조 국가에서나 볼 수 있을 후진적 독재가 오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 무지성 비난이나 악마화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2000명이란 숫자만큼은 절대 못 바꾼다는 아집과 불통으로는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수련 받고, 전문의가 되어도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며 자유롭게 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의사결정이 작동하는 원리는 처벌과 강요, 통제가 아니라, 자발적 동기와 자유로운 의사결정이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의 생명을 지키려는 의사의 사명감을 악용해, 의료 파괴를 의료 개혁이라 참칭하며 무조건 받아들이라 강압하는 것은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자세라 볼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이제라도 독선과 불통을 버리고 원점에서 협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국정 최고 책임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이 절실하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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